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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저널' 외압 논란…KBS PD들 "낙하산 인사 배후 밝힐 것"(종합)

  • 연예 | 2024-05-14 16:27

14일 '역사저널 그날' 외압 관련 긴급 기자회견
"제작 재개 안 되면 경영진 퇴진 투쟁도 논의 중"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앞에서 '역사저널 그날' 외압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김세원 KBS PD 협회 회장, 김은곤 KBS PD 협회 부회장, 조애진 언론노조 KBS본부 수석부위원장, 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왼쪽부터)가 참석했다. /공미나 기자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앞에서 '역사저널 그날' 외압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김세원 KBS PD 협회 회장, 김은곤 KBS PD 협회 부회장, 조애진 언론노조 KBS본부 수석부위원장, 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왼쪽부터)가 참석했다. /공미나 기자

[더팩트 | 공미나 기자] KBS1 역사 토크쇼 '역사저널 그날'이 폐지설·외압설에 휩싸인 가운데 KBS PD 협회가 목소리를 냈다. KBS PD 협회는 낙하산 MC를 투입하려던 배후를 찾고 프로그램 정상화를 위해 힘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KBS PD 협회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본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다큐 불방을 비롯해 '역사저널 그날'의 급작스러운 MC 교체와 잠정 연기 통보 등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 배후를 밝혀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김세원 KBS PD 협회 회장을 비롯해 김은곤 KBS PD 협회 부회장, 조애진 언론노조 KBS본부 수석부위원장, 기훈석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 등이 참석했다.

'역사저널 그날'은 2013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해 10년 넘게 KBS 대표 역사 프로그램으로서 자리해 왔다. 지난 2월 시즌4를 마친 '역사저널 그날'은 재정비 후 이달 16일부터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측이 갑작스럽게 MC를 한가인에서 조수빈 전 KBS 아나운서로 교체하려다 무산되자, 첫 녹화 3일 전 프로그램 제작 중단을 지시하고 제작진을 해산시켰다. 조수빈은 KBS 퇴사 후 윤석열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채널A 메인 뉴스 앵커를 거쳐 현재 TV조선 '강적들' MC를 맡고 있다.

전날 '역사저널 그날' 제작진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프로그램 제작 중단을 지시한 인물은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다. 이 본부장은 '다큐인사이트' 세월호 10주기 방송을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연기를 지시한 인물이다.

2013년 10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역사저널 그날'은 1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KBS 대표 역사 프로그램이다. /KBS
2013년 10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역사저널 그날'은 1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KBS 대표 역사 프로그램이다. /KBS

김은곤 KBS 부회장은 "프로그램 아이템 5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코너 촬영도 마쳤고 4월 30일 첫 녹화를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4월 25일 갑작스럽게 조수빈을 MC로 기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MC 교체가 무산됐다고 녹화 3일 전에 일방적으로 프로그램 제작 중단을 통보한 건 유례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이 본부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내부적으로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기자회견을 개최하게 됐다. 김세원 회장은 "제작진은 준비하던 과정 그대로 방송 제작이 재개되길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이번 주 내에 실현되지 않는다면 제작본부장, KBS 사장을 비롯해 모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강경하게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조애진 부위원장은 KBS PD들이 불합리한 지시와 탄압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토로하며 KBS가 가진 공영방송의 의의를 되짚었다. 그는 "KBS는 대한민국 국민이 2500원씩 내서 권력과 자본에 흔들리지 말라고 사회의 숙제를 받은 곳"이라며 "'나에게 최종 결제권이 있으니 내 맘대로 하겠다'고 할 거면 유튜브로 가라.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없다"며 외압에 분노했다.

22년 간 KBS에 몸담았다는 기훈석 중앙위원도 "그간 각종 외압을 많이 겪었으나 이번 사례는 여러 가지로 무리수"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그간 말도 안 되는 지시는 많았으나 그것에 대한 최소한의 이유는 밝혔다. 이번엔 그러한 이유도 없다. 이 정도로 무리한 지시라면 철회해야 하는데 누구의 명령이 있었기에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 배후를 꼭 밝혀내겠다"고 했다.

조수빈(사진) 소속사는 13일
조수빈(사진) 소속사는 13일 "'역사저널 그날' 섭외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나, KBS PD협회는 이에 반박했다. /KBS

전날 조수빈 소속사 이미지나인컴즈는 "조수빈이 '역사저널 그날' 진행자 섭외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며 "조수빈을 '낙하산'이라는 표현과 함께 특정 시각에 맞춰 편향성과 연결 지은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관련해 이날 KBS PD협회는 "어떻게 섭외를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의 매니저가 제작진에게 '스케줄 때문에 출연이 어렵다'는 연락을 해온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KBS 언론노조는 '역사저널 그날'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세원 회장은 "시간이 더 지날수록 '역사저널 그날'의 방송 재개가 어려워질 것 같다"며 "프로그램을 되살리기 위해 강력한 투쟁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을 논의 중이다. 경영진 퇴진 투쟁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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