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영일 役
"건조하고 차갑고 시네마틱한 작품…재밌게 촬영"
[더팩트|박지윤 기자] 약 20년 동안 쉬지 않고 배우로서 활동한 강동원에게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 얼마나 있을까. 이 가운데 새로운 소재와 콘셉트를 내세운 '설계자'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강동원은 차갑고 건조한 얼굴로 스크린을 꽉 채우며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영역을 열었다.
강동원은 29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설계자'(감독 이요섭)에서 주인공 영일로 분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개봉을 앞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완성본을 재밌게 봤어요"라고 말문을 열며 캐릭터 구축 과정부터 작품을 선보이게 된 소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설계자'는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앞서 작품의 신선함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힌 강동원은 이날 "소재나 콘셉트가 신선했고 재밌게 찍었어요. 영일의 심리적 긴장감이 영화에 잘 드러난 것 같던데요"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작품은 홍콩 영화 '엑시던트'(2009)를 원작으로 한다. 이를 봤다는 강동원은 "본 지 오래돼서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굉장히 끈적끈적하고 습하고 뜨거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설계자'는 건조하고 차가운 느낌이죠"라고 차별화된 매력을 자신했다.
극 중 영일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사고사를 계획하는 인물이다. 자신처럼 사건을 사고로 설계하는 또 다른 조직 '청소부'가 있다고 믿는 그는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맞닥뜨리면서 그 누구도 믿지 못하고 혼자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차갑고 건조한 인물을 만난 강동원은 대사보다 낮은 음성과 날카로운 눈빛 등으로 캐릭터의 감정 변화와 고독하면서도 냉정한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대사를 외우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연기할 때 답답한 게 단점이었죠. 대사가 별로 없는데 긴장감을 끝까지 가져가는 게 쉽지 않았어요. 눈을 깜빡이지 않고 오래 뜨고 있는 것도 힘들었고요. 또 실제로 보는 것과 카메라를 통해서 보는 것과 느낌이 아예 다르거든요. 큰 스크린으로 보면 더더욱 이죠. 그래서 예민한 캐릭터를 만나면 다이어트도 하는 편이에요."
특히 강동원은 자신이 연기한 영일을 '소시오패스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고 분석했다고. 그러면서 극 중 영일이 삼광보안 팀원들에게 하는 행동을 '각 인물의 결핍으로부터 비롯된 가스라이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일(이현욱 분)은 월천이 가진 사랑의 목마름을 이용했다고 생각해요. 재키(이미숙 분)와 점만(탕준상 분)에게도 필요할 때 듣고 싶은 말을 해주잖아요. 가스라이팅을 하면서 팀원들을 컨트롤한 거죠"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강동원에게도 결핍이 있을까. 그는 "별로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예전에는 희로애락에서 로가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뭔지 알 것 같아요. 여러 경험과 사건들이 쌓이면서 노를 알게 됐죠(웃음). 덕분에 이 캐릭터를 연기할 때 더 잘할 수 있게 됐어요. 예전 같았으면 화내는 연기도 이렇게 하지 못했을 거예요"라고 회상했다.
또한 강동원은 모든 사건이 사고로 설계된다고 믿는 영일처럼 자신도 음모론을 믿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외계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같은 사람이 있는데 다른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없는 게 더 이상한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날 강동원은 특별출연으로 작품에 힘을 보탠 이종석을 비롯해 영일과 함께 사건을 사고로 설계하는 삼광보안 팀으로 등장한 배우들도 언급했다. 먼저 그는 "흔쾌히 출연해 주셔서 고맙죠. 며칠 촬영을 못 해서 아쉽긴 했지만 즐겁게 찍었어요"라고 이종석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이종석이 연기한 짝눈과 영일의 관계성에 관해서는 "한집에 사는 두 남자가 무슨 관계인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가족 없이 홀로 자란 친구들이고 짝눈이 쿨하다면 영일은 집착하는 스타일이지 않았을까요"라고 전했다.
"(삼광보안 팀원들과) 호흡이 잘 맞았어요. 탕준상은 촬영 당시 미성년자였는데 성인이 되자마자 함께 맥주를 마셨던 기억이 있어요. 이미숙 선배님은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고 현장을 재밌게 해주셨고요. 이현욱이 얼마나 편했으면 이미숙 선배님께 언니라고 불렀겠어요. 또 현욱이도 공식 석상보다 실제로 더 웃긴 편이고요."
그동안 강동원은 꾸준히 신인 감독들과 작업해 왔다. 최근 '파묘'로 천만 영화를 탄생시킨 장재현 감독과 '검은 사제들'을,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이름을 알린 엄태화 감독과 '가려진 시간'을, '택시 운전사'의 장훈 감독과 '의형제'로 호흡을 맞췄다.
이렇게 신인 감독과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강동원은 "이요섭 감독도 다다음 작품에서 천만 감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신인 감독과 하는 걸 좋아해요. 의욕적이고 욕심도 많거든요. 이요섭 감독은 매력 있고 아기자기하고 순수해요. 현장에서 차분하면서도 웃기기도 했죠"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앞서 강동원은 지난해 9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로 관객들과 만났다. 당시 작품은 함께 추석 성수기에 걸린 '거미집'과 '보스톤 1987'을 꺾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누적 관객 수 191만 명에 그치며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강동원은 "암울했죠. 1등인데 하루에 20만 명도 안보니까요. 비성수기 때 더 많이 보고 성수기에는 여행을 가니까 이제 사람들이 영화관에 안 오나 싶었어요. 근데 또 '파묘'나 '범죄도시4'를 보면 극장에 많이 오셔서 잘 모르겠어요"라며 "좋은 작품을 어디서든 보여드릴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그럼에도 극장이라는 곳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강동원은 '설계자'를 "영화적인 시네마틱한 영화"라고 정의하면서 "미장센이 중요한 작품이거든요. 고속효과가 들어간 비가 내리는 장면 등은 극장에서 보면 훨씬 좋거든요. 음악도 좋아요"라고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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