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서사·아쉬운 로맨스 분량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20분 방송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엄마친구아들'이 작품 초반 입소문을 탄 것에 비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정해인과 정소민의 '케미'가 아쉬울 정도다. 중심 서사를 방해하는 시대착오적인 소재, 부족한 로맨스 비중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정해인이 "앞으로는 로맨스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한바, '엄마친구아들'이 후반부에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달 17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엄마친구아들'(극본 신하은, 연출 유제원)은 오류 난 인생을 재부팅하려는 여자와 그의 살아있는 흑역사인 '엄마친구아들'이 벌이는 파란만장 동네 한 바퀴 로맨스다. 서로의 흑역사 기록기인 '소꿉 남녀' 최승효(정해인 분)와 배석류(정소민 분)가 청춘의 교차로에서 재회하며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앞서 2021년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를 함께했던 유제원 감독과 신하은 작가가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특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 등으로 멜로 장르의 두각을 드러낸 정해인의 첫 '로코'라는 점, '이번 생은 처음이라' '환혼'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정소민과 호흡을 맞춘다는 점 등에서 기대감이 증폭됐다.
시청률도 이러한 반응에 응답했다. '엄마친구아들'은 1회 시청률 4.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지난 22일 방송된 12회에서는 7.3%로 첫 회에 비해 2.4%P 상승했다.
화제성 부분에서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작품은 9월 2주 차 펀덱스 TV-OTT 드라마 부문 화제성에서 뉴스 기사 수, 동영상 조회수, 댓글 수 등 모든 지표에서 1위를 독식하며 화제성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주연 배우 정해인과 정소민 또한 출연자 화제성 1, 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인기의 중심에는 소꿉 남녀에서 어른 연애를 시작한 정해인과 정소민의 '케미'가 있다. 가끔은 서로에게 막말을 내뱉으며 싸울 때도 있지만 석류와 승효는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위하고 배려하고 있었다. 승효는 석류가 놀이터에 앉아 홀로 슬픔을 견디고 있을 때 그를 찾아왔다. 또한 정글짐에 앉아 그가 슬픔을 감추기 위해 억지로 웃을 때 이를 한 방에 눈치챘고, 석류가 빗속에서 원 없이 울 수 있도록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다.
석류도 마찬가지였다. 수영선수를 꿈꾸던 승효는 교통사고로 인해 다리를 다쳐 수영을 평생 못 하게 되는 위기에 처한다. 이로 인해 낙담한 승효는 하루 종일 방 안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석류는 그런 승효가 힘을 낼 수 있도록 만화책을 가져다줬으며 매일 그의 집을 방문했다. 혼자 있고 싶었던 승효는 문을 계속 걸어 잠그면서 석류가 못 들어오게 막았지만 석류는 사다리를 이용해 승효의 방 안으로 잠입했다. 이어 석류는 마음에도 없는 엄청난 욕을 승효에게 내뱉었고 승효가 마음속에 있던 감정을 다 분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어릴 때부터 늘 함께했던 두 사람. 석류 옆에 승효가 있는 건 당연했고 승효 옆에 석류가 있는 것 또한 당연했다. 힘든 시기에 서로에게 의지하고 위로를 받으며 성장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안방극장에 감동을 안겼다. 이에 '엄마친구아들'은 입소문을 받으며 상승세에 올라탔다.
하지만 작품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아쉬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중이다. 중심 서사를 방해하는 시대착오적인 소재와 주연 배우들의 로맨스 '케미'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미국에 가서 승승장구하던 석류는 1년 동안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휴직했다. 이후 평생을 약속했던 남자와 파혼하고 회사를 그만둔 뒤 돌연 한국에 왔다. 그 이유는 석류가 '위암' 투병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위암에 걸렸던 석류는 홀로 수술을 받았고 항암치료를 버텼다. 석류는 이 모든 걸 승효를 포함한 가족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또한 승효의 엄마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줄 알았으나 사실은 아니었던 것 등. 큰 사건이 있어야 인물들의 갈등이 해결되는 이야기 구조가 반복되자 시청자들은 시대착오적인 서사라고 비판했다. 극단적인 상황에 다다라서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캐릭터들의 태도가 성숙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로맨스 코미디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주연 배우들의 멜로 분량이 많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석류와 승효는 12회가 돼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로맨스 케미'가 작품의 비중을 많이 차지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러한 아쉬운 서사를 끌고 가는 건 정해인과 정소민의 완벽한 '케미'다. 정소민은 부모님에게 인정받는 딸이 되고 싶은 마음을 폭넓은 감정 연기로 표현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정해인을 향한 마음을 뒤늦게 깨닫고 그에게 달려가 수줍게 "바나나 우유 먹으러 갈래?"라고 고백한 뒤 본격적으로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여느 커플처럼 투덕거리다가도 화해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 호평받았다.
정해인은 오랜 짝사랑하는 최승효의 마음을 섬세한 감정표현으로 완성, 짝사랑이자 첫사랑을 이룬 최승효의 벅찬 마음과 사랑을 확인한 후 느끼는 떨렘과 설렘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극의 몰입감을 더했다. 또한 친구에서 연인으로 거듭나면서 느끼는 어색함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공감을 더 했다.
두 주연 배우의 '케미'는 이미 완성됐다. '엄마친구아들'의 매듭을 지을 건 남은 회차의 서사다. 앞서 정해인은 지난 24일 방송된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해 "애정신이 후반부에 나와서 시청자분들이 애가 타셨을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이 나오니까 지켜봐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에 '엄마친구아들'이 남은 회차에서 아쉬운 목소리를 지우고 성공적으로 막을 내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작품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2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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