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은 가장 존경하는 선배"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형사 검사 회계사 등 '사짜' 전문가 배우 최진혁이 '로맨스 코미디'에 도전했다. 이번에도 직업은 검사지만 앞서 보여준 캐릭터와 결이 살짝 다르다. 완벽주의자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선 한없이 따뜻해지는가 하면 허당미를 발산한다. 그리고 이 모습이 매력적으로 그려진다.
지난 4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극본 박지하, 연출 이형민 최선민, 이하 '낮밤녀')는 어느 날 갑자기 노년 타임에 갇혀버린 취준생(취업 준비생) 이미진(정은지 분)과 낮과 밤 올 타임 그에게 휘말린 능력 있는 검사 계지웅(최민혁 분)의 기상천외한 인턴십과 로맨틱 코미디다.
최민혁은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낮밤녀'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드라마를 다 찍어놓고 방영을 기다린 게 처음이라 어색하다. 오히려 '벌써 끝나나?' 실감이 안 나고 다들 아쉬워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작품서 이정은과 정은지는 '2인 1역'을 맡았다. 극 중 정은지는 계속된 취업 실패로 스트레스를 겪던 중 50대가 돼버리는 이미진을, 이정은은 50대로 변한 이미진이 취업에 성공해 서한지청 시니어 인턴으로 살아가는 임순을 연기한다. 그리고 임순은 서한지청 검사 계지웅(최진혁 분)과 일한다.
최진혁이 연기한 계지웅은 확실한 증거 외 아무것도 믿지 않고 사생활도 없이 일만 하는 '일 중독자'다. 독보적인 실력을 갖고 있지만 차갑고 완벽주의 성격 때문에 '왕재수' '개검사' 등의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서한지청에 발령이 난 후 오래전 발생한 연쇄 부녀자 실종사건에만 골몰한다. 또 계지웅은 어릴 적 엄마가 실종된 아픔이 있다. 그때문에 사건에 더욱 집착하고 트라우마를 겪는다.
여기에 최대의 적수 중년 아줌마 임순이 나타나며 전개는 급물살을 탄다. 임순은 끊이지 않는 오지랖과 쓸데없는 관심으로 계지웅을 피곤하게 하지만 MZ세대 같은 마인드와 엄청난 체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처음엔 차갑게 대하던 계지웅은 임순에게 차츰 마음을 열게 되고 여기에 코믹적인 요소가 가미된다.
"원래 시놉시스 상 차가운 캐릭터라 개그 장면이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임순을 쫓아내기 위해 회의를 하고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그 예죠. 갑자기 코미디가 됐어요.(웃음) '내가 너무 무겁게 차갑게 가면 안 되겠구나' '개그와 진지를 넘나드는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계지웅은 어릴 적 아픔이 있기도 한데 어린 지웅이 연기를 잘해서 더 잘 와닿았어요. 또 저는 엄마에 대한 애착이 커서 몰입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죠."
작품의 첫 회 시청률은 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입소문을 타더니 매회 최고 시청률을 갈아끼웠고 단 6회 만에 7.7%, 12회엔 9.4%를 찍었다. 또 넷플릭스에서 톱 10안에 들면서 국내외 화제성까지 견인했다.
이 같은 흥행에 최진혁은 '이정은과 정은지 그리고 스태프의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먼저 2인 1역을 맛깔나게 소화한 이정은과 정은지를 입이 닳도록 칭찬했다. 또 스태프들이 열심히 해주고 카메라 뒤에서도 응원 및 애정 하는 게 느껴져 신나게 연기를 했단다. 또 한파로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현장이지만 그 누구도 화 혹은 짜증을 내지 않았다는 훈훈한 현장도 전했다.
"멜로 코미디 판타지가 섞여있기에 당연히 해외에서도 좋아할 거라 예상했어요. 또 초반 은지와 정은 누나 모두 에너지 있게 끌어줘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요. 저는 김칫국 안 마시려 했는데 2회 끝나고 넷플릭스 1위더라고요. 방영하자마자 올라가니까 기분이 좋았고 신호탄이라 생각했어요. 이후 시청률이 점점 올랐고요. 원래 저희 목표가 10%인데 못 찍는다 해도 만족스러워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업, 좋은 시간이니까요."
최진혁과 정은지는 로맨스로 매 주말 시청자들에게 달달함을 선사했다. 이는 촬영장 밖에서도 계속됐다. 작품 홍보차 나온 각종 예능에서도 핑크빛 기류가 이어져 '최진혁이 정은지를 진짜 좋아하는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릴 정도다. 이정은이 두 사람의 관계를 밀어주는 듯해 더욱더 화제가 됐다.
