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로기완' 최성은, '마리'로서 위로받고 성장한 시간[TF인터뷰]

  • 연예 | 2024-03-14 00:00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 役…송중기와 멜로 호흡
"'로기완'은 제일 안아주고 싶은 작품…밝은 역할도 해보고파"


배우 최성은이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공개를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배우 최성은이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 공개를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박지윤 기자] 최성은에게 '로기완'은 배움의 현장이었다. 그는 많은 선배들과 해외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자신을 가두고 있는 큰 벽을 용기 있게 깨부쉈고 유연함과 여유를 장착하며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했기 때문이다.

최성은은 지난 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감독 김희진)에서 벨기에 국적을 가진 한국인 사격선수 출신 마리로 분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났다. 그는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로기완'은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와 일본 등 12개 국가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를 접한 최성은은 "저희가 열심히 만들었지만 누군가는 좋아하고 누군가는 아쉬워하는 반응을 마주하게 되니까 긴장감 속에서 살고 있어요"라고 차분하게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공개 후 작품을 둘러싼 여러 반응을 찾아봤다는 최성은은 '이야기가 갖고 있는 힘과 여러 레이어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 너무 와닿았다'는 평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최성은은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마리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최성은은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는 마리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작품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로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한다.

살기 위해 벨기에까지 오게 된 로기완과는 달리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린 마리는 악연으로 얽힌 로기완과의 첫 만남 이후 의도치 않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벽을 세우고 발톱을 드러내지만 사실 두려움을 느끼는 작은 영혼이 있는 인물'이라고 마리를 바라본 최성은은 오디션을 보고 '로기완'에 합류했다. 이후 그는 작품의 정서를 파악하기 위해 원작을 읽고 김 감독과 대화를 나누면서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마리의 감정이 이해되지 않으면 이를 스스로 이해시키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의상과 분장의 도움도 받았고요. 마리는 죄책감보다 자기 혐오감이 컸던 것 같아요. 엄마가 그런 선택을 했을 때 옆에 없었던 자신이 제일 밉지만 이를 자신에게 돌리면 무너질 것 같아서 아빠를 미워했던 거죠. 인물의 감정 흐름은 납득됐어요. 마리를 이해하려고 많은 시간 노력하면서 그가 안쓰럽기도 했고 위로도 받았어요."

이번 작품에서 사격과 불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 최성은은 촬영 들어가기 약 2~3개월 전부터 사격은 폼 위주로 불어는 유창하게 구사하는 설정에 맞게 준비했다고. 그는 "최선을 다해서 아쉬움은 없지만 불어를 모국어로 쓰시는 분들이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해요.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만 집중했는데 천천히 가더라도 언어의 기본적인 정보나 지식에 먼저 접근했으면 어땠을지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최성은은
최성은은 "또래 배우들과도 해보고 싶고 밝은 캐릭터도 연기해 보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앞서 송중기는 <더팩트>와 만나 "최성은에게는 저에게 없는 집요함이 있어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최성은은 송중기를 비롯해 많은 선배와 호흡하며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다고 답했다. 특히 헝가리 등 해외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만큼 스태프들과도 가까이 지내면서 여러 방면에서 많은 힘을 얻었다고.

"원래 저는 대본에 쓰인 인물의 감정선이 이해되지 않아도 걱정만 할 뿐이지 다른 선택지를 찾아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중기 오빠는 전체를 보면서도 자신이 맡은 로기완을 놓치지 않았죠. 감독님과 자신의 생각이 다르면 그걸 설득시키는 힘이 있더라고요. 제가 더 좋은 걸 제시할 수도 있고 중간 지점에서 만날 수도 있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로기완' 전까지는 스태프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어요. 촬영을 위해 제 에너지를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를 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촬영을 위해 해외로 간 거지만 다른 나라에서 함께 숙박하면서 지내다 보니까 애틋해진 것 같아요. 같은 공간에 있고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서 더 다가갈 수 있었어요. 사람들 덕분에 힘을 많이 받았죠."

그런가 하면 이날 최성은은 이전의 작품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상대 배우들에게 '선배'라는 호칭을 쓰는 것과 달리 송중기만 '오빠'라고 부르는 이유도 밝혔다. 그는 "지창욱 선배가 서운해할지도 모르겠어요"라면서도 "오빠라는 호칭과 말을 놓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인데요. 중기 오빠가 먼저 '편하게 말 놔'라고 해주시기도 했고 진한 멜로 호흡을 해야 되니까 저도 거리를 두는 것보다 다가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죠"라고 덧붙였다.

최성은은
최성은은 "'로기완'은 제일 안아주고 싶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2019년 영화 '시동'으로 데뷔한 최성은은 단숨에 주연으로 발돋움했고 넷플릭스 '안나라수마나라'와 영화 '젠틀맨'에 이어 '로기완'까지 꾸준히 작품활동을 펼치며 대중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탄탄하게 구축되고 있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대체로 사연이 있거나 어두운 면모가 부각되는 인물을 연기했고 지창욱 주지훈 송중기 등 나이와 연차가 차이 나는 선배들과 주로 호흡했다는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최성은은 "늘 '나만 잘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선배들의 각기 다른 좋은 점을 많이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죠"라면서도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장르와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또래 배우들과 하면 어떨지도 궁금해요. 제가 주고받을 수 있는 게 또 다를 것 같아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해서 재밌을 것 같아요. 또 밝은 역할도 너무 하고 싶어요. 원래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잘 안 했는데 이제는 좀 해보고 싶더라고요. 저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요. 캐릭터가 주는 위로의 힘이 있을 거고요. 밝고 주변에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커요. 차기작은 보고 있는 중이에요."

끝으로 최성은은 배우이자 인간으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던 환경이 된 '로기완'을 "나중에 나이를 먹어서 제 필모그래피를 돌아봤을 때 제일 안아주고 싶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라고 바라보면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묵묵히 걸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

"과거를 돌아보는 성격은 아닌데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도 칭찬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그중에서 변하지 않는 건 재밌고 행복하게 연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끼면서 한 작품 한 작품 해나가고 싶어요."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