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형사 연기…"검은 독수리 같아"
"복합적 감정 연기 어려워"…구원의 서사 그려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그윽한 눈빛과 차분한 목소리를 장착한 배우 연우진은 그간 '멜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런 그가 카리스마 있는 형사로 변신했는데 스릴러물 속에서도 '누군가를 위해' 사랑을 표현했다.
지난 7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멱살 한번 잡힙시다'(극본 배수영, 연출 이호·이현경, 이하 '멱살 한번')는 나쁜 놈들 멱살 잡는 기자와 나쁜 놈들 수갑 채우는 강력팀 형사가 연이어 터진 살인 사건을 함께 추적하며 거대한 소용돌이에 빠지는 멜로 추적 스릴러다.
연우진은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멱살 한번'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그는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것 같다. 무사히 잘 마쳐 해방감이 크고 사건을 해결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극 중 연우진은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 하고 싶은 건 꼭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마이웨이 형사 김태헌을 연기했다. 출중한 피지컬과 열혈 기질로 강력팀 에이스가 된 그는 한 살인 사건을 통해 전 여자친구 서정원(김하늘 분)과 다시 마주한다.
앞서 연우진은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 '남자가 사랑할 때' '너의 노래를 들려줘' '서른, 아홉' 등으로 달달한 멜로 연기의 진가를 보였다. '멱살 한번'으로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그는 "장르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찰나 이 작품을 만났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아울러 대중이 기억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면서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변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헌을 받자마자 댄디 예민 깔끔 예리 신경질적인 모습이 내재돼있고 정돈돼 있는 형사를 표현하고자 밑바탕을 스크래치 했어요. 동물에 비유하자면 독수리 혹은 매인데요. 제작발표회에서 말씀드렸듯 검은 독수리는 태헌이 갖고 있는 '톤앤매너(tone & manner)'와 잘 맞아떨어져요."
작품은 첫 회부터 속도감 있고 파격적인 사건으로 시청자들에게 도파민을 선사했다. 극 초반 정원은 두 건의 살인사건을 연달아 목격하고 해당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 태헌을 만난다. 이처럼 사건이 먼저 터지고 과거를 파헤쳐 나가는 구조를 띄고 있어 캐릭터 특성을 짚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1, 2회에 힘을 줘야 했어요. 임팩트 있게 표현하려고 사건 설명이 많았는데요. 범인을 추론해 나가면서 다양한 인물들이 용의선상에 올랐고 이를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연기로서 풀어나갔어요. 대사 토씨 하나 틀리지 않으려고 했고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은 것도 과감히 쳐냈죠. 아무래도 장르극이기에 대본에 쉼표도 없고 글이 빽빽했어요."
여기에 정원의 남편 설우재(장승조 분)의 불륜이 드러나 극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이 과정에서 설우재와 김태헌은 대립하고 급기야 몸싸움까지 벌인다. 지난 3월 18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장승조는 본인 캐릭터를 "예쁜 쓰레기"라고 표현했으며 연우진은 "나쁜 놈들을 담아줄 수 있는 쓰레기통, 믿음직스러운 쓰레기통이 되고 싶다"고 소개한 바 있다.
"몰입하고 싸우면 그 배우가 싫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사적 농담을 많이 했어요. 인물적 거리 즉, 연우진-장승조 사이를 좁혀놨죠. 승조 형은 실제로 가정적이고 '아이들 바보'예요. 장르극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극한의 상황이 오가잖아요. 이번에도 그런 지점이 있었지만 극을 위한 장치라 생각하고 서로 으르렁대고 묘한 파동을 줬어요. 마지막까지 쓰레기와 쓰레기통이에요.(웃음)"
그러나 마냥 어두운 장면만 나오는 건 아니다. 정원과 재회하고 오해가 풀리며 다시금 사랑이 싹트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연우진은 "시청자들이 멜로와 사건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여러 감정을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정원을 대할 때 사건과 감정을 같이 가져가야 하는데 이 부분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배신감을 느꼈다가 오해가 풀리며 사랑도 했다가 이런 복합적인 감정이요. 제가 너무 고민한 게 보였는지 감독님이 '단순하게 표현하자'고 주문을 주셨어요. 그 어느 현장보다 연기 디렉션을 많이 받았는데요. 처음엔 모든 인물을 복합적으로 보는 게 어려웠지만 그럴수록 디테일함을 놓치지 않도록 시간을 많이 할애했어요."
어느덧 데뷔 15년 차. 숱한 캐릭터를 만난 연우진이지만 '멱살 한번'으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기존에 못 봤던 얼굴을 보기도 하고 '나이 든 모습, 이렇게 늙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단다. 이는 앞으로 그가 또 다른 변신을 하는데 영향을 줄 예정이다.
"장르물로 물꼬를 텄잖아요. 40대를 열어주는 첫 작품을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안 해봤던 연기를 부담 없이 도전해 보고 스펙트럼도 넓히고 스릴러에 욕심도 내보는 등 더 자신 있게 도전하는 용기를 가지려고요. 뭔가 덧입히는 것보단 제 나이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은데요.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 기존에 갖고 있지 않는 생각과 사고를 담고 싶어요. 과거 캐릭터 이해에 급급했다면 지금은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까'를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사람 자체를 존경하게 되더라고요."
연우진은 '멱살 한번'을 자신만의 단어로 정의했다. 김태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작품의 부제는 '포유(For you)'라고 답했다. 사건을 다루는 형사였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한 인물로 해석한 것이다.
"사건이 중심에 있지만 멜로의 감정이 크고 사랑의 위대함을 알려줬어요. 사랑은 아프게 지나가기도 하고 힘든 상처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는 가치가 크게 와닿았죠. '구원의 서사'가 태헌 정원 우재를 통해 잘 표현됐는데 태헌 입장에서 제목을 짓는다면 '포유'예요. '누군가를 위한, 누군가를 위해 사랑으로 귀결된다'요. 사랑은 숭고하고 위대한 가치임이 틀림없어요."
1년에 한 작품 이상 꼭 하고 있는 연우진은 올해도 열심히 달릴 예정이다. "순리대로 가고 있다"고 자신의 연기 인생을 표현한 그는 배우로서 또 예술가로서 궁극적인 목표를 밝혔다.
"연기를 하며 좋은 점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보니 '생각의 유연함'이 생기는 거예요. 내 것을 고집하지 않고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깔려있죠. 현재 목표는 쉼 없이 일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소재로 쓰이는 건데요. '이 친구랑 일하면 이 값을 뽑을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배우요. 여기에 연기까지 무르익어 대중에 신뢰를 주고 싶어요. 또 최근 아버지 미술 작품을 전시했는데 일련의 과정을 보며 예술이라는 카테고리 속에 몸담고 있는 게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예술인 연우진'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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