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명, 흉악범 김국호 役으로 섬세한 열연
'노 웨이 아웃'이 던진 화두 강조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본투비 살인자 역할이다. 배우로서는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이 따를 법도 했지만 배우 유재명은 오롯이 작품과 캐릭터의 매력만을 보고 선택했다. 숙제를 끝내고 검사를 받는 기분이라는 유재명은 작품이 던지는 화두를 통해 많은 이들이 토론의 장을 열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유재명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와 U+모바일tv에서 동시 공개되는 새 오리지널 시리즈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극본 이수진, 연출 최국희, 이하 '노 웨이 아웃')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재명은 극 중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를 맡아 작품의 중심축을 이뤘다.
'노 웨이 아웃 : 더 룰렛'은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유재명 분)의 목숨에 200억 원의 공개 살인 청부가 벌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출구 없는 인간들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드라마다.
극 중 김국호는 특정 직업군의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흉악범으로 13년 만에 출소한 인물이다. 이후 정체불명의 인물로 인해 '200억 원 공개살인청부'의 대상에 오르게 되고 그때부터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공개에 앞서 취재진을 먼저 만난 유재명은 "3월 말에 촬영을 앞두고 빠른 후반 작업을 마쳐 공개하게 됐다.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며 "열심히 했던 작품이 대중의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재명은 '노 웨이 아웃'에 가장 먼저 캐스팅된 배우였다. 그는 "대본이 가지고 있는 구조나 김국헌을 비롯한 인간들의 본성이 회를 거듭할수록 하나씩 깨어나고 그중 한 명인 김국헌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배우로서 매력적이었다.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한 뒤 긴 시간을 기다렸다. 한 분씩 합류할 때마다 대단한 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이 났다"고 밝혔다.
다만 김국헌을 둘러싼 여러 설정 등이 실제 성범죄자 조두순을 떠올리게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에 유재명은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는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배우가 여러 작품을 소화하며 선한 역도 악역도 할 수 있지만 이처럼 흉악범을 연기하는 경우는 유독 부담이 뒤따를 법도 했다. 더군다나 앞서 언급된 것처럼 실제 범죄자를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이미지 타격도 피할 수는 없는 지점이었다.
이에 대한 부담과 걱정은 없었을까. 유재명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부담은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렵진 않았던 건 내가 해석하고 디테일을 넣어 표현하고 싶었던 캐릭터를 오롯이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라며 "원래부터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만 하겠다는 전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당시 내게 들어온 작품 중 가장 매력적인 작품을 선택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이는 유재명의 평소 작품 선택 기준과도 맞닿아 있었다. 실제로 유재명은 작품을 고를 때 큰 기준이 없다며 "직감적으로 선택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노 웨이 아웃'도 고민 없이 한다고 했던 작품이에요. 다만 너무 악한 캐릭터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하긴 했어요. 저도 결정한 뒤 너무 센 역할을 한 건 아닌지 살짝 후회를 하긴 했지만(웃음). 다행히 상쇄시킬 작품이 내년에 준비돼 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었어요."
유재명은 김국헌을 연기하는 데 있어 '본성'에 집중했다. 그는 "태생적으로 악한 인물이다. 극이 전개되면서 출구가 없는 혼돈 속에서 살기 위해 도망자가 되면서 '내 죄를 살고 나왔는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며 답답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살고자 하는 한 인간"이라며 "이 인물을 선과 악으로 구분 지어 표현하는 것보다 '본성'을 표현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미화시켜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려고도 그렇다고 잔인하고 참혹한 모습을 강조해 보여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생명의 위협을 받았을 때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디테일을 찾아내고 해석하는 것이 유재명의 '키 포인트'였다. 그는 "연기자적인 욕망보다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돌이켰다.
유재명의 해석대로라면 가장 악질적이면서도 근본적인 악인이지만 무언가를 크게 가미해서도 축약해서도 안 되는 캐릭터였던 김국호다. 오히려 표현하는 데 있어 어려웠던 하나의 숙제이자 임무였을 터다.
이에 유재명은 "보통 지난 작품을 생각할 때면 후일담이기 때문에 힘들었던 순간들은 미화하고 포장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현재진행형이지 않나. 세상에 나와 평가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래서인지 큰 숙제를 하나 끝내고 선생님께 숙제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릴 때의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유재명은 '노 웨이 아웃'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더불어 사회적 구조에 관해서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는 곧 작품이 던지는 화두이기도 했다. 많은 메시지가 담긴 만큼 그 메시지를 자신에게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다 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첨언이다.
그는 "드라마나 영상 일을 하는 저희들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단순한 재미를 넘어 하나의 의미를 세상에 던져줄 수 있을 때다. 재능기부까지는 아니어도 내가 한 일을 통해 부조리한 구조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보람찰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성범죄자들의 명단 공개가 되고 있고 내가 살고 있는 옆에 아파트 성범죄가 산다고 느꼈을 때 실제로 우린 어떤 반응을 하는지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은 굉장히 현실적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회자가 됐으면 하죠. 작품 자체는 스펙터클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던지는 화두에 대해서도 토론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노 웨이 아웃'은 지난달 31일 1, 2회 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2회씩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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