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티켓 가격 인하보다 양질의 콘텐츠 제공에 집중
"극장은 공간 사업, 계속 지출되는 부대 비용도 고려해야"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된 '극장 티켓 가격'이다.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제기됐던 해당 문제는 최근 대배우의 소신 발언으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가운데 <더팩트>는 티켓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영화업계의 입장을 들어보면서 '티켓 가격 인하'가 침체기가 계속되고 있는 극장가를 살릴 수 있는 '핵심 키'가 될 수 있는지 알아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하게 인상된 극장 티켓 가격을 향한 부정적인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영화인연대는 멀티플렉스 3사의 불공정 정산 등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을 조사해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다만 영화계는 티켓 가격을 인하하는 방법을 고려하기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관객들의 발걸음을 다시 영화관으로 돌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는 지난 7월 성명서를 통해 멀티플렉스 3사가 계열사를 밀어주고 스크린을 독과점하는 등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이윤 압착을 통해 중소 배급사와 제작사 및 창작자의 몫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불공정·불투명한 '깜깜이 정산'과 관련해 극장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은 "불공정 분배는 창작·제작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영화의 성장동력을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민식의 '작심 발언'에 감사함을 표한 영화인연대는 극장이 팬데믹 이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 세 차례에 걸쳐 큰 폭의 티켓값을 인상한 것이 영화산업 침체 및 관객 수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고 다시 한번 지적했다.
영화인연대는 CGV의 '컬처 위크'와 관련해 "해당 제작사·배급사의 부당한 권리 침해가 없었기를 바란다"며 "이런 이벤트는 단발성일 뿐 영화계와의 근본적 합의가 없이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CGV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CGV를 포함한 극장 3사가 티켓값 인하와 불공정 정산 문제 그리고 점점 심해지는 스크린독과점 해결을 위한 전향적 논의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범죄도시' 시리즈부터 '서울의 봄'과 '파묘'까지 코로나19 이후 극장 티켓 가격이 인상된 상황에서도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작품들은 꾸준히 나왔다. 그럴 때마다 업계 관계자들은 "좋은 작품이면 (티켓 가격이 비싸다고 느껴도)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입 모아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외의 영화들은 좀처럼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하면서 더욱 극심해진 흥행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극장가는 현실적으로 영화 티켓 가격 인하할 수 없는 것일까.
먼저 영화관 관계자 A 씨는 <더팩트>에 "극장은 공간 사업이다. 인건비와 시설비, 임대료 등 기타 부대 비용이 계속 나가고 있다. 관객이 한 명이 방문하든 백 명이 오던 시설비가 계속 드는 구조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마지막으로 티켓 가격이 인상된 건 2022년이다. 그 이후로 벌써 2년이 지났다. 물가나 시급이 다 우상향하고 있는데 극장 티켓 가격만 반대로 가야 하는 게 맞는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닥뜨린 후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영화계다. 배급사 관계자 B 씨는 "배우들의 몸값과 제작비가 다 오르는 상황에서 티켓 가격만 내려야 한다는 시선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 C 씨는 "'티켓 가격을 내린다고 많은 관객이 극장을 방문할까?'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답을 모르겠다. 또 가격을 내린다면 얼마 정도가 적당한지도 의견이 갈릴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더욱 조심스러운 게 아닐까"라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계는 관객들에게 더욱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질 좋은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A 씨는 "'범죄도시' 시리즈와 '파묘' 등을 보면 결국 재밌고 좋은 영화는 보러 온다. 잘 되는 영화를 보지 않았을 때의 소외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렇기에 결국 티켓 가격이 문제가 되는 부분인가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뻔한 답변일 수 있겠지만 좋은 콘텐츠라면 관객들이 알아준다는 믿음을 가져야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에 비해 관객의 수가 현저히 감소한 것에 관해 다채로워지고 있는 문화생활을 꼽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 D 씨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문화생활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캠핑이나 콘서트를 가거나 골프를 치는 등 여러 옵션이 많이 생겼다"며 "2시간을 들여서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판단되면 보러온다. 하지만 가치 판단의 기준이 과거와 분명 달라졌다. 티켓 가격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바라봤다.
OTT 한 달 구독료와 비슷한 티켓 가격에 부담을 나타내고 있는 대중의 반응에 관해서도 입장을 전했다.
A 씨는 "극장은 영화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물론 요즘 집에서도 큰 화면과 좋은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고 하지만 극장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같은 콘텐츠를 즐기는 곳이다. 다시 말해 모든 감각을 깨워서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기에 OTT로 콘텐츠를 보는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 생각한다"며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구독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 OTT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 볼 것을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OTT는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시리즈를 계속 선보이면서 구독하게끔 만들어야 하고 극장은 좋은 영화를 개봉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은 다를지라도 궁극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선보여야 하는 업계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며 "동일 선상에서 극장 티켓 가격과 OTT 구독료를 비교하기보다 크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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