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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생곡(176)] 김민기 '아침이슬', 추상적 가사 속 '강렬한 끌림'

  • 연예 | 2024-08-08 00:00

'김민기 1집'(71년) 발표-후배 양희은 데뷔 앨범 수록
정부, 건전가요 선정-금지곡 지정-80년 대 중반 해금


'아침이슬'은 김민기가 최근 세상을 떠나면서 뜨겁게 재조명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작곡했던 '친구'와 함께 '김민기 1집'(71년)에 담았다. 같은 해 그가 직접 편곡해 양희은 데뷔 앨범으로 발매됐다. /인스타그램 캡처
'아침이슬'은 김민기가 최근 세상을 떠나면서 뜨겁게 재조명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작곡했던 '친구'와 함께 '김민기 1집'(71년)에 담았다. 같은 해 그가 직접 편곡해 양희은 데뷔 앨범으로 발매됐다. /인스타그램 캡처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고 김민기의 노래 '아침이슬'의 가사는 매우 추상적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각기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긴밤 지새우고 아침이 찾아오면 풀잎에 맺힌 이슬은 맑고 깨끗한 정수이지만, 시련을 겪은 누군가에게는 가슴에 담은 설움일 수도 있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나 이제 가노라'(김민기의 '아침이슬' 가사 1절)

시련을 겪은 이슬은 작은 물방울로 뭉치고 모여 더 넓은 강과 바다로 흘러가기도 한다. 때론 홀로 태양에 맞서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무모해보여도 이는 뜨거운 태양에 사라지는게 아니라, 자유로이 하늘을 나는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곡은 김민기가 최근 세상을 떠나면서 뜨겁게 재조명 받았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작곡했던 '친구'와 함께 이 곡을 '김민기 1집'(71년)에 담았다. 같은 해 그가 직접 편곡해 양희은 데뷔 앨범으로 발매됐다.

고 김민기가 세상을 떠난 직후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김일중입니다' MC 양희은이 직접 그의 부고를 알리며 과거 인연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김민기가 작사·작곡하고 자신이 부른 '아침이슬'을 틀었다. /학전 제공
고 김민기가 세상을 떠난 직후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김일중입니다' MC 양희은이 직접 그의 부고를 알리며 과거 인연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김민기가 작사·작곡하고 자신이 부른 '아침이슬'을 틀었다. /학전 제공

'아침이슬'은 양희은이 불러 더 크게 알려졌지만, 70년대 이후 지금의 양희은을 만든 것은 김민기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만큼 많은 도움을 줬다. 양희은과는 재동초등학교 1년 선후배 사이다.

고 김민기가 세상을 떠난 직후 MBC 라디오 '여성시대 양희은, 김일중입니다' MC 양희은은 직접 그의 부고를 알리며 과거 인연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같은 방송에서 김민기가 작사·작곡하고 자신이 부른 '아침이슬'을 틀었다.

"미국으로 떠나는 어느 선배를 위한 환송 음악회가 열렸습니다. 거기서 김민기 선생이 만든 '아침 이슬'을 어느 분이 부르는 걸 들었는데, 저는 그 노래에 반해 숨을 죽이고 열심히 들었는데,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콧날이 시큰거릴 정도였습니다."

당시 양희은의 소망은 오직 이 노래를 부르고 싶은 간절함 뿐이었다고 한다. 기도가 통했을까. 김민기 친구의 도움을 받아 찢어진 채로 바닥에 버려져 있던 악보조각을 얻을 수 있었다. 양희은은 "마치 귀한 보물처럼 안고 집에 와서 조각을 맞춰 테이프로 붙였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목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를 목청껏 불렀다"고 전했다.

고 김민기는 생전 수많은 곡을 쓴 김민기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즉석에서 작곡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상록수', '친구', '기지촌' 등이 그렇게 작곡된 노래들로 알려져 있다. /김민기 앨범 재킷
고 김민기는 생전 수많은 곡을 쓴 김민기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즉석에서 작곡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상록수', '친구', '기지촌' 등이 그렇게 작곡된 노래들로 알려져 있다. /김민기 앨범 재킷

결국 김민기의 허락을 받아 첫 음반에 취입할 수 있었다. 양희은의 실력을 금방 알아본 김민기는 편곡과 반주도 직접 맡아줬다. 양희은은 만 18살 때인 71년에 이곡을 담은 첫 음반을 내고 가요계에 데뷔했다.

'아침 이슬'은 발표 당시엔 정부에서 선정한 건전가요상도 받았지만, 1년 후 민주화 시위에서 널리 불리자 유신정권은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김민기에 대한 탄압도 자행했다. 수많은 세월이 흐른 80년대 중반에서야 해금됐다.

생전 수많은 곡을 쓴 김민기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즉석에서 작곡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상록수', '친구', '기지촌' 등이 그렇게 작곡된 노래들로 알려져 있다. 가수와 작곡가, 그리고 병세 악화와 경영난으로 인해 극장(학전) 문을 닫기까지 평생을 뮤지컬 연출가로 살았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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