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첫 방송…이혼 소송 중인 최동석·이윤진 출연
출연자 폭로성 발언으로 각종 추측 낳는 중
[더팩트 | 공미나 기자] 더 이상 이혼은 흠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혼인 건수는 19만4000여 건, 이혼 건수는 9만2000여 건이다. 2쌍이 결혼할 때 1쌍이 이혼하는 시대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혼 후 그간 있었던 일을 폭로하며 전 배우자를 흠집 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새롭게 시작한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이제 혼자다'가 이혼 분쟁 중인 출연자에게 일방적인 폭로 판을 깔아주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 9일 처음 방송된 '이제 혼자다'는 이혼 후 새로운 출발선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관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방송인 박미선이 MC를 맡고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최동석, 배우 전노민 조윤희, 통역가 이윤진 등이 출연한다. 4부작 파일럿 예능으로 선보이는 이 프로그램은 1회 시청률 4.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 프로그램은 표면적으로 돌싱판 '나 혼자 산다'를 표방한다. 그러나 기획 의도와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본 '이제 혼자다'는 이혼 상대에 대한 폭로의 장이었다.
사실 '이제 혼자다'는 출연진 공개 과정부터 많은 우려를 낳았다. 네 출연자 중 최동석과 이윤진이 각각 방송인 박지윤, 배우 이범수와 이혼 절차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은 SNS를 통해 이혼 상대를 향한 폭로성 발언을 이어왔던 터다. 최동석은 지난 25일에도 SNS에 "친구들 질문 있어. 한 달에 카드값 4500(만 원) 이상 나오면 과소비야, 아니야?"라는 글을 올렸다. 최동석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SNS에 누군가를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글을 게재했고, 그때마다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주어 없는 글이었지만 맥락상 특정인을 떠올리게 만들었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이윤진 역시 지난 3월 이범수와 이혼 소식을 밝히며 "감히 세대주(이범수)에게 이혼 조정을 신청해 승인과 감시 없이는 집에 들어가 속옷가지들조차 찾아올 수 없는 상황이다" "딸은 중학교 진학을 해외로 선택했다는 이유로 작년 말부터 서울집 출입을 금지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이윤진은 이범수가 불법 무기를 소지했다는 내용 등도 폭로해 큰 파장을 낳았다.
이처럼 전 배우자를 비난하는 분위기는 방송에서도 이어졌다. 1회 방송은 출연자들의 일상을 비추기보다는 이들의 이혼 스토리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최동석은 이 방송에서 박지윤과 파경 당시 상황에 대해 "이혼에 관해 내가 결정한 것이 없었다.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날 외출했다가 돌아왔는데 가족이 집에 안 들어왔고, 아이를 찾으러 서울에 왔다. 그런데 기자에게 전화가 왔다. 기사가 나왔는데 알고 계시냐고 하더라. 그래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뒤이어 나온 조윤희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윤희는 역시 "(전 배우자가) 이혼을 원치 않아 했고 제일 중요한 것이 가족 간에는 믿음과 신뢰인데 더 이상 가족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이혼을 하기로 결심했다"며 전 배우자를 언급했다.
방송 후 두 사람의 발언은 즉시 화제가 됐다. 두 사람 모두 구체적인 이혼 사유를 밝히진 않았으나 전 배우자를 부정적으로 언급하며 각종 추측을 낳았다.
'이제 혼자다'는 아직 1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으나 향후 회차도 폭로성 내용들이 담기리라 예상된다. 특히 이윤진의 방송분에서 전 배우자를 저격하는 발언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1회 오프닝에서 박미선은 '이제 혼자다'를 "새로운 출발을 하는 데 있어서 격려와 응원을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이혼을 왜 했는지'보다는 '어떻게 인생 2막을 살아가는지'에 집중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출연진뿐만 아니라 또 다른 새출발을 하는 이들의 전 배우자를 향한 배려도 필요하지 않을까.
화제성을 노린 자극적인 방송은 시청자들에게도 피로감만 안긴다. 기존 취지대로 돌싱들의 삶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이들이 응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작진도 프로그램 방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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