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서 AI 태주와 현실 태주의 간극을 섬세하게 표현
"군대 다녀오고 시야의 폭 넓어져…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박보검은 가요 기획사와 손잡고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더 넓은 영역 위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있다. 또 배우로서 지금껏 꺼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이렇게 박보검의 도전이 현재진행형이니 앞으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박보검은 영화 '원더랜드'(감독 김태용)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났다. 환한 미소를 띤 채 등장한 그는 기자들의 명함을 받은 후 마치 출석 체크를 하듯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넸다.
이어 박보검은 '영화 어떠셨어요?'라고 먼저 묻더니 "우주나 사막 등 시나리오에서 봤던 모습들을 보다 현실감 있게 구현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저와 수지 씨의 20대를 다시금 바라보니까 아련하기도 했고요. 그때의 행복한 순간이 잘 담긴 것 같아요"라고 입대 전 촬영을 끝낸 작품을 전역한 지 2년 만에 선보이게 된 소감을 전했다.
지난 5일 스크린에 걸린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보고 싶은 사람을 AI로 복원해서 만난다'는 설정에 공감했기에 옴니버스 형식에 따른 역할의 적은 비중은 신경 쓰지 않았다는 박보검은 "AI 기술이 만날 수 없는 사람과 닿을 수 있는 기쁨을 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시대가 빨리 오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참여하게 됐죠"라고 출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정인(수지 분)의 남자친구 태주로 분한 박보검은 '원더랜드' 서비스 속 설계된 인공지능 태주의 밝고 따뜻한 모습부터 의식불명에서 깨어나 모든 것이 낯설고 혼란스러워 움츠러든 현실의 태주까지 한 인물이 가진 전혀 다른 면모를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AI 태주는 활기차고 밝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현실 태주는 '이상하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김태용 감독의 주문에 따라 캐릭터를 구축해 나간 박보검이다. 또한 그는 수지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극 중 정인과 태주의 관계성을 '두 사람은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족 같은 존재였을 것'이라고 정리했고 리딩할 때마다 사진을 찍는 등 나름대로 서사를 쌓으면서 더욱 캐릭터에 몰두했다고.
그렇다면 그동안 '백상예술대상' MC로서 1년에 한 번 만났던 수지와 처음으로 맞춰본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박보검은 "이번에 많이 친해졌어요. 현장에서 수지도 재밌어하는 게 느껴져서 좋았고 정말 재밌게 찍었어요"라며 "'원더랜드' 이후 수지의 다른 작품을 보면서 또 다른 매력을 느꼈어요.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나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돼요. 저도 또 한 번 더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이날 박보검은 '원더랜드'를 건강하게 이용하는 해리(정유미 분)와 AI 손자(탕준상 분)를 위해 자신의 삶을 영유하지 못하는 할머니(성병숙 분) 등 작품에 담긴 여러 케이스를 보면서 '빠르게 발전하는 AI 속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를 거듭 고민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런 그에게 '원더랜드'를 이용할 것인지 묻자 "사용하고 싶은데 너무 빠져있을 것 같아서 참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만약 서비스를 신청한다면 고(故) 방준석 음악감독님을 만나서 '우리 영화 이렇게 잘 나왔어요'라고 말하고 싶어요"라고 답해 뭉클함을 안겼다.
2020년 8월 입대하고 2022년 전역한 박보검은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에 새 둥지를 틀었고 '렛미플라이'로 뮤지컬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또 그는 전역 후 상명대학교 대학원 뉴미디어음악에 진학해 석사를 취득했다.
"테디 PD님으로부터 '잘 맞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가수 회사고 배우 매니지먼트가 없다 보니까 저에게도 도전이었는데요. 가수 분야로 접근했다기보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영역에서 일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즐거움을 많이 느끼고 있죠."
이렇게 박보검이 거듭된 도전을 펼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군대에서 보낸 시간 덕분이었다.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낄 줄 알게 되고 남보다 사진을 먼저 돌아보는 힘도 얻었다고. 그는 "제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상대를 품을 수 있더라고요. 외부를 바라보는 시선을 저에게 돌려서 나를 건강하고 아끼고 사랑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회상하며 앞으로도 도전이 깃든 행보를 펼칠 것을 예고했다.
"아직 못해본 장르와 역할이 많아서 하고 싶은 것도 많아요. 군대를 다녀오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제 시야의 폭이 다양해지고 넓어지더라고요. 예전에는 '공감이 되지 않는데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여러 사람을 만나고 경험치가 쌓이면서 다양한 삶을 연기하는 게 복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도전 의식을 갖게 됐어요."
도전을 향한 의지를 계속 내비쳐온 박보검은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제대로 된 액션을 선보일 수 있는 JTBC 새 드라마 '굿보이'를 차기작으로 택했다.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에서 올림픽 특채로 경찰이 된 강력특수팀 순경 윤동주 역을 맡은 그는 "'사회적으로 나쁜 건 따라 하지 말자'라는 걸 전달하는 이야기죠. 저에게 도전이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어요"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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