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몽래인의 '경영권 편취' 표현 과연 옳을까
김동래 대표의 주장, 사실과 다른 부분 많아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를 막고 있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합니다."
배우 이정재가 최대주주로 있는 아티스트유나이티드와 '재벌집 막내아들' '성균관 스캔들' 등을 제작한 제작사 래몽래인의 김동래 대표가 경영권 분쟁에 돌입했다.
아티스트유나이티드(이하 아티스트)는 지난 3월 유상증자를 통해 래몽래인을 인수했다. 이후 사내이사인 이정재와 정우성이 래몽래인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김 대표가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아티스트는 법적 분쟁을 선택했다. 지난 5일 법원에 김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래몽래인의 임시주주총회소집 허가 신청을 동시에 제출했다.
그러자 5일 후인 10일 김 대표는 "래몽래인을 기망적인 방법으로 경영권을 편취하는 세력의 희생양이 되게 할 수는 없다"며 "이정재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지금이라도 부당한 시도를 중단하고 래몽래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진지하고 합리적인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아티스트는 "김 대표가 계약 위반 행위를 하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회사와 투자자를 모함하고 있다"며 "'경영권 편취'라는 표현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11일 <더팩트> 취재 결과 래몽래인 김 대표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 일례로 대표이사와 사명 변경, 이사회 전원 사임과 교체, 정관 변경 건으로 임시주총을 열라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는 것과 달리 해당 사항에 대해 양측은 이미 협의가 된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상장회사에서 최대주주 변경시 이사진 교체 합의는 거의 예외 없이 이뤄진다.
아티스트가 래몽래인을 인수하는 과정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래몽래인을 키워보자는 취지가 동일했고 양측은 몇 차례 미팅 끝에 의기투합했다. 아티스트는 투자를 결정한 만큼 회사의 자본을 만들기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290억 원을 투입해 래몽래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3월 14일 계약이 체결됐으며 20일 유상증자 대금 납입까지 마쳤다.
양측의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대금 납입과 함께 계약 거래가 종결됐으니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주총을 열고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김 대표가 이를 거부하며 차일피일 미뤄지게 됐다. 아티스트는 김 대표에게 계약서 합의 사항을 이행해 달라고 촉구했다. 여러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으나 진전이 없었고 아티스트는 내용증명까지 보냈다.
결국 법적 분쟁으로 향하자 김 대표는 돌연 모든 책임을 아티스트에게 전가했다.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로 '래몽래인의 자금을 이용해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 엔터 상장사를 인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 주장 역시 사실과 많이 달랐다.
아티스트 고위 관계자 A 씨는 <더팩트>에 "당시 그 회사에 투자를 결정한 게 아니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에 불과하다. 래몽래인 또한 컨소시엄 구성원이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공사채나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의 발행액이 지나치게 커 증권 인수업자가 단독으로 인수하기 어려울 때 이를 매수하기 위해 다수의 업자가 공동으로 창설하는 인수조합이다.
A 씨는 "다만 인수의향서에는 컨소시엄의 어떤 구성원이 얼마를 투자하는지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당연히 법적 구속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래몽래인은 5월 컨소시엄 구성원에서 제외됐다. 때문에 래몽래인의 자금을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래몽래인은 상장사 인수에 대해 큰 반발심을 드러냈다. "래몽래인 본업에서 벗어나는 상장사 인수"라며 "래몽래인의 현금자산을 이용해 다른 기업 인수를 위한 껍데기로 쓰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A 씨는 "아티스트가 일방적으로 래몽래인의 도장을 찍은 것도 아니다. 래몽래인 측이 자발적으로 판단해 도장을 찍어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당시에는 별다른 반대가 없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당시 검토했던 상장사는 콘텐츠 제작 회사였다. 이후 해당 상장사가 '펜트하우스'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등을 제작한 초록뱀미디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아티스트, 래몽래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시너지를 기대하기 충분했다. A 씨는 "유상증자 목적은 회사 경영이다. M&A나 투자도 당연히 경영의 일환이지 않나. 만약 해당 회사가 제약 회사와 같은 전혀 관련 없는 회사라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충분히 맞닿아 있는 회사였다"고 강조했다.
래몽래인은 투자자인 이정재에 관해서도 단 한 번도 회사를 방문한 적이 없고 미래 경영에 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한 바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래몽래인을 방문하지 않은 건 맞다. 그러나 아티스트 사무실에서 몇 차례 미팅을 진행했다. 당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향후 청사진까지 그렸다. 가능성이나 목표지향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반박했다. 또한 "심지어 기존 직원들의 고용 승계에 관한 논의까지 했다"며 "하지만 자세한 논의는 경영권을 양도받은 후에 진행할 수 있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대화의 장에 나와 달라"는 래몽래인의 호소도 실제 상황과 달랐다. 오히려 계약 이행을 위해 지금까지 만남을 계속해서 촉구한 건 아티스트 측이었다. A 씨는 "처음부터 법으로 접근한 건 아니었다. 몇 차례나 대화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이뤄지기 어려웠고 회사가 고스란히 손해를 보고 있다. 상장사인 만큼 일반 주주들도 손해이지 않나. 최대한 원만히 해결하려고 했으나 응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임시주총 개최 요청은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다. 투자자의 정당한 권리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에 A 씨는 "주주들은 하루빨리 회사가 정상적으로 경영되길 바라고 있을 텐데 어떻게 보면 김 대표의 독단으로 막고 있는 거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본질적인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 본인일지 아니면 새로운 투자자인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래몽래인 김동래 대표 측에도 사실 여부와 추가 입장을 확인했다. 김 대표는 <더팩트>의 취재 내용과 아티스트의 모든 주장에 "사실이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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