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전편 공개…'유아인 리스크' 영향
"많은 고민 끝에 완성된 작품"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유아인 리스크'를 안은 채 세상에 공개된 '종말의 바보'. 무기한 연기가 됐다가 어렵게 공개된 작품인 만큼 '종말의 바보'를 향한 김진민 감독의 애정이 남달랐다. 그저 시청자들이 작품 그 자체로만 바라봐주길 바란 김진민 감독이다.
김진민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말의 바보'(극본 정성주, 연출 김진민)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달 27일 전편 공개된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종말의 바보'는 당초 지난해 8월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주연 배우 유아인이 마약 혐의로 입건되면서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오랜 기다림 속에 공개된 작품인 만큼 김진민 감독은 "공개돼서 일단 너무 감사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작품 공개가 연기돼서 언제쯤 할 수 있나 했는데 넷플릭스에서 고민 끝에 개봉을 하기로 해줘서 다행이다. 다행이라는 생각만 드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진민 감독은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많이 불편하시지 않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다. 제가 판단할 것은 아니지만 다 만족시켜 드릴 수 있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유아인 리스크'로 작품의 본질이 가려지지 않길 바란 김진민 감독이다. 그는 "시청자들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가지 넘는 버전이 있었다. 작품과 관련되지 않은 제삼자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면서 편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작품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아인 분량에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복잡한 시간 변화로 인해 혼란스럽다고 혹평했다. 김진민 감독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모두 찾아봤다고 전했다.
"작품을 공개하면서 시청자들이 혼란스러워하시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았죠. 노력을 많이 했는데도 그런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서 부족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세계관 자체가 어느 정도 복잡성을 띠고 있어서 그런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12부작이라는 시간이 좀 짧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생략한 부분도 있었는데 이게 작품의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도 그럴 것이 유아인은 극 중 생명공학연구소의 연구인이자 세경(안은진 분)과의 결혼을 약속한 남자 친구 하윤상 역으로 출연했다. 연구를 위해 한국을 떠나 있던 하윤상이 세경을 지키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싲가되기에 유아인은 극의 큰 축을 맡았다.
그렇기에 유아인의 분량이 어설프게 제거된 탓인지 이야기의 몰입감이 깨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하윤상이 진행했던 연구가 무엇이었는지와 하윤상에게 보이던 빨간불의 정체 등 풀리지 않은 궁금증이 많이 남아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진민 감독은 "놓친 부분은 아니다. 잘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을 뿐이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청자분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고자 한 선택이었어요. 스토리의 전개상에서 불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 장면을 모두 제거했죠. 하지만 세경의 이야기나 아이들과의 서사가 부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이 든 장면은 모두 넣었어요. 그걸 종합적으로 판단한 게 지금 버전이에요.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선택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유아인 리스크'로 인해 여러 가지 부정적인 시선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호평받은 배우가 있다. 바로 안은진이다. 졸지에 원톱으로 작품 홍보부터 모든 걸 이끌어가게 된 안은진. 하지만 김진민 감독의 무한한 신뢰 덕분인지 안은진의 연기력은 빛을 발했다. 김진민 감독은 그런 안은진을 "스스럼없는 배우다"라고 정의했다.
"자기를 드러낼 때 가장 용기 있는 배우예요. 어떤 걸 하더라도 같이 갈 수 있는 호흡을 만들어가는 배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모든 국민들한테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익숙한데 예쁘고 내 옆에 있으면 매우 편안하고. 아이들의 진정한 선생님 역할이 필요했는데 안은진 배우가 그 역할을 잘 소화해 준 것 같아요. 진짜 선생님 같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안은진은 극 중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있는 세경 역을 맡았다. 김진민 감독은 극 중 나오는 많은 인물 중에서 세경에게 가장 마음이 간다고 전했다.
"극 중에서 가장 타인을 위한 선택을 한 사람이잖아요. 당장 200일 뒤에 죽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야 이 시간을 행복하게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가장 솔직하게 대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인 윤상을 따라가면 분명히 살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아이들을 두고 윤상을 따라갔다면 아마 죽는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종말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기보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나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간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 캐스팅부터 연출, 편집까지. 모든 부분에 깊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기 때문에 김진민 감독에게 '종말의 바보'는 더욱 뜻깊은 의미로 남았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기에 더 기본에 충실해야겠다고 다짐한 김진민 감독이다.
"'종말의 바보'는 용기 있는 선택이었어요. 제가 본 드라마 중에서는 이런 작품이 없었거든요. 시청자분들한테도 낯설게 다가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위험성은 있겠지만 사람이라면 볼 수 있는 양쪽 측면에 서서 다른 걸 다뤄보고 싶었어요. 그게 작가로서도 용기 있는 선택이었을 거고 저도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그 선택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는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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