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쉬하게 풀어낸 인간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욕망
[더팩트|박지윤 기자] 이제훈은 죽을 듯이 내달리고 구교환은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게 그를 쫓으며 숨 막히는 추격전을 펼친다. 그 위에 인간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욕망을 이야기하며 의미 있는 메시지까지 전하니 관객들의 94분을 순삭(순식간에 삭제) 시킬 수밖에 없는 '탈주'다.
7월 3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하는 북한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다.
작품은 휴전선 인근 북한 최전방 군부대서 모두가 잠든 밤에 눈을 뜨는 규남으로 시작된다. 10년 만기 제대를 앞두고 북을 벗어나 원하는 것을 해볼 수 있는 철책 너머로의 탈주를 준비하는 그는 매일 밤 철조망을 넘고 비무장지대를 누비며 지뢰가 있는 곳을 표시한 지도를 만들어 나간다.
하지만 규남의 계획을 알아챈 하급 병사 동혁(홍사빈 분)이 먼저 탈주를 시도하고 그를 말리려던 규남까지 졸지에 탈주병으로 체포된다. 탈주병 조사를 위해 부대로 온 보위부 소좌 현상은 어린 시절 알고 지내던 규남을 탈주병을 체포한 영웅으로 둔갑시키고 사단장 직속 보좌 자리까지 마련해주며 실적을 올리려 한다.
그럼에도 규남은 탈출을 감행하고 결국 현상은 물러설 길 없는 추격을 시작한다. 규남은 자신을 집요하고 끈질기게 추격하는 현상을 따돌리고 남쪽까지 무사히 도달할 수 있을까.
'탈주'는 지금껏 봐왔던 추격물과 결을 달리한다. 남과 북의 관계를 조명하며 이데올로기나 휴머니즘을 말하는 것이 아닌 북한만을 배경으로 다루며 선과 악의 구분을 지웠다. 그렇기에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계급에 따라 전역해도 희망이 없는 규남이 목숨 걸고 탈출하는 이유와 고위층 간부로서 모든 걸 다 누리는 듯 보이지만 자신만의 결핍을 안고 주어진 운명에 순응한 현상이 규남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도 쉽게 이해된다.
다시 말해 북한병사의 탈북기가 아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자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는 자의 대결을 통해 인간이 '탈주'하고자 하는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욕망을 담았다. "내 마음껏 실패하러 가는 겁니다" "죽어도 내가 죽고 살아도 내가 산다" 등과 같은 규남의 대사는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며 기대되는 내일을 마주하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상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탈주'는 서로를 향해 손하트를 날리며 러브콜을 보냈던 이제훈과 구교환의 만남이 성사된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보여준다.
이제훈은 끝도 없는 달리기부터 거친 수풀과 진흙 늪을 지나며 체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열정을 보여준다. 다만 그의 전작들과 겹쳐 보이는 부분이 있고 북한 사투리도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있어 이제훈의 완전한 새로운 얼굴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아쉬움을 완벽히 지워주는 구교환의 압도적인 활약이다. 극 중 현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병사들을 제압하다가도 립밤과 핸드크림을 바르며 보습 관리에 신경 쓰는 예상 밖의 면모를 드러낸다. 또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지만 선우민(송강 분)을 마주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이를 연기한 구교환은 특유의 위트를 잃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환기시키다가 묘한 매력의 눈빛을 장착한 채 여유로우면서도 예민한 모습을 드러내는 등 다채로운 얼굴로 꺼내며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다. 그의 열연은 극의 몰입도는 물론 현상의 드러나지 않은 서사까지 궁금하게 만든다.
여기에 홍사빈은 탈주를 선택한 인물의 불안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송강과 이솜은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태며 반가움을 안긴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9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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