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불명 남자친구를 AI로 복원시킨 정인 역 맡아 열연
"연기의 재미를 알려준 현장…오랫동안 개봉 기다렸죠"
[더팩트|박지윤 기자] 걸그룹으로 데뷔하자마자 스타 반열에 오른 가수 겸 배우 수지는 끊임없이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새로운 얼굴을 꺼내며 필모그래피를 더욱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된 현장에서 남다른 열정과 진심을 쏟아부었던 영화가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원더랜드'다.
수지는 지난 5일 스크린에 걸린 '원더랜드'(감독 김태용)에서 사고로 누워있는 남자친구를 '원더랜드'에서 복원시킨 정인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그는 개봉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자꾸 울컥하더라고요. 이런 매력이 있는 영화구나 싶었죠"라고 작품을 본 소감을 전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작품은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가운데 수지가 연기한 정인은 '원더랜드' 세계와 현실 사이 마음의 균열을 세심하게 그려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 혼란 위로 그리움 등 여러 감정을 느끼는 인물이다.
이날 자신의 인생 영화 중 하나로 김태용 감독의 '만추'(2011)를 언급한 수지는 "'원더랜드'가 감독님의 작품이라서 너무 하고 싶었어요. 만나보니까 더 좋았고요. 감독님의 작품이 왜 이런 감성인지 알게 됐죠. 굉장히 따뜻하신 분이에요"라고 작품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처음 경험한 김태용 감독의 현장은 어땠을까. 수지는 '대본을 볼 필요가 없는 현장'이라고 표현하며 "대본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늘 달라졌거든요. 제가 현장에서 대본을 많이 보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번에는 정말 볼 필요가 없었어요. 부담될 수 있지만 새롭고 재밌는 작업이었죠. 어떻게 보면 변덕스럽다고 할 수 있는 김태용 감독님의 유연함이 있어서 저도 열린 마음으로 촬영했어요"라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원더랜드'는 수지와 박보검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백상예술대상' MC로서 훈훈한 투샷을 보여준 두 사람이 이번 작품을 통해 연인으로 만나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수지는 박보검에 관해 "직접 만나 뵙기 전까지는 '잘생기고 훈훈하고 빛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백상예술대상' MC로서 1년에 한 번 보면 반가운 동료가 됐고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작품으로 만났을 때 태주(박보검 분)로 보여서 안아주고 싶은 면이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 작업하면서 친해지기도 했지만 극 중 관계성이 친한 연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대하려고 했어요. 또 지내다 보니 편해져서 그런 호흡이 영화에 잘 담긴 것 같아요. 보검 오빠는 내면이 단단한 강한 사람이에요. 또 그냥 잘생긴 얼굴이 아니라 여러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얼굴이라는 걸 느꼈어요."
특히 수지와 박보검은 개봉 전부터 공식 석상에서 의상 톤을 맞추고 커플 분위기를 자아내는가 하면 작품을 위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영화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또한 KBS2 '더 시즌즈-지코의 아티스트'에 출연해 작품에 삽입된 듀엣곡을 부르는 등 홍보 활동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수지와 박보검의 '케미'를 보며 두 사람의 '현실 연애'를 바라는 팬들이 많아지기도.
"'원더랜드'에 애정이 큰 건 그만큼 현장에서 굉장히 재밌게 찍었고 저도 개봉을 오랫동안 기다려서 그런 것 같아요. 저에게 연기의 재미를 알려준 현장이었어요. 그전까지 연기가 멀게 느껴졌다면 이번 작품으로 연기를 받아들이는 인식이 달라졌거든요. 보검 오빠와의 영화 속 '케미'가 잘 느껴지기 때문에 (실제로 사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 것 같은데요. 잘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극 중 정인은 의식불명인 남자친구를 '원더랜드'에서 복원해 일상을 함께 보낸다. 그러던 중 의식불명인 태주가 깨어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간절하게 기다렸던 현실 태주가 AI 태주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자 정인은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정인의 불안정한 상태를 마주한 관객들은 '원더랜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여러 의견을 던지고 있는 가운데 수지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졌다.
"각자가 슬픔을 견디는 시간과 방식이 다르고 '원더랜드'를 이용함으로써 너무 힘든 걸 견디게 해줄 수 있고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죠. 저는 이 서비스로 인해 힘들 수 있겠지만 결국 감당할 순간이 올거라고 생각해요. 각자 걸리는 시간은 다르지만 슬픔을 마주하게 되고 이를 견디는 순간이 오는 게 와닿았어요. 지금 AI로 만나고 싶은 사람은 없는데 만약에 생기면 서비스를 이용해 볼 것 같아요. 정인처럼 힘들게 될 걸 알아서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감당하고 견뎌내겠거니 하면서 신청할 것 같아요."
2010년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한 수지는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고 '건축학개론'(2012)을 통해 스크린 데뷔와 함께 '국민첫사랑' 타이틀을 얻으며 대체 불가한 입지를 다졌다. 이후 그는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배가본드' '스타트업' 영화 '백두산'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고 최근 쿠팡플레이 '안나'와 넷플릭스 '이두나!' 등을 통해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얼굴로 대중과 만나며 여러 인생 캐릭터를 남기고 있다.
이렇게 데뷔 이후 쉬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돌아본 수지는 "만족하고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최선을 다해서 하나하나 해나가는 게 좋아요. 하루하루를 잘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작품이 끝나는데 이를 통해 느끼는 뿌듯함을 계속 가져갈 수 있는 것 같아요"라고 스스로에게 칭찬의 말을 남겼다.
1994년 생인 수지는 올해로 31세다. 2022년 '안나' 공개 당시 <더팩트>와 만났던 그는 "저의 30대는 멋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남긴 바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30대를 맞이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었을까. 이에 수지는 "나이가 드는 모습이 기대돼요. 사실 30이 되면 심적으로 편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제가 표현하는 범위도 넓어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30이 되니 그렇게 달라진 건 없더라고요. 이제 40을 기다려보려고 해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수지는 현재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 촬영에 집중하고 있다. 작품은 천여 년 만에 깨어난 경력 단절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 분)가 감정 결여 인간 가영(수지 분)을 만나 세 가지 소원을 두고 벌이는 로맨틱 코미디물로, '함부로 애틋하게'를 이끈 수지와 김우빈이 7년 만에 재회했고 김은숙 작가와 이병헌 감독이 이름을 올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와 관련해 수지는 "많은 말을 할 수 없지만 즐겁게 찍고 있어요. 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김우빈 배우와 만나서 너무 반가웠죠. 지니 역과 너무 잘 어울려요"라고 귀띔하면서 앞으로의 행보도 전했다.
"어떤 역할을 하고 싶거나 변화를 보여주고 싶은 건 없어요. 하지만 전에 했던 캐릭터와는 다른 느낌을 가진 인물에 끌리게 되는 것 같아요. 또 결핍이 있는 인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더 마음이 가요. 그런 캐릭터를 잘 표현해 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거일 수도 있고요. 거창한 목표는 없고 저는 매 작품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해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잘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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