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 보이는 전망을 가진 레이크뷰 모텔 주인 상준 役으로 열연
"이런 작품 만나기 쉽지 않아…이야기 구조 재밌어"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모완일 감독은 배우 윤계상의 '착한 얼굴'을 보고 캐스팅을 결정했다. 윤계상 또한 모완일 감독의 결정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출연을 결심했다. 두 사람의 끈끈한 신뢰 덕분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윤계상 표 상준이 탄생했다. 보면 볼 수록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다.
윤계상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극본 손호영, 연출 모완일)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호수가 보이는 전망을 가진 레이크뷰 모텔 주인 상준 역을 맡은 윤계상은 "'너무 불쌍하다'고 반응해 주시는 걸 봤다. 이미지 변신이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에서 상준의 역할이 제대로 전달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작품은 총 8부작으로 지난 2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윤계상은 처음에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시나리오를 보고 의문스러움이 가득했단다. 그는 "작품이 일반 드라마가 갖고 있는 플롯의 구조가 아니라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비슷한 드라마가 있었다면 시청자분들도 이해하실 텐데 그런 게 아니다 보니 생소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점점 작품에 매료됐던 것 같아요. 모든 배우가 대본을 보고 '이런 작품 만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했어요. 처음에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니까 이게 무슨 연관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결과적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두 세계가 만나서 한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구조인데 이게 굉장히 재밌게 느껴졌어요."
윤계상이 맡은 상준은 레이크뷰 모텔의 주인이자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평범한 가장이다. 모든 손님을 친절하게 맞이하던 상준은 의문의 불청객을 객실 안으로 들이게 되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상준은 한 마디로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다. 그는 모텔 근처를 서성이던 한 손님을 객실 안으로 들였을 뿐이고 성심성의껏 손님을 대한 것밖에 없다. 그러다 밤이 깊어져 카운터에서 잠시 잠을 청했을 뿐이고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친구와 밥을 먹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무심코 던진 돌에 맞아 모텔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게 돼 한순간에 무너진다.
작품을 보다 보면 왜 이렇게까지 상준한테 안 좋은 일이 생기는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에 윤계상은 "많이들 안타까워해 주셔서 굉장히 뿌듯했다"며 "하지만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상준이가 안 좋은 상황에 계속 휘말리기는 하지만 엄청난 큰 일을 당하지는 않거든요. 안 좋은 일이 계속 발생했을 때 주변 인물들이 그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고 외면하면서 점점 무너지죠. 그래서 이 일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건은 자연재해처럼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치유가 완벽하게 되지 않으면 인간은 누구나 작은 일에도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상준이 살고 있는 시간은 성아(고민시 분), 영하(김윤석 분)가 살고 있는 시대와 다르다. 영하의 펜션에 성아가 방문하기 몇 년 전, 상준에게 큰 사건이 일어난 것. 상준은 아내가 죽은 뒤 자신 또한 정신을 놓게 된다. 그때의 기억에 갇힌 채 요양원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상준. 그가 영하와 마주할 때는 이미 시간이 오래 지난 후다.
이에 윤계상은 시간을 오가는 상준의 모습을 표현해야 했다. 과거 사건에 휘말렸던 상준의 젊은 시절부터 노인이 된 상준의 모습까지. 윤계상은 "'연기에 티가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했다. 살을 좀 빼면 상준의 고통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체중 감량을 했는데 감독님께서 오히려 젊어 보인다고 걱정하셨다"고 웃으며 말했다.
"목소리 톤을 다르게 하고 싶었는데 그게 티가 날 것 같았어요. 그래서 평상시의 목소리 그대로 했죠. 하지만 자기가 만든 고통의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걸음걸이 같은 부분에 집중을 많이 했어요. 이 사람이 왜 치매가 걸렸는데도 그 시간 속에 갇혀서 그때의 이야기를 반복할까에 초점을 두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또한 윤계상은 상준이 다른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해당 시대에서 원톱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야 했다. 그렇기에 부담감도 컸다. 그는 "김윤석 선배님 이야기에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최대한 애썼다. 누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최대한 상준이를 힘들게 만들어서 나중에 영하를 만났을 때 그 감정이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그가 어떤 행동을 취할 때 상준의 감정이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엄청 디테일한 분이에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요.(웃음) 정확한 감정선이 있는 것 같아요. 뜬구름 잡는 얘기는 하지 않고 배우가 이야기와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계속 설득해 주시는 분이에요. 그래서 작품을 보다 보면 소품 같은 거에 의미를 숨겨둔 게 되게 많아요. 의미상으로 시청자분들께 어떻게 보일지를 계속 고민하는 분이라 저도 많이 노력했죠."
1999년 그룹 god로 데뷔한 윤계상은 어느덧 데뷔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그간 god로 '촛불하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길' 등 다수의 히트곡을 발매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온 윤계상은 다양한 작품에도 출연하며 시청자들과 만났다. 특히 2017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에서 '빌런' 장첸 역으로 강렬한 연기력을 보여줘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장첸은 여전히 윤계상의 '인생캐'로 불린다.
그뿐만 아니라 드라마 '굿 와이프' '유괴의 날' 등에 출연해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또한 오는 9월 개최를 앞둔 god의 콘서트는 전석 매진을 달성하기도 했다. 가수와 배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성공적으로 잡은 윤계상은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god 콘서트 티켓이 매진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대체 왜 이러는 거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웃음) 저한테는 축복이죠. 사람이 계획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니까 god는 그냥 하늘에서 내려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콘서트 때 저희는 노래 안 부르고 팬 분들이 다 부르시거든요. 그냥 이 모든 게 다 감사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윤계상은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좋은 배우, 그리고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계속 앞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배우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요. 아직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더 나아가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주변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바꿀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이 내게 쉽게 말을 붙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게 좋은 어른인 것 같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계속 노력하는 중이에요."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