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진 역으로 활약…위하준과 사제 로맨스
안판석 감독 통해 믿어 넘기는 법 배워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우리 모두가 여전히 '빛나는 졸업장'을 꿈꾼다. 때로는 성취감에서 비롯된 졸업장을 때로는 스스로를 옭아맸던 것들을 떨쳐내며 얻어낸 졸업장을 받길 바라면서. 배우 정려원도 마찬가지였다. 운명처럼 찾아온 작품 '졸업'은 정려원을 '불안감'에서 졸업하게 하며 그의 인생작이 됐다.
정려원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tvN 토일드라마 '졸업'(극본 박경화, 연출 안판석)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서혜진 역을 맡은 그는 이 자리에서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총 16부작으로 지난달 30일 막을 내린 '졸업'은 스타 강사 서혜진과 신입 강사로 나타난 발칙한 제자 이준호(위하준 분)의 설레고도 달콤한 미드나잇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대치동에 밤이 내리면 찾아오는 로맨스는 물론 미처 몰랐던 학원 강사들의 이야기까지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정려원은 "마냥 사랑받고 예쁨 받은 현장에서 진짜 신나게 일했던 작품이 끝난 것 같아서 긴 여름방학이 끝난 느낌이다. 교무실 안을 같이 썼던 선생님들끼리의 단체 메신저 방이 있는데 항상 방송이 끝나면 서로 후기를 나누곤 했다. 이것마저도 끝났다는 생각이 드니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싶다. 아직 혜진이와 '졸업' 모두를 보내고 있는 중"이라고 시원섭섭한 종영 소감을 밝혔다.
앞서 정려원은 제작발표회 때부터 '졸업'을 인생작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운명처럼 온 작품이기 때문에 인생작이라고 호기롭게 말했었다. 일기장에 작업하고 싶은 감독님과 작가님 등을 나열했는데 실제로 안판석 감독님의 대본이 내게 들어온 거다. 심지어 멜로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 볼 필요도 없이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고 출연 과정을 밝혔다.
"간절히 바라고 원한다면 그리고 심지어는 나 자신이 준비가 돼 있다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긴 오는구나 싶었어요. 그저 행복했죠. 대본을 읽기도 전에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어요."
정려원은 '졸업'에서 14년 차 베테랑 스타강사 서혜진 역을 맡았다. 경험에서 비롯된 단단한 내공을 가진 그는 포기를 모르는 조용한 승부사다. 그런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명문대에 보냈던 제자 이준호를 대치동에서 다시 재회하며 변화를 맞는다.
정려원은 '강사'라는 직업만 듣고 많은 관계자들이 자신에게 원하는 바를 알고 있기 때문에 '영어 강사'라고 생각했단다. 그러나 안 감독은 정려원에게 '국어 강사'라는 임무를 던졌다. 정려원은 "학원 강사라는 대단한 전문직에 내가 고려될 수 있는 건 영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책은 많이 읽었으니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대사량이 너무 많은 데다 사실 이제는 전문직을 그만하고 싶었는데 또 전문직인 셈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정려원은 강의 장면만큼은 누구보다 잘 해내고 싶었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매주 2회 이상 학원 강의실에서 판서 연습을 했을 뿐만 아니라 자문을 준 강사들의 강의까지 지켜보며 스타일을 입히고자 했다. 실제로 정려원은 표정, 제스처, 추임새 등까지 살려내며 실제 유명 학원 강사의 느낌을 구현해 내 호평을 이끌었다.
"너무 감사하게도 저희에게 자문을 준 강사 부부가 있어요. 저랑 준호처럼 실제로 학원에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한 강사 부부였어요. 그분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그들이 가르치는 스타일과 기록부 정리하는 방식 등을 참고했죠."
정려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위하준과 함께 '사제 로맨스' 호흡을 맞췄다. 정려원의 말처럼 '졸업'이 사랑 이야기만을 그려내는 것이 아닌 만큼 배우들로서는 로맨스와 강사들의 이야기 사이 완급 조절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전문직은 그만하고 로맨스를 하고 싶었다는 정려원이었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졸업'은 정려원의 모든 만족감을 충족시켰다. 그는 "'졸업'은 멜로도 멜로지만 강사로서의 전문성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 학원에서 사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작전을 쌓아가는 모습도 다룬다. 때문에 두 가지 영양소를 같이 채우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다이어리에 쓰면서 바라고 바랄 정도였던 안판석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정려원은 이번 호흡과 작품을 통해 자신의 '불안'에서 졸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정려원은 "정말 신기하게도 안 감독님은 정답을 절대 말씀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내가 A와 B 중 어떤 방향을 원하냐고 물으면 감독님은 갑자기 알파벳의 방대한 역사를 설명한다. 캐릭터에 관해 물을 때면 극을 연기하는 배우가 가져야 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나도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감독님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니까 스타일을 파악하게 됐다. 감독님이 크게 디렉팅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방법을 깨닫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배우이다 보니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이나 칭찬에 급급했던 것 같아요. 긍정적인 리액션이 나와야만 '내가 뭘 했구나' 하고 안심하고 넘어간 거죠. 그러나 이번에 안 감독님을 겪으면서 자신의 연기를 스스로 납득하고 넘어가는 법을 배웠어요. 그래서일까요. 이번 작품에는 처음으로 끝나고 저 자신에게 '고생했어. 충분했어'라며 토닥거려준 시간이 있었죠.(웃음)"
다만 완벽주의는 아니라는 정려원이다. 그는 "불안함이 있다 보니 자꾸 미련과 후회가 남았던 것 같다. 완벽을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불안함을 떨칠 수는 없는 것, 이게 모든 사회인의 숙명 아닐까 싶다"며 "그렇지만 난 이제 졸업했다. 만족하고 넘어간다는 것이 무엇인 줄 깨닫지 않았나"라며 웃어보였다.
정려원은 비교적 오랜 공백 끝에 '졸업'을 통해 다시 한번 인사를 전하게 됐다. 때문에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은 그의 '열일'을 응원하고 있다.
"작품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항상 가지고 있어요. 다만 모든 배우에게 다양한 기회가 가는 건 아니다 보니 의도치 않게 공백이 길어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전 항상 생각하는 게 주어진 임무 안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거고 이 마음으로 작품에 임해요. 물론 항상 잘하고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오래 쉬게 되면 연기에 대한 감을 잃을까 봐 두려운 마음도 있고요. 작품을 꾸준히 하고 싶은데 요즘은 편성도 쉽게 나지 않아서 조금 걱정이에요. 그래도 감사하게도 보고 있는 차기작은 있어요. 앞으로는 공백 기간이 길지 않도록 또 다른 작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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