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연기한 하정우·악역으로 변신한 여진구
재난물의 스릴보단 실화의 먹먹함에 집중한 작품
[더팩트|박지윤 기자] 그동안 봐왔던 재난물과 달리 신파를 덜어내고 실화를 담백하게 살리면서 먹먹함을 안기는 것에 집중했다.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억지로 자극하기보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묵직한 울림을 느낄 수 있도록 '실화의 힘'에 집중한 '하이재킹'이다.
오는 21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그린 작품으로 1971년 일어난 F27기 납북 미수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하이재킹'은 운항 중인 항공기를 불법으로 납치하는 행위를 뜻하는 단어다. 작품은 공군 전투기 조종사였던 태인(하정우 분)이 2년 전 상공 훈련 중 납북을 시도하는 여객기 격추 명령을 받고 하이재킹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명령을 거부해 강제 전역을 당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후 민간 항공사 여객기의 부기장이 된 그는 1971년 겨울 속초공항 여객기 조종사 규식(성동일 분)과 김포행 비행에 나서고 승객들은 승무원 옥순(채수빈 분)의 안내에 따라 분주하게 탑승한다. 그러나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사제폭탄이 터지면서 기내는 아수라장이 된다.
북에 있는 형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갖고 여객기에 오른 용대(여진구 분)는 기내에서 폭탄을 터뜨린 후 승객들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이어 그는 순식간에 조종실까지 장악하고 태인과 규식에게 북으로 기수를 돌리라고 협박한다. 태인은 폭발의 충격으로 한쪽 시력을 잃은 규식을 대신해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여객기와 승객들을 무사히 착륙시킬 수 있을까.
필모그래피 사상 처음으로 파일럿 역할에 도전한 하정우는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완전히 지우고 담백하면서도 묵직하게 캐릭터를 그려낸다. '더 테러 라이브' '터널'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던 그는 이번에도 재난물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성동일도 이번 작품에서 그간 보여줬던 웃음기를 싹 빼고 열연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악역으로 변신한 여진구는 눈이 돈 얼굴로 신선함을 선사하지만 끝까지 힘을 유지하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낸다. 그의 연기력이 의심되기보다는 작품 자체가 스릴 넘치지 못하고 수많은 승객이 단 한 명의 인물을 제압하지 못하는 것에 의문이 드니 결국 관객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납치범 캐릭터로 남는 데 그친다.
김성한 감독은 자신의 연출 데뷔작 '하이재킹'에 관해 "극에 어울리는 신파라면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굳이 강조하고 싶지 않았다"며 "관객들이 담백하게 봐주길 바랐고 영화를 보고 먹먹함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의 설명처럼 '하이재킹'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재난물보다는 실화의 힘을 먹먹하게 살리는 데 집중했다. 또한 형이 월북했다는 이유로 '빨갱이'라는 꼬리표를 단 용대가 여객기 납북에 성공해 인민 영웅으로 살겠다는 목표를 갖게 된 짧은 서사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분단의 아픔을 한 번 더 되새기게 한다.
다만 실화를 담백하게 살리고자 하는 메가폰의 의도로 인해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재난물치고 쫄깃함과 긴장감은 덜하다. 위기 상황이 주는 숨 막히는 스릴을 원했다면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지점도 있다. 그럼에도 미리 좌석을 정하지 않고 승객들이 선착순으로 비행기에 달려가 자리를 잡는 등 그 시절 풍경을 보는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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