MBTI 과몰입러…"난 INFP"
"데뷔 30주년 조용히 넘어갈 것"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배우 정인선은 비움과 채움을 반복해왔다. 'DNA 러버'는 2년 동안 매너리즘(반복되는 일상에서 열정이 사라진 상태)에 빠진 자신을 새로운 색깔로 채운 결과물이다.
지난 6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미니시리즈 'DNA 러버'는 수많은 연애를 실패한 유전자 연구원 한소진(정인선 분)이 마침내 유전자를 통해 자신의 짝을 찾아가는 오감 발동 로맨틱 코미디다. 극 중 정인선은 완벽한 '유전자적 짝 찾기'에 집착하는 '오타쿠' 기질이 충만한 이로운 유전자 센터 연구원 한소진 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를 만난 정인선은 "추웠던 시기 따뜻한 사람들과 따뜻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작품의 메시지가 온전히 많은 분들에게 전달됐을까 궁금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DNA 러버'는 TV조선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로코(로맨틱 코미디)다. 그간 '결혼작사 이혼작곡' '빨간풍선' 등으로 중장년층을 위한 로맨스를 선보이다 'DNA 러버'로 젊은 세대를 겨냥했다. 그러나 큰 포부와 달리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작품은 첫 회 시청률 1.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고 이후 줄곧 0%대였다. 최종회도 0.8%로 막을 내렸다.
"새로운 틀이라 채널(TV조선) 쪽에서 힘을 많이 실어줬어요. 스타트를 끊었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의미를 주려고 하고 이렇게 발돋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시청률이 너무 아쉽지만 요즘엔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요."
정인선은 한소진을 '도전 같은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과거 스스로를 '어두운 사람'이라 정의했다는 그는 '해본 적 없다'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공존 속에서 소진이를 택했단다. '매너리즘'에 빠진 2년 동안 생각을 정리했고 그 과정에서 만난 게 소진이인 셈이다.
"'해내 보자'라는 도전 욕구가 있었고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 거기도 해요. '한공주' 찍을 당시 맡은 작품들이 어두웠고 고등학생이었다 보니 저도 모르게 많은 의미를 품게 됐어요. 이 과정에서 '어두운 사람인가?' 생각한 것 같고요. 소진이는 작은 소망에서 시작하는데요. 사랑을 찾고 싶지만 아픔도 있기에 그의 빠른 감정의 높낮이가 걱정이 됐어요. 2년 동안 '나는 어떤 배우지?' '브랜드 캐릭터는 뭘까'를 고민했는데요. 어쩌면 머무르는 게 아집일 것 같더군요. 소진이는 발랄하고 통통 튀잖아요."
여기에 이미지 변신도 더했다. 먼저 '오타쿠' 기질이 충만한 소진이를 완벽 구현하기 위해 직접 머리를 자르겠다는 의견까지 냈다. 짧고 뽀글뽀글한 머리는 소진이를 더 똑똑한 너드로 만들었다. 또 직접 연구원 센터를 방문해 소진이의 모델을 만났다고 한다.
"작품마다 이미지 폴더를 만들어 헤어 메이크업 영감받을만한 사진을 저장하는데요. 작가님이 곱슬머리 우성 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단발은 잘라버린 스스로한테 후련했고 소진이에 저를 더 몰두하게 만들어줬고요. 직접 만난 소진이는 더 시크하고 도시적이었는데요. 그 모습 속 예리한 포인트들을 조각처럼 모았어요. 만약 그분을 보지 않았다면 오히려 4차원으로만 가려고 잘못 시도했을 거예요."
앞서 정인선은 지난 8월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원래 혈액형, 사주,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MBTI와 사주에 대한 관심은 계속됐다. 정인선은 "대본을 봤을 때 바로 대입됐다. 마치 애니메이션처럼 이미지화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운명론'을 다룬 드라마에 딱 맞는 배우였다.
"운명은 오히려 통계에서 나오는 이끌림이랑 다른 것 같아요. 불현듯 오는 거요. 자꾸 마주치는 것도요. 그냥 같이 있을 때 재밌으면 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할 일도 잊게하는 그런 존재가 소진-연우(최시원 분)예요. 내 논리와 이성과 세계를 뒤흔들 정도의 존재가 운명인데 그게 연우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MBTI를 밝혔다. 그는 "INFP(중재자)다. 저를 만난 분들이 I(내향형)인 것에 놀라고 종종 T(사고형)로 본다"며 "그런데 일하는 기준으로 하면 정확히 반대인 ESTJ(경영자)다. 정확히 분리되고 일할 때 저와 아닐 때 저의 간극에서 교집합을 만들어 캐릭터와 만나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1996년 만 5세의 나이로 SBS 드라마 '당신'에 출연한 정인선은 데뷔 30주년을 코앞에 뒀다. 아무래도 연차가 있다 보니 인터뷰할 때 꼭 "00년 차이시죠?'라는 말이 나온단다. 경력은 오래됐지만 그만큼 더 비워내려고 하는 정인선이다.
"'비움'을 중요시해요. 작품 앓이보단 다시 도화지가 된달까. 사실 20대 후반에 '너무 도화지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야만 더 절실해지더라고요. 비워야만 다시 채우고픈 욕구가 세지고요. 뭔가 채워져 있으면 과부하가 와요. '햇수에 맞게 짬밥이 됐나?' 의구심이 들어요. 비우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늘 초면 같고 새롭고 짜릿한데요. 연기 30주년은 조용히 넘어갈 거예요.(웃음)"
'DNA 러버'는 2년간의 매너리즘에서 정인선을 꺼낸 작품이다. 자신을 비움으로써 비로소 모두 채운 정인선은 작품을 통해 스스로 달라진 점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전엔 10가지가 있으면 3개를 뺀 나머지는 끝까지 고심하거나 못하거나 안 하거나 절제했거든요. 이번엔 10가지를 해야 한다면 13~15가지를 준비해서 다 했어요. 생각의 과정을 없애고 제 자신한테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디까지 웃고 울고 화내고 빠르게 표현해 스스로 납득시킬 수 있는지 도전하고 싶어졌죠."
정인선은 최근 '프리다이빙'으로 자신을 채우고 있다. 그는 "작품이 끝나고 조명 감독님이 나와 이태환, 이수빈을 새벽 해루질에 데려가 주셨다. 거기서 라면을 끓여먹는데 너무 재밌었다"며 "내 것을 비우고 쏟을 수 있는 것으로 프리다이빙을 선택했다. 여기서 보고 느끼는 게 있을 테니까 이것과 교집합이 있는 배역과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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