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정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관대한 처분 내려달라"
H씨, 구치소에서 보낸 김호중 자필 사과 편지 받고 결심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뺑소니 교통사고로 재판에 회부된 가수 김호중이 두번째 공판기일(19일)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사고 피해자 H씨가 재판부에 자발적 '선처 탄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알려졌다.
택시기사 H씨는 지난 7일 "김호중을 선처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냈다. 김호중 측이 사전에 탄원서를 써달라고 요청하거나 교감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출됐다는 게 밝혀져 그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다툼 관계인 피해자가 가해자의 간곡한 요청없이 자진해서 선처 탄원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말한다. 이 점에서 H씨의 탄원서가 향후 재판에 의미있는 결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팩트>가 11일 오후 택시 기사 H씨와 전화통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선처 탄원서가 제출된 지 나흘만이다. (통화에서 신분이 밝혀지는 걸 원치않는다는 요청에 따라 이름은 성의 이니셜 'H씨'로 표기한다)
H씨는 "선처 탄원서를 낸 사실이 알려진 뒤 언론 인터뷰 요청이 많았지만 모두 거절했다"면서 "누군가에게 칭찬을 듣거나 감사 인사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닌 순수한 마음이었다는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뺑소니 사고 피해자 H씨와 전화로 주고받은 인터뷰 일문일답>
-우선, 사전 교감이 없었던 걸로 알려졌는데 어떤 이유로 선처 탄원서를 쓰게 됐는지 궁금하다.
"구치소에서 한통의 편지가 왔다.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었는데 김호중씨가 자필로 직접 써서 내게 보낸 사과의 내용이었다. 편지에서 김호중 씨는 '당시 서있는 제 차와 부딪치는 사고를 내고 구호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뒤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편지에 담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제 마음을 울렸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란 것을 할 수 있는데 심성이 여리고 착하다는걸 느꼈다."
-혹시 김호중이 보낸 자필 편지에 탄원서를 부탁한 게 있었나?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냥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다. 그래서 그 마음이 더 기특하게 여겨졌고 탄원서라도 써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히려 그런걸 요구했다면 생각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합의하고 돌아선 이후로는 소속사나 변호사 누구도 그와 관련된 얘기를 저한테 요청한 일이 없다. 법적 이해관계로만 보면 저랑은 (합의가) 다 끝냈고, 냉정하게 말해 저한테는 더 볼 일이 없는 셈이다.
-사고 당시는 차가 크게 출렁거릴만큼 충격이 컸던 걸로 알고 있다. 어느정도 다쳤는지, 현재 몸상태는 괜찮은가?
사고 당시 충격을 크게 받은 것은 맞다.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많이 다친 것은 아니다. 사고 이후 필요한 병원 치료를 충분히 받았고 몸은 거의 회복됐다. 지금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
-혹시 본업인 택시 운행을 재개했는지도 궁금하다.
한동안 쉬다가 최근에 복귀했다. 대신 운전은 조금씩 워밍업하듯 찬찬히 하고 있다. 많이 하지는 않고 요즘 하루 두세 시간씩 조금만 하고 있다. 아직은 일에 욕심을 크게 내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운전으로 생업이 아주 절박한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도 쉬엄쉬엄 일을 해갈 생각이다.
전화 인터뷰에서 H씨는 "누구나 잘못한 일에 책임지고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인간적인 측면에서 진심으로 용서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식의 잘못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안타까웠는데 탄원서를 내고 나니 스스로 위안이 됐다"고 덧붙였다.
또 "탄원서에는 '(김호중 씨가) 사건 초기에 어리석은 마음으로 처벌을 피하려 행동했으나 진심으로 본인의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고 있으니 법이 정하는 한도내에서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내려 다시 재기할 기회를 한번 주시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전했다.
김호중은 지난 5월 9일 본인 소유의 차를 운전하던 중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에서 오던 택시와 접촉 사고를 냈다.
사고 이후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들이 김호중의 음주 운전 정황을 없애기 위해 운전자 바꿔치기와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을 키웠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태헌)는 지난 6월 18일 김호중을 특가법 위반(위험운전치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 교사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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