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범죄수사팀 반장 민소희 役
"도로가 평화로워지길"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교통사고의 발생률이 날로 높아져 가고 있는 요즘 '크래시'가 운전의 경각심을 깨우쳐주기 위해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그 중심에는 열정 가득한 수사반장 역으로 극을 이끈 곽선영이 있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카체이싱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긴 그는 '크래시'를 계기로 도로 위가 평화로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전했다. 새롭게 도전한 영역도 많았기에 부담감도 컸지만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극복해 새로운 '인생작'을 선물한 곽선영이다.
곽선영은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지난 18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극본 오수진, 연출 박준우)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교통범죄수사팀(이하 TCI) 반장 민소희 역을 연기한 곽선영은 "너무 소중한 작품으로 남았다. 시청자분들께도 진심이 통해서 다행이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크래시'는 칼 대신 운전대를 잡은 도로 위 '빌런'들을 소탕하는 교통 범죄 수사팀의 노브레이크 직진 수사극이다. 살인사건보다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도로 위 범죄들을 리얼하게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작품은 첫 회 시청률 2.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매회 꾸준히 상승한 끝에 최종회에서 6.6%를 기록했다. 이로써 '크래시'는 ENA 역대 최고 시청률 2위였던 월화드라마 '남남'의 기록 5.5%를 넘어 2위에 안착했다. 1위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17.5%다.
이에 곽선영은 "촬영하면서 '우리 드라마가 잘될 거야' 이런 마음은 없었다. 그저 정말 공들여서 찍은 기억밖에 없다. 감독님을 비롯한 많은 스태프·배우들의 진심이 통한 것 같다"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정말 행복하다. 주변에서 드라마 잘 봤다고 많이들 말씀해 주시는데 그 순간마다 계속 울컥하는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곽선영이 연기한 민소희는 특유의 집요함과 끈기로 자신이 맡은 사건은 하늘이 두 쪽 나도 해결하는 에이스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액션 연기에 도전한 그는 "액션 스쿨에 들어가서 한 달 반에서 두 달 정도 되는 기간 계속 연습했다. 촬영이 가능한 지경까지 몸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무술 감독님께서 모든 액션을 저희가 직접 소화했으면 하시더라고요. 근데 배우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액션을 직접 해야 다음 연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잖아요. 범인을 검거하고 나서 나오는 에너지나 기운, 온도 이런 것들은 가짜로 만들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직접 소화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크래시'는 여타 범죄·수사 드라마들과 다를 거 없이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액션이 등장한다. 하지만 '크래시'의 묘미는 이뿐만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카 액션'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다가온다. 하지만 차를 타고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만큼 위험도 많았다. 곽선영은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차 한 대를 폐차시켰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사실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했다.
"보복 운전자를 검거하는 과정이었어요. 카체이싱 연습이 충분히 돼 있던 상황이었는데 슛이 들어감과 동시에 제가 '난 민소희야. 범인을 검거해야 해'라고 몰입을 해버린 거죠. 그래서 액셀을 굉장히 용감하게 밟아버렸어요. 후진으로 가다가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핸들이 조금만 꺾여도 방향이 확 바뀌어서 당황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 제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까 제 손 위에 있더라고요. 그 잠깐 사이가 기억이 잘 안 나요."
아찔하고 위험했던 순간이었기에 이후 '카 액션'은 스태프가 진두지휘하며 최대한 안전한 상황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하지만 곽선영은 "제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게 너무 속상했다. 앞으로 나올 '카 액션'은 모두 직접 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사고 나면 촬영 일정에 지장이 생기니까 최대한 안전하게 촬영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곽선영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익순(군인), '구경이' 나제희(경찰), '두뇌공조' 설소정(경찰) 등 다양한 작품에서 군인/경찰 역할을 꾸준히 소화해 왔다. 매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곽선영에게 해당 역할은 '퍼스널 배역'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곽선영은 오히려 이것 때문에 '크래시' 대본을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배우라는 직업이 계속 같은 이미지에 갇히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크래시' 대본을 받았을 때도 '이전 작품에서 경찰 역을 했는데 이번에 또 해도 괜찮을까?'라는 고민을 잠깐 했어요. 하지만 같은 경찰일지라도 인물 자체는 다르잖아요. 처한 상황이나 성격 등 모든 게 다 다르기 때문에 제가 노력하면 변주를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고민을 길게 하지는 않았고 '크래시'는 '크래시'대로 민소희 역할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간 보여줬던 이미지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곽선영. '크래시'를 임하며 새롭게 도전한 부분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운전이다. 곽선영은 "저도 10년 전에 자동차 사고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자동차가 정체돼 있던 상황에서 곽선영의 차를 뒤 따라오던 차가 박아서 5중 추돌 사고가 발생한 것. 그 이후 곽선영은 한동안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크래시' 촬영을 위해 운전면허를 갱신하고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그렇기에 운전대를 잡는다는 일이 얼마나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건지를 다시 한번 깨달은 그다. 곽선영은 "누구나 의도하지 않아도 가해자가 될 수 있고 원하지 않아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크래시'가 그런 걸 느끼게 해준 드라마가 되면 좋겠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도로가 좀 평화로워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어려운 액션 연기부터 다시금 운전대를 잡는 것까지. 곽선영에게 있어 '크래시'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크래시'에 이어 또 한 발짝 앞으로 나가 새로운 도전을 한다. 최근 곽선영은 tvN 새 예능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 새로운 시즌에 합류 소식을 알렸다. 그는 "요즘 '곽선영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는 메뉴 하나를 고를 때도 남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고를 정도로 스스로 뭘 좋아하는지를 모르고 살았다"며 "이번 여행을 다녀오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얻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너무 기대된다"고 밝혔다.
새로운 연기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모자라 예능까지 발을 넓힌 곽선영. 무한한 성장을 시도하는 곽선영은 마음가짐부터가 남달랐다. 민소희가 정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곽선영은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민소희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곽선영은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예정이다.
"어떤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지는 않아요. 제 목표는 '배우'였어요. 그냥 단지 연기가 하고 싶었죠. 시작은 뮤지컬이었고 연극·광고로 이어지다 이제 드라마·영화까지 발을 넓힌 것 같아요. 좋은 기회를 통해 좋은 작품을 만난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으로 시청자분들께 인사드리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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