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 OTT 작품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선정
시리즈만이 보여줄 수 있는 GV 분위기
[더팩트ㅣ부산=김샛별 기자] 공생을 강조한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은 곳곳에서 경계가 허물어진 듯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려가 섞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장은 확실히 다채로웠으며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지난 2일 저녁 6시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배우 박보영과 안재홍의 진행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29th BUSAN Internaitonal Film Festival)가 막을 올렸다.
'아시아의 시선, 영화의 바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209편)보다 15편 늘어난 224편(63개국)의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여러 OTT 작품들도 다양한 코너를 통해 소개돼 이목이 집중됐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최근이다. 이를 알리는 창구인 OTT는 이제 우리 문화의 중요한 일부가 된 셈이다. 시리즈부터 영화까지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춘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며 영화제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 '전,란' 개막작 선정이 갖는 의미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부터 남달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전,란(연출 김상만·각본 박찬욱)'이 OTT 영화 최로로 개막작으로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이는 부산국제영화제가 OTT 콘텐츠에 관해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나아가 어떤 방향성으로 공생을 이어 나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완성도 높은 독립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그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대중성을 생각해야 한다면 OTT에 상관없이 그 문호는 개방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OTT 작품이 영화제에 노미네이트 될 때마다 논란이 있었다. 그 논란에 자체에 질문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직무대행은 "TV 화면 사이즈라는 것이 과연 문제가 될까 생각해봐야 한다. 예전에 영화 '가위손'을 봤는데 당시에는 굉장히 작은 스크린이었다. 그러지만 그 영화는 스크린 사이즈와 상관없이 좋은 작품이었다. 현재는 가정용 TV도 100인치가 넘는다. 이제는 사이즈 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지 않나 싶다"고 소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에서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이자 죽마고우 천영(강동원 분)이 무관과 의관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강동원 박정민을 비롯해 차승원 진선규 김신록 등이 출연하고 박찬욱 감독이 제작 및 각본에 참여했다.
이례적인 행보와 함께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전,란'을 기점으로 추후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떻게 변화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 '지옥2'→'좋나동', 시즌·스핀오프 GV가 보여준 이색 분위기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21년 온 스크린 섹션을 신설해 다양한 OTT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다. 온 스크린은 영화의 확장된 흐름과 가치를 포괄한다는 의미에서 가장 주목받는 드라마 시리즈를 미리 선보이는 섹션이다.
온 스크린을 통해 소개되는 작품은 러닝타임 한계상 매 콘텐츠의 모든 에피소드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다. 이는 공개 일정을 기다리고 미리 입소문을 낼 수 있는 시청자 확보로 이어진다는 장점도 지녔다.
올해 국내 작품은 총 4편이 초청됐다. 넷플릭스 '지옥' 시즌2, 디즈니_ '강남 비-사이드',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이 공개를 앞두고 부산에서 미리 관객들을 만날 기회를 얻었다.
더욱 특별한 건 바로 시사가 끝난 후 관객들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된다는 점이다. 영화와는 달리 OTT 콘텐츠는 GV(영화 상영시 감독이나 영화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해 여오하에 대해 설명하고 관객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무대) 기회가 비교적 없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시청자들에겐 충분한 매력 포인트였다.
특히 '지옥' 시즌2(각본 최규석, 연출 연상호)와 '좋거나 나쁜 동재'(극본 황하정·김상원, 연출 박건호)의 GV가 인상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작품 모두 기존 작품이 존재한다. '지옥' 시즌2는 지난 2021년에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미리 소개됐던 '지옥' 시즌1의 이후 이야기를 그린다. '좋거나 나쁜 동재'는 지난 2017년과 2020년에 방송된 '비밀의 숲' 시리즈의 스핀오프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대감을 갖고 작품을 기다리는 시청자층이 존재한다. 이들의 관심은 부산국제영화제로도 이어졌고, GV를 꽉 채웠다.
이날 현장에서 나온 질문들의 톤앤매너도 달랐다. 앞선 시즌 혹은 시리즈를 좋아했던 시청자들이 주를 이뤘기에 작품을 둘러싼 깊은 질문들부터 마니아층만 알 수 있는 디테일한 궁금증까지 들을 수 있었다.
◆ 부산 곳곳에서 보이는 OTT 홍보
개막 첫날 영화의 전당에 도착하자마자 보인 건 '강남 비-사이드'의 대형 래핑 광고였다. 조금 옆으로 더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영화의 전당 인근 KNN 타워 전면을 가득 채운 '전,란'과 '지옥' 시즌2의 래핑 광고였다.
이는 OTT와 영화제가 하나의 축제를 만들고 있다는 확실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에 영화제를 찾았다가 홍보되고 있는 작품들의 공개 일정을 알아가는 관객도 있었으며 반대로 OTT 작품 오픈토크를 보기 위해 부산에 온 겸 영화제까지 즐기고 간 시청자도 있었다.
영화의 전당 현장에서 만난 10대 여성 A 씨는 "영화를 좋아해 학교도 관련 학과로 알아보고 있다. 영화제도 경험해 보고 싶었는데 인천이라 거리도 멀고 학생인지라 엄두가 잘 안 났다. 그러던 중 김성철 배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서 같이 오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의 전당뿐만 아니다. OTT 플랫폼의 존재감은 부산 곳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해운대 거리 신호등 앞 가장 잘 보이는 곳에도 넷플릭스 작품들의 래핑 광고가 걸려 있었다.
또한 동백역에 위치한 한화리조트 앞 바다 부근에도 넷플릭스 작품들의 배너 광고가 걸려 있어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부산을 찾은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1일까지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포함하여 총 63개국으로부터 온 278편을 만날 수 있다. 폐막작은 에릭 쿠 감독의 영화 '영혼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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