"은지가 워낙 성격 좋고 털털하고 장난을 좋아해 빨리 친해졌어요. 은지는 동물적이고 반응이 빨라요. 저보다 어린데 선배 같아 농담 삼아 '저보다 선배'라고 했는데 진심이에요. ('진짜 좋아한 적이 있냐'는 댓글에) 있다고 해도 이상하고 없다고 해도 이상한데요.(웃음) 멜로 연기할 땐 설레죠. 그런데 '컷' 소리만 나면 티격태격이에요. 오히려 은지가 '사람들이 오빠가 날 좋아하는 줄 알아'라고 하길래 '미안하다. 넌 왜 이렇게 질색팔색이냐'라고 했어요."
앞서 최진혁은 제작발표회에서 '이정은이 먼저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이 작품을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이정은의 존재가 최진혁을 지금 이 자리까지 끌고 온 셈이다. 그는 이정은에 대해 '존재만으로도 집중시키는 힘'이라 설명하며 '존경하는 선배'라고 칭했다.
"정은 누나를 보며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를 느꼈어요. 열정이 초심처럼 남아있고 지금까지 유지된다는 건 배울 점이죠. 그동안 '존경하는 배우'가 딱히 없었는데 이번에 생겼어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그동한 함께 한 선배들께 죄송하지만 (웃음) 우러러 나온 존경은 처음이랄까요. 누나는 에너지가 좋고 집중력과 장악력이 장난 아니에요. 최근 누나 연기를 다시 보려고 영화 '기생충'을 다시 봤는데 소름 끼쳤어요. '낮밤녀'에서 대역 없이 직접 다리도 찢으시고 춤도 잘 추시고 여러 방면으로 내공이 남달라요."
완벽한 계지웅이지만 그는 이미진과 임순이 동일 인물임을 눈치채지 못한다. 이에 '답답하다'는 시청자 의견이 쏟아졌다. 최진혁은 "나 역시 답답하다"며 "미행을 한다든지 그래야 하는데 에이스 검사가 그냥 넘어가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이를 덮어버리면 작품 전체가 흔들리기에 수긍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살인사건의 범인이 나옥희(배해선 분)임을 10회까지 몰랐다고 밝히며 "많이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분이다 보니 서프라이즈인가? 싶었고 충격적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간 최진혁이 주로 맡은 캐릭터는 형사 검사 등 카리스마 있고 진중한 역할이다. 그렇다 보니 실제 이미지 역시 '차갑게' 굳어졌다고 한다. 이를 깨기 위해 다양한 예능에 출연 중이다. 최근 SBS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에서 사기당한 경험을 고백하고 엄마한테 잔소리 듣는 평범한 아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낮밤녀'에서도 엉뚱한 모습을 드러내며 웃음 유발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에 그는 '정통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바라면서도 40대를 앞둔 지금, 누아르로 거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편견을 깨고 싶어 나온 게 '미우새'예요. 그런데 너무 바보처럼 된 것 같아요.(웃음) '모지리(머저리)'처럼 나왔는데 실제로도 장난끼 많고 허술해요. 확실히 '미우새' 방영 이후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와 주더라고요. '낮밤녀'에선 병희 형이랑 정은이 누나 보면서 코미디 톤을 맞췄어요. 이를 통해 정통 코미디를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미지에 비해) 누아르를 전문적으로 표현한 적이 없어요. 거친 역할, 잔인하고도 액션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아울러 그의 필모그래피 중 높은 화제성을 견인한 작품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비현실적 요소'를 갖고 있다. '구가의 서' '황후의 품격' 그리고 '낮밤녀'가 그렇다. 판타지와 최진혁의 시너지가 있는듯하다. 이에 최진혁은 "대본은 제가 읽었을 때 재밌는 거를 고른다. 납득이 돼야 하고 몰입할 수 있는지가 중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20대 30대 그리고 40대를 바라고 보고 있는 올해를 거치며 느낀 감정을 드러냈다.
"20대에는 '네가 생각이 많고 진중하니까 연기(틀)가 깨질 수 없는 거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30대부터 일탈을 하려고 노력했죠.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I(내향적)에서 E(외향적)으로 바뀌고 연기도 편안해지더라고요. 지금도 검토 중인 작품이 있는데 그전에 팬들을 먼저 만날 거예요. 팬미팅에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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