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주년 맞아 정규 7집 발매
격려와 위로 그리고 응원 담은 'GROWTH THEORY'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윤하는 자신의 데뷔 20주년을 두고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표현했다. 짧지 않은 시간을 가수로 지내며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을 본인도 믿으며 터널 같은 시간을 버텨내기도 했다. 그렇게 맞이한 두 번째 스무 살의 윤하는 본인이 겪은 감성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한다.
윤하는 지난 2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발매한 정규 7집 'GROWTH THEORY(그로우스 띠어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GROWTH THEORY'는 지난 1일 각종 음원 차트를 통해 전곡 공개됐으며 피지컬 앨범은 3일 정식 발매됐다.
'GROWTH THEORY'는 지난 2021년 11월 발매한 정규 6집 '엔드 띠어리(END THEORY)' 이후 2년 10개월 만에 내놓는 정규 앨범이다. 'THEORY(띠어리)'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로 윤하가 직접 작사 및 작곡한 총 10곡이 수록됐다.
이번 'GROWTH THEORY'는 제목 그대로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소녀와 개복치 그리고 작고 낡은 요트가 함께하는 장대한 여정을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여정의 과정을 통해 다양한 주체들과 교감하며 깨닫게 되는 '성장'의 의미를 담았다.
윤하는 "1년 동안 열심히 만들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중 가장 화려한 앨범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항상 마지막인 것처럼 영혼을 갈아 넣어서 활동하겠다"고 앨범 공개 소감을 밝혔다.
"2년 10개월이라는 시간이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어요. 다만 저에게는 좀 빨리 돌아온 느낌이었어요. 3년이라는 시간을 넘기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목에 칼이 들어왔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어요. 지지부진한 1년이었죠. 어떨 때는 진행이 쭉 되다가도 어떨 때는 안 나아갈 때가 있더라고요. 계속 깎고 다듬는 과정을 거쳤어요."
실제로 윤하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한 자리에 자꾸 고여 있는 듯한 답답한 심정을 느끼기도 했단다. 그는 "누구든 그렇지만 굉장히 작은 부분에 고립될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더 큰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앨범 주제를 두고 대표님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갈등이 있었다.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마땅한 아이디어도 없어 답답했다. 그러다 호주로 여행을 가게 됐다"고 돌이켰다.
은하수도 볼 겸 떠난 여행지에서 윤하는 드디어 해답을 찾았다. 그는 "별도 보고 이런저런 생물들을 보는데 그 중 눈에 띈 게 맹그로브 나무였다. 사람에 대한 역사가 아니라 생물에 대한 역사를 노래로 풀어도 재밌겠다 싶더라. 역사라는 건 특히 사람의 역사라는 건 상대적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지 않나. 그러나 생물이라면 예민하지 않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 싶었다. 역시 뭐든 자연에 해답이 있는 것 같았다"며 웃어 보였다.
타이틀곡 '태양물고기'는 타인의 평가나 타인의 잣대가 아닌 스스로 치열히 옳다고 여기는 길을 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태양물고기는 개복치의 영어 이름을 한국어로 재풀이한 것이다. 즉 윤하는 '개복치'를 주제로 내세운 노래를 내놓은 것.
이와 관련해 그는 "물고기 중 개복치만 'SUN(선)'이라는 태양의 의미가 붙더라. 그렇다면 그 이유가 있을 텐데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더라. 사실 '개복치'라는 밈이 한국과 일본에만 있지 않나. 알고 보니 개복치는 인간이 가둬둘 때 짧은 수명을 보이는 거지 생각보다 수명이 길다. 성체가 된 후 20년 이상 산다고 하는데 '20'이라는 숫자에 또 의미 부여를 하게 되더라. 그때부터 애착이 가기 시작해서 책을 사는 등 탐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친구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는 친구더라고요. 그 점이 여러 장르를 시도했던 저랑도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매력 있는 친구인데 아직은 편견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개복치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노래를 만든다면 어떨까 싶었어요. 오히려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말고 '개복치 같은 사람이 됩시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사실 그동안 윤하가 보여온 곡 작업이 그렇듯 '태양물고기' 외에도 모든 수록곡이 의미가 있고 주제가 있었다. 때문에 왜 '태양물고기'를 타이틀곡으로 선정했을지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윤하는 "인트로를 듣는 순간 너무 잘 뽑혔더라. 전략적으로 타이틀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상업적인 이유라고 솔직하게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요즘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지점들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내가 누군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걸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분명한 건 내 삶의 답은 내게 있다는 것이에요. 개복치처럼 어디에 속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길이라는 게 있습니다. 원래 선례가 없으면 불안하기 마련이에요. 내 인생의 처음이란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러니 자신을 좀 더 표현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꼭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
이번 정규앨범이 더욱 특별한 건 윤하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발매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20주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윤하는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규정했다"며 "20주년이라고 표현하면 너무 중견가수 같지 않나. 스무 살이라고 하면 아직은 보호를 받아야 하고 도전을 해도 격려를 받을 것만 같다. 때문에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직 못 해본 것들 다 해봐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 말했다.
2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시간이 오기까지 마냥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이제는 그만할 때가 됐나'라며 모든 걸 놓고 싶을 때도 있었던 윤하다. 그런 그가 지난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부채감'이었다.
"5~6년 정도 너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좀 속물 같은 이야기지만 당시에 한강뷰 아파트를 샀어요. 대출은 많았지만 행복했죠. 동시에 불편한 마음도 있었어요. 이 아파트는 제 노래를 들어주는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살 수 있었던 거잖아요. 정말 집 안에 있는 벽지 하나도 모두 팬들이 해준 것이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저는 5년간 정규앨범 하나 못 내고 밀려 있더라고요. 당시 팬들과 직접적인 소통 창구가 없었던 만큼 더욱더 곡 작업을 해야겠더라고요. 버텼다기보다는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었어요.(웃음)"
지금도 마찬가지다. 20년을 함께해주고 욕을 하더라도 콘서트장에 와서 해주는 팬들이 있었기에 '반려가수'로서의 부채감을 늘 지니고 있단다. 이에 윤하는 "팬들이 날 키워주는 느낌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출이 나지 않는 가수를 스태프들이 꾸준히 맡는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런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기반을 팬들이 계속해서 마련해준다. 홀릭스(팬덤명)이 지지를 해주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포기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버티고 이겨내고 해냈던 윤하는 지난 2022년 '사건의 지평선' 역주행과 함께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발매한 이번 정규 7집은 공개와 동시에 음원차트에 진입하며 정주행의 신호탄을 쐈다.
"성적이요? 지금만으롣 너무 만족스러운데요.(웃음) 제가 바란 것이 있다면 여러분들이 계속 뜯어도 보고 맛도 보고 이런저런 해석을 하면서 즐기는 거예요. 그러면서 매일 해적왕이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출근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사실 전 순위보다 리뷰에 집착하는 편입니다. 리뷰로 피드백을 들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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