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의 이야기
신선할 뻔했던 소재, 예측할 수 있는 전개로 매력 반감
[더팩트｜박지윤 기자] 자신들이 저지른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들의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보고 나니 직관적인 제목처럼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전개로 가득 찬 작품이었다. 범죄 액션 장르물로서의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촬영을 끝낸 후 개봉까지 5년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긴 시간과 비례하지 못하는 완성도로 베일을 벗게 된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다.
17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감독 김민수)는 수사는 본업이고 뒷돈은 부업인 두 형사가 인생 역전을 위해 완전 범죄를 꿈꾸며 '더러운 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의 공동 각본을 맡았던 김민수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수사부터 뒷돈을 챙기는 부업까지 늘 함께하는 생계형 형사 명득(정우 분)과 동혁(김대명 분)은 한 남성의 사건 현장에서 우연히 거물급 범죄 조직의 검은돈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다. 아픈 딸의 수술비를 마련해야 하는 명득은 도박 빚에 시달리는 동혁에게 검은돈을 가로채자고 제안하고, 그렇게 두 사람은 인생 역전을 위해 신고와 추적이 불가능한 돈을 훔치기로 한다.
분명 범죄 계획은 완벽했지만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고 만다. 명득, 동혁과 함께 돈을 훔치려고 한 경찰 정훈(조현철 분)과 현장에서 잠입 수사 중이던 형사가 죽으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 이렇게 살인으로 번져버린 사건을 명득과 동혁이 직접 수사하게 되고, 명득과 악연으로 얽혀 있는 광수대 팀장 승찬(박병은 분)이 수사 책임자로 파견돼 불편한 만남까지 하게 된다.
심지어 돈을 되찾으려는 중국의 범죄 조직과 은폐하려 했던 현장 증거들이 명득과 동혁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과연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스스로 수사하게 된 두 사람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2019년 촬영을 끝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좀처럼 개봉 시기를 잡지 못하다가 5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영화다. 이에 김민수 감독은 "정성을 다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 컷 한 컷 공들여 작업했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다만 감독의 자신감과 달리 작품은 러닝타임 내내 툭툭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방해하고 만다.
작품은 범인을 쫓는 경찰이 아닌,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수사하면서 좇기는 두 경찰이 주인공이다. 참신하고 신선하게 풀어낼 수 있는 소재라는 기대감이 들었지만 직관적인 제목처럼 작품의 전개는 그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게 흘러가서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더러운 돈에 손을 대는 명득과 자신의 도박 빚을 위해 돈을 훔치려는 동혁의 서사가 약하니 자초한 위기를 헤쳐 나가는 두 사람의 고군분투를 응원하기도 어렵다. 웃으라고 던지는 대사는 타율이 저조하다. 이를 연기한 정우와 김대명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다만 그 이상의 활약을 펼치거나 지금껏 본 적 없는 얼굴을 꺼내는 등의 신선함을 안겨주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작품의 매력을 꼽자면,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동혁을 배신하고 혼자서 검은돈을 차지할지 아니면 끝까지 동료를 지킬지 기로에 서게 된 명득의 최종 선택이다. 범죄 액션 장르물에서 유일하게 궁금증을 유발하고 긴장감을 선사하며 높은 몰입도를 안기는 순간이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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