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없이 맑고 청아한 목소리' 1세대 포크 여가수 상징
라나에로스포로 데뷔 '사랑해' 등 주옥같은 명곡 발표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티없이 깔끔하고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마음을 통해 푸른 하늘에 닿았다.' 수년전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한 1세대 포크 가수 은희는 그야말로 전설의 가수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1971년 혼성 듀엣 그룹 '라나에로스포'의 1대 여성보컬로 데뷔한 은희는 아름다운 통기타 연주와 청아한 목소리로 '사랑해' '꽃반지 끼고' '꿈길' '등대지기' 등의 주옥같은 명곡들을 발표하며 한국 여성 포크사를 쓴 주인공이다.
75년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며 활동을 중단한 은희는 2018년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며 45년 만의 근황을 알렸다. 은희는 이날 오프닝에서 통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라 '꽃반지 끼고'를 열창해 변함없는 고운 음색을 선보였다.
'생각난다 그 오솔길/ 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 끼고/ 다정히 손잡고 거닐던 오솔길이/ 이제는 가버린 가슴 아픈 추억/생각난다 그 바닷가/ 그대와 둘이서 쌓던 모래성/ 파도가 밀리던 그 바닷가도/ 이제는 가버린 아름다운 추억'(은희 '꽃반지 끼고' 가사)
은희의 영원한 인생곡 '꽃반지 끼고'는 그의 데뷔 앨범 수록곡으로 71년 발매됐다. 바닷가 오솔길을 함께 거닐었던 연인을 그리워하는 애틋함이 가사에 배어있다. 외국곡을 황우루가 번역하고, 은희가 새롭게 가사를 써 편곡해 불렀다.
은희의 첫 솔로 음반으로 발표된 이 곡은 음반이 발표되자 마자 엄청난 폭발력을 내며 뜨겁게 반응했다. 당시 5000장만 팔려도 히트로 쳐주던 시기에 무려 7만 장이 넘게 팔렸다는 사실만으로 그 열기가 짐작되는 부분이다.
은희의 본명은 김은희다. 제주가 고향인 그는 음악적 열정을 키우기 위해 70년 상경했다. 무명 통기타 가수로 활동하다 한민(본명 박윤기)과 함께, 이탈리아어로 '개구리와 두꺼비'라는 뜻의 라나에로스포를 결성해 '사랑해'를 녹음했다.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로 시작하는 이 곡은 1960년대 후반부터 대학가에서 꾸준히 불리던 명곡이다. 은희는 70년대 중반 미국 유학을 가기까지 37장의 독집 음반을 내며 '꿈길' '회상' '등대지기' '연가(戀歌)'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다.
라나에로스포는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년 6개월간 여러 여성 멤버들이 바뀌며 국내 최장수 혼성 포크 듀엣으로도 유명하다. 은희를 시작으로 34년간 장여정 최안순 이경란 오정선 강인원 조성자 이애순 유경숙 안혜숙 윤수정 김희진 박윤정 등이 거쳤다.
85년 귀국해 제주 전통의 감물 들인 갈옷을 제작 보급했고 89년엔 제주 방언인 '봅데강'('보셨나요'의 뜻) 패션브랜드를 만들었다. 2003년에 전남 함평에 정착했다. 크고 작은 무대에도 종종 서면서 통기타 세대 팬들과 교감해왔다.
6년전에는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 출연해 한창 인기를 모으던 시절을 언급한 바 있다. 은희는 "그땐 돈도 몰랐고, 쓸 시간도 없었다"면서 "톱스타가 목표가 아니었기에 (오직 좋은 노래를 부르고자) 늘 노력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제주 출신으로 초등학교 동창생인 배우 고두심은 방송에 함께 출연해 "70년대에 나는 막 시작하는 단계였고, 한창 인기를 누리던 대단한 가수 은희를 감히 쳐다보기조차 힘들 정도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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