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은 넷플릭스 '전,란'…63개국 224편 초청
2일부터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
[더팩트|박지윤 기자]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드디어 막을 올린다. 지난해 내홍을 겪으며 역대급 위기에 빠졌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의 연이은 사퇴로 인해 내홍을 겪으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를 진행했고, 올해 국고보조금 삭감이라는 어려움을 맞닥뜨리며 계속된 위기를 겪었다. 이 가운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209편)보다 15편 늘어난 224편(63개국)의 공식 초청작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선보이고 다양성과 대중성으로 내실을 다지며 다시 한번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각오다.
◆ 개막작은 넷플릭스 '전,란'…OTT 품은 부산국제영화제
변화하는 시대에 발을 맞추려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시도와 노력은 개막작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개막작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감독 김상만)이고 폐막작은 '영혼의 여행'(감독 에릴 쿠)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최초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해 화제를 모은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선조(차승원 분)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찬욱 감독과 넷플릭스가 함께하는 첫 한국 영화로, 박 감독은 작품의 제작에 참여했다.
OTT 작품을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박도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넷플릭스 작품이라고 해서 고민한 건 없다. 작품 자체를 보면서 관객들이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를 고려했다"며 "OTT도 영화의 장르라고 판단했다. TV로만 보던 걸 대형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OTT를 제외시키는 건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개막작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2021년 '온 스크린' 부문을 신설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번에도 다양한 장르의 OTT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가장 주목받는 드라마 시리즈를 월드 프리미어로 미리 선보이는 섹션 '온 스크린'에는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 '내가 죽기 일주일 전', 디즈니+ '강남 비-사이드', 넷플릭스 '지옥' 시즌 2, 넷플릭스 일본 시리즈 '이별, 그 뒤에도'와 대만 시리즈 '스포트라이트는 나의 것'이 이름을 올렸다.
◆ BTS RM부터 트와이스 다현까지…영화제도 사로잡은 K팝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OTT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K팝의 위상도 체감할 수 있다.
먼저 방탄소년단(BTS) RM의 다큐멘터리 영화 'RM: Right People, Wrong Place(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감독 이석준)는 K팝 다큐멘터리 영화 최초로 오픈 시네마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영화제 초청작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신작 및 국제적인 관심을 모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부문이다.
'RM: Right People, Wrong Place'는 RM이 솔로 2집 'Right Place, Wrong Person(라이트 플레이스, 롱 퍼슨)'를 완성하기까지 약 8개월 간의 제작 과정과 솔직한 인터뷰를 담은 작품으로, 지난 24일 오전 10시 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되며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에 감독과 작품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무대인사에 출격해 군복무 중인 RM의 빈자리를 채울 전망이다.
이 외에도 트와이스 다현은 자신의 연기 데뷔작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감독 조영명)로, SF9(에스에프나인) 찬희는 '메소드연기'(감독 이기형)로, 에픽하이는 공연 실황 영화 '에픽하이 20 더 무비'(감독 조윤수)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관객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 故 이선균 추모·세계적인 거장과의 만남…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선균에게 돌아간다. 더 나아가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선균을 추억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개최한다. 이에 따라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나의 아저씨' '기생충' '행복의 나라' 등 이선균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하고 함께 호흡을 맞춘 감독과 배우들이 참석한 스페셜 토크가 진행될 예정이다.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로부터 그들의 영화관에 더불어 인생관까지 직접 들을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도 개최된다. 홍콩영화의 뉴웨이브를 이끈 허안화 감독부터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미겔 고메스 감독과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일본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가 차례대로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또한 구로사와 기요시는 신작 '뱀의 길'과 '클라우드'를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로부터 작품성을 입증받은 영화도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부문에 초청됐다. 작품은 뉴욕의 스트리퍼 애니(마이키 매디슨 분)가 러시아 신흥재벌의 아들을 만나 결혼하면서 현대판 '신데렐라'가 될 기회를 얻지만 러시아에서 날아온 시부모가 두 사람을 갈라놓으려고 나서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드라마다.
심사위원상과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으며 제77회 칸국제영화제 2관왕에 빛나는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와 특별상을 품에 안은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신성한 나무의 씨앗'도 아이콘 부문에서 나란히 상영된다. 여기에 '서브스턴스' '그랜드 투어' '풍류일대' '올 위 이매진 애즈 라이트' 등도 이번 영화제에 초청됐다.
이렇게 다양성과 대중성을 내세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부터 오는 11일까지 영화의 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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