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폭로 뒤 네티즌 사이 추측 난무…애꿎은 피해자 발생
결국 피해자인 폭로 당사자가 사과하는 결말
[더팩트 | 공미나 기자] 방송인 박슬기의 '갑질 남배우' 폭로가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주어 없는 폭로 탓이 추측이 난무하며 애먼 피해자만 둘이나 생겼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폭로 당사자도, 대중도 신중함을 갖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슬기는 지난 28일 유튜브 채널 'A급 장영란'에 공개된 '혼자사는 김새롬 청담동 아파트 최초공개 (연예계 뒷담, 연예인 인성)'이라는 제목의 영상에 출연했다. 해당 영상에는 박슬기를 비롯해 장영란 김새론 하지영 등 연예 정보 프로그램 리포터로 활동했던 이들이 등장해 연예계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이 중 박슬기는 같이 영화 찍은 한 남배우의 갑질을 폭로했다. 그는 "당시 내가 '키스 더 라디오' 생방송을 마치고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그건 협의가 된 내용이었다. 도착했을 때 쉬는 시간이라 햄버거를 돌려먹고 있었다. 다 알고 있던 일이지만 그래도 나 때문에 촬영이 딜레이됐으니 미안해서 '전 안 먹을게요'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대신 나 때문에 바빴던 매니저에게 햄버거를 먹으라고 했다. 그런데 그 오빠(남배우)가 내 매니저의 뺨을 때리더니 '야 이 개XX야 너는 지금 네 배우가 안 먹는데 너는 지금 왜 먹어!'라고 소리쳤다"며 "매니저한테 (화풀이) 한 것"이라고 말해 주위를 충격에 빠뜨렸다.
박슬기가 출연한 영화는 단 7편이며 목소리 더빙과 특별출연을 제외하면 5편이다. '키스 더 라디오'를 진행했던 시기 촬영했던 영화는 두 편뿐이다. 더욱이 박슬기가 '오빠'라고 지칭했기에 해당 남배우는 박슬기보다 연장자로 드러났다.
여러 단서를 토대로 네티즌들은 주어 찾기에 돌입했고 곧바로 배우 이지훈이 지목됐다. 이에 이지훈은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일에 이름이 거론된 거 자체가 내가 부족해서다. 지난 과거 저로 인해 상처받으셨던 분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제 더 이상 (박)슬기에게도 뭐라 하지 마시고 기사도 그만 내주시고 여기서 마무리되길 바란다 여러분의 추측은 아쉽게도 빗나갔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폭로로 이지훈이 봉변을 당하자 박슬기는 "지훈 오빠는 '몽정기2' 때 정말 재밌게 촬영했고 지금도 너무 좋아하는 오라버니"라며 "오빠, 아빠 되신 거 진짜 완전 축하드린다"고 글을 올리며 수습했다.
이지훈이 해명하자 네티즌들의 시선은 박슬기와 영화 '카리스마 탈출기'에 함께 출연한 배우 안재모에게 쏠렸다. 이에 그는 29일 MK스포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루 아침에 제가 영화 촬영 현장에서 갑질을 저지른 배우가 돼 있더라. 내가 하지도 않은 일임에도 이러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속상할 따름"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이 인터뷰에 따르면 박슬기 매니저는 안재모에게 "박슬기가 언급한 내용은 이지훈도 안재모도 아니었다. 무관한 분들이 괜한 오해를 사는 것 같아 박슬기도 불편한 마음"이라며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이처럼 연예계 익명 폭로로 마녀사냥이 이어지자 폭로자가 사과한 경우가 여럿 있었다. 지난해 12월 원로 연예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사유리도 그런 경우다.
사유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사유리 TV'에 게재한 영상에서 예능에 함께 출연한 한 원로 연예인이 외모 지적을 하더니 몇 명과 성관계를 했는지 물었다고 말했다.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 원로 연예인의 정체를 두고 각종 추측이 오갔다. 결국 사유리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이번 영상에 나왔던 내용 중 일부 발언에 있어서 많은 시청자분께서 다양한 분들을 언급하시는데 제 발언과 무관한 분들"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사유리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으로 혼란과 불편함을 야기한 점에 있어서 언급된 모든 분과 시청하시는 시청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발언과 행동에 있어서 더욱 신중할 수 있도록 주의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이와 함께 성희롱 피해를 언급했던 부분을 편집해 영상을 재업로드 했다.
2021년 배우 허이재도 한 남배우로부터 성관계 요구와 폭언을 들었다고 밝힌 뒤 사과했다. 당시 허이재는 배우가 현재 유부남이며 활발히 활동 중이라고 말해 다양한 추측을 낳았다. 네티즌들은 과거 허이재와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일일히 찾아보는 과정에서 오지호를 거론했다. 이후 오지호는 억울함을 호소했고 허이재도 "저로 인해 억울하게 거론된 배우분께는 전화해 죄송하다는 사과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어 없는 폭로가 나올 때마다 늘 애먼 이들이 오해를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잘못된 정보가 한 번 퍼져나가는 것은 쉽지만 이를 정정하는 것은 어렵다. 섣부른 추측이 또 다른 피해자를 낳으면 결국 폭로자가 사과해야 하는 상황으로 끝나기 부지기수다. 때문에 대중은 '폭로의 대상이 누구인가' 추측하기보다는 신중하게 반응하고, 과거 일로 상처받았을 폭로자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 돼야 한다.
반면 폭로자들도 신중함이 필요하다. 주어를 밝히지 못한다면 인물이 특정될 수 있도록 지나치게 자세한 묘사를 지양해아 한다. 이는 대중의 추측을 유도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가 아닌 단순히 가십성 폭로라면 자신의 발언이 가지는 파급력을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말을 내뱉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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