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고려 거란 전쟁'에 목소리 입혀
크로마키 앞에서 직접 방송 이끌기도
K팝과 K드라마 인기가 나날이 상승하는 가운데 체험할 수 있는 장소들이 생기고 있다. 아이돌이 돼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거나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직접 변신해 작품에도 들어간다. KBS는 최근 콘텐츠 체험을 확대하고자 견학홀을 재개관하기도 했다. <더팩트>가 서울 곳곳에서 K-콘텐츠를 즐기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정리해 봤다.<편집자주>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방송 콘텐츠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제작 환경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도 있다. 최근 KBS는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체험의 장을 선사하고자 견학홀을 재개관했다. 4개월간 새 단장을 마친 이곳은 9월 2일부터 다시 관람객들을 맞았다.
KBS 견학홀은 1977년 개관 이후 48년 동안 국내 방송 산업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간 만든 콘텐츠들을 담겨있는, 과거를 총망라하는 곳이다. 그러나 워낙 건물이 노후화돼 올 5월 보수에 들어갔다. 본관 2층, 4층, 5층에 걸쳐 위치한 견학홀은 시청자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다양한 체험 서비스를 넣었다.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최근 직접 KBS를 방문했고 약 20명의 시민들과 함께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앞 타임 관람객들이 견학을 마치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엔 환한 웃음이 있어 과연 어떤 콘텐츠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감이 치솟았다.
KBS 관계자는 "방송 미디어 플랫폼은 계속 바뀌는데 시설이 너무 노후화됐다. 체험을 늘리려면 기존의 시설로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 재개관을 계획했다"며 "많은 언론사가 그렇듯 경영상 압박을 받고 있지만 시청자들을 위한 체험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단체의 3분의 2가 유치원, 초중고등학생으로 청소년이고 10% 정도는 외국인이다. 재개관을 통해 외국인들을 위한 다국어 서비스가 새롭게 만들어졌다"며 "단순했던 스토리에 내용을 추가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젊은층이 좋아하는 '인생네컷'을 만들었고 KBS 드라마 포스터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선생님과 친구들의 손을 꼭 잡은 아이들이 견학홀을 방문했다. 이들은 대형 스크린에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신기하다"고 말하거나 좋아하는 배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견학홀의 모든 과정은 전문 해설사와 함께한다. 해설사들은 휴관기간 동안 중계차도 타고 스튜디오 안에 들어가는 등 제작 현장에 참여하며 역량을 키웠다. 또 아이들과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는 특성을 고려해 안전교육도 철저히 받았다고 한다.
견학홀은 크게 '콘텐츠 소개' '방송 체험' '미디어 교육장'으로 나뉜다. 첫 번째 '콘텐츠 소개' 구간에선 KBS의 시사교양, 드라마, 예능 스포츠, 뉴스, 어린이 프로그램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대기획 다큐멘터리부터 드라마까지 프로그램의 제작 과정이 자세히 소개돼 있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다.
두 번째 '방송 체험'에선 기상캐스터, 성우, 뉴스 앵커를 체험할 수 있다. 먼저 가상 스튜디오에서 실시간 기상 데이터를 활용한 기상캐스터 체험이 진행된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손을 들며 체험에 참여했고 직접 날씨를 전달했다. 실시간 날씨 정보가 업데이트되고 자신이 원하는 지역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연령대 별로 방송 촬영 속도도 조절할 수 있다.
그다음은 '더빙 체험관'이다. 이곳에서 KBS 대표 애니메이션 '구름빵'과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고려 거란 전쟁'에 자신의 목소리를 입힐 수 있다. 시민들은 자신만의 목소리로 작품을 만들었고 서로의 더빙을 듣고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한 학생은 더빙 체험 후 "성우들의 더빙 모습을 직접 보고 싶다"고 말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체험관'에선 드라마에 사용된 실제 의상을 볼 수 있다. '고려 거란 전쟁'에서 강감찬(최수종 분) 장군이 귀주대첩 때 착용한 '고려 상원수 찰갑', 2004년에 방영된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김명민 분)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활약할 때 착용한 '두석린 갑주' 등이 전시돼있다. 아울러 의상과 소품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어 현장감을 더한다.
뉴스를 진행하는 스타가 될 수도 있다. 뉴스 체험관에선 스튜디오에 앉아 앵커처럼 뉴스를 진행할 수 있다. 박지원 아나운서의 영상이 옆에 있어 함께 중계하는 느낌을 준다. 한 남성은 뉴스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신기하다는 듯 환하게 웃었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한국어 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로 제작 가능해 외국인들 역시 '한국 앵커'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기상캐스터, 뉴스 앵커, 성우 체험은 단순히 일회성 체험이 아니다. 모든 과정이 다 녹화가 되며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가져갈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10월 초에 개시될 예정이다.
아울러 견학하는 동안 실제 스튜디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견학홀이 본관에 있다 보니 라디오 스튜디오와 예능 촬영장, 교향악단 연습실 등이 주변에 있다. 이날 성우가 스튜디오에 앉아 연습하고 있었다.
관람이 끝난 후 선생님 A씨는 "직업 체험의 일환으로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체험하고자 왔다. 크로마키를 통해 체험하고 더빙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즐거워해 인상 깊었다며 "실제 주인공이 돼 인물을 표현하고 성우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 매체가 발달해서 방송에 나가고 싶은 학생들이 늘어났고 방송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는데 이를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견학홀의 인기는 뜨겁다. 9월 4일에만 5개 단체 99명과 개인 42명 등 총 141명의 시청자들이 견학홀을 방문했고 6일 만에 약 450여 명이 관람 예약을 신청하는 등 연일 예약이 빠르게 마감되고 있다. KBS에 따르면 9월에 휴일이 많았음에도 100% 예약률을 기록했다.
관계자는 "요즘 '디지털 디톡스'라고 해서 영상매체에서 벗어나자는 운동이 있지 않나. 그런데 '좋은 콘텐츠는 힐링'이 될 수 있다"며 "자극적이고 날카로운 영상 외에도 수많은 콘텐츠들이 '힐링'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에 시청자들이 힐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또 "다양한 계층의 미디어 접근권을 확대하는 것도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유아부터 실버 세대까지 다양한 시청자들에게 미디어를 소비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공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새로운 것들을 집어넣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KBS 견학홀은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마지막 예약 시간은 오후 4시 30분)까지 운영된다. 관람 시간은 약 50분이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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