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청부·불륜·상속 전쟁 소재
진부한 전개에 예상 가능한 스토리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클리셰여도 정말 너무 클리셰다. 재벌가의 치명적인 스캔들이라고 하기에는 어디서 본 것 같은 이야기의 연속이다. 인물들의 다음 행동이 예측갈 수준이다. 살인 청부, 불륜, 상속 전쟁까지. 자극적인 요소가 모두 다 들어가 있지만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지는 못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만 빛난 '화인가 스캔들'이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화인가 스캔들'(극본 최윤정, 연출 박홍균)은 대한민국 상위 1% 화인가를 둘러싼 상속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나우재단 이사장 완수(김하늘 분)와 그녀의 경호원 도윤(정지훈 분)이 화인가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치명적 스캔들 드라마다. 총 10부작으로 지난 3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2회씩 공개 중이다.
작품은 세상의 정점이자 온갖 욕망이 뒤엉켜 있는 재벌가의 세계를 고스란히 담았다. 화인가의 상속권을 둘러싼 은밀한 전쟁이 시작되고 화인가의 며느리이자 아이콘 오완수를 노리는 살해 위협은 계속된다. 서도윤은 친한 친구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완수의 경호원으로 화인가에 입성하게 되고 두 사람은 점점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화인가의 후계자 김용국(정겨운 분), 화인가의 절대자 박미란(서이숙 분), 그리고 화인가의 변호사 한상일(윤제문 분)과 불청객 장태라(기은세 분)까지. 각자의 욕망을 좇는 캐릭터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그려진다.
'화인가 스캔들'은 미스터리 스릴러, 액션 드라마, 멜로까지 다채로운 복합 장르를 모두 담았다. 위험에 처한 오완수와 그를 구하기 위한 서도윤의 이야기에서는 폭발적인 액션과 드라마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여기에 화인가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이 밝혀지며 일어나는 사건들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그 안에서 인물들의 감정이 부딪힐 때는 애틋한 멜로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모두 다 어디서 본 듯한 클리셰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살해 협박을 받는 완수, 그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도윤. 완수는 처음에 도윤을 완벽히 신뢰하지 못하지만 계속 자신의 곁을 지키는 도윤의 행동으로 인해 점차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완수는 기금 모금 때문에, 도윤은 친한 친구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 마닐라에 방문한다. 이때 완수를 죽이기 위한 저격수가 등장하고 우연히 그 길을 지나던 도윤은 목숨을 잃을 뻔한 완수를 구해준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완수였기에 도윤은 완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집에 데려온다.
도윤은 총으로 인해 상처 입은 곳을 붕대로 감으려고 하지만 잘 안된다. 이때 완수는 도윤에게 다가가 그에게 붕대를 감아준다. 이어 도윤은 완수의 얼굴에 묻은 피를 조심스럽게 닦아주게 되고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눈빛을 주고받는다.
도윤은 친구의 죽음이 화인가와 관련돼 있다는 걸 깨닫고 경호원으로 입성한다. 그리고 완수의 곁에 계속 맴돌면서 완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남편인 용국이 태라와 내연 관계에 있다는 걸 목격했을 때도, 아이를 갖자며 강제적으로 스킨십을 할 때도 도윤은 완수의 곁에 늘 함께하며 그를 모든 위협으로부터 지키려고 애쓴다.
하지만 완수는 시어머니인 미란으로 인해 계속된 위기에 휩싸인다. 그러나 완수는 미란의 생각보다 더욱 집요하고 강한 인물이었다. 모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상황을 역전시킨다. 미란은 나우재단을 이용해서 돈 세탁을 하려고 했지만 완수는 이 계획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미란은 완수를 무너뜨리기 위해 용국과 태라 사이의 혼외자를 집으로 들이려고 한다.
그러나 완수는 용국과 태라 사이에 내연 관계가 얽혀 있다는 소문을 뿌리게 되고 기자회견을 연다. 완수는 혼외자가 돌아가신 시아버님의 아들이라는 거짓 고백을 해 판세를 완전히 뒤집는다. 계속된 위기로 인해 흔들릴 법도 하지만 완수는 그럴수록 더욱 완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러한 장면이 짜릿한 사이다를 선사하기도 했지만 전형적인 재벌가 드라마의 클리셰에 불과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그나마 이 작품에서 볼만한 건 완수의 서사다. 완수의 엄마는 미란이 운영하는 골프장의 캐디(골프 경기에서 보좌하는 사람)였다. 미란은 별것도 아닌 이유로 완수의 엄마를 해고하게 되고 이때 엄마는 미란 아들의 골프채 2개를 훔쳐서 달아난다. 완수는 그 골프채로 꾸준히 연습했고 결국 모든 경기에서 상을 휩쓰는 성공한 사람이 된다.
이곳저곳에서 상도 받고 100억 원 상당의 상금도 받았지만 완수의 엄마가 사치와 도박을 하면서 그 돈을 모두 날렸다. 완수는 그날부터 엄마와의 인연을 끊고 모든 돈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그가 남편의 외도를 알고 있음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의 힘으로 나우재단을 세계적인 국제기구로 승격시키려고 하는 의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일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완수 캐릭터가 이 작품에서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러한 완수의 서사를 탄탄하게 쌓아 올린 김하늘의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
김하늘은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에도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강한 의지를 밀도 높은 표현력으로 완성했다. 미란과 대치하는 상황 속에서도 절대 굴하지 않겠다는 그의 각오를 흔들리지 않는 눈빛과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표현해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또한 10년 만에 재회한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도 사업 얘기만 하는 미란을 보며 말로 표현 못 할 정도의 강한 분노에 휩싸인다. 그렇기에 쉽게 울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완수의 내면을 떨리는 입술, 분노에 찬 눈빛 등으로 표현해 '역시 김하늘'이라는 호평을 불러일으켰다.
K-마라 맛인 것처럼 보였으나 자극적인 요소로만 범벅된 '화인가 스캔들'이다. 서사의 빈약함이 보일수록 이를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력만 더욱 대단하게 보일 뿐이다. 총 10부작인 작품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남은 회차에서 이 모든 클리셰를 뒤집어엎고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화인가 스캔들'은 매주 수요일 2회씩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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