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연출작 '패스트 라이브즈', 3월 6일 개봉
[더팩트|박지윤 기자] 전 세계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신인 감독이 마침내 한국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최고와 최초의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셀린 송 감독이 취재진과 만나 가장 한국적인 정서 '인연'을 녹여 낸 '패스트 라이브즈'를 더욱 자세하고 깊게 들여다봤다.
셀린 송 감독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그는 '패스트 라이브즈'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부터 데뷔작으로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고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된 소감까지 전했다.
오는 6일 스크린에 걸리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 분)과 해성(유태오 분)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은 자전적인 이야기로 첫 번째 연출작을 선보였다. 작품은 나영과 해성 그리고 나영의 남편이 뉴욕에 있는 바에 함께 앉아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어느 날 한국에서 함께 놀았던 어린 시절의 친구와 남편과 함께 바에서 술을 마셨던 셀린 송 감독의 경험으로부터 탄생했다.
"친구와 남편의 말을 해석해 주는데 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서로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묻고 있었어요. 이를 해석하면서 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있다고 느꼈어요. 한국과 미국의 언어와 문화에 제가 연결점으로 있지만 제 안에 있는 역사와 정체성이 두 부분을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밤이 감명 깊었어요."
세 사람이 바에 앉아있는 장면을 작품의 시작과 후반부에 배치하고 나서야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셀린 송 감독이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지 못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세 사람은 과연 어떤 관계인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마침내 해당 장면에 도달했을 때 관객들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게 만든 것. 그는 "미스터리하게 시작하면서 관객들이 탐정이 되는 거죠"라며 작품을 관통하는 '인연'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들이 어떤 관계인지 설명할 수 있는 적합한 단어가 인연이었어요. 나영과 해성은 전 애인도 첫사랑도 그냥 친구도 모르는 사이도 아니거든요. 모든 답은 인연이더라고요. 한국은 인연의 뜻을 잘 알지만 전 세계 대부분은 몰라요. 관객들에게 쉽게 알려줄 수 있는 건 인연이 뭔지 모르는 캐릭터에게 설명하는 거죠. 저희 작품을 보면 전 세계 사람들이 인연이라는 단어를 알게 돼요."
그러면서 셀린 송 감독은 수많은 오디션 과정을 거친 끝에 유태오와 그레타 리를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두 사람 모두 어른과 아이의 모습이 공존했다는 그는 "유태오와 그레타 리는 웃지 않고 차갑게 있으면 어른스러운데 이야기를 나누고 농담하고 함께 웃다 보면 어린아이가 돼요. 영화 자체가 우리 인생에 담겨 있는 모순을 다루기 때문에 12살이기도 하고 어른도 되는 부분이 중요했거든요. 그 모순이 담겨 있는 배우들을 원했어요"라고 강조했다.
이날 셀린 송 감독은 가수 장기하와의 특별한 인연도 밝혔다. 장기하는 주인공 해성의 친구로 깜짝 등장하는데, 사실 그는 해성 역으로 오디션에 참가했었다고. 셀린 송 감독은 "최종 30명 중 한 명이었어요. 그렇게 만나고 오디션을 보면서 친해졌어요. 작은 역할이고 하루 정도 일하면 되는데 해보겠냐고 제안했고 그렇게 출연하게 됐죠"라고 회상했다.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말하는 인연은 한국인에게 익숙하지만 그 외 국가의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단어이자 정서다. 그렇기에 셀린 송 감독은 나영이 자신의 남편 아서(존 마가로 분)에게 인연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장면을 넣는 등 전 세계 모든 관객에게 단어의 뜻을 친절하게 알려주면서 러닝타임 내내 인연을 강조한다.
"인연은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거든요. 평범한 삶 안에서도 많은 시공간을 지나기 때문에 특별한 순간이나 신기한 인연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 느낌은 인생을 더 특별하게 만들고요. 영화는 대화를 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나는 살면서 이런 순간이 있었는데 당신도 있었나?'라고 질문을 던지면서요. 자신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영화를 보는 마음도 달라질 거고요."
그렇다면 영화의 제목을 인연이 아닌 전생이라는 뜻의 '패스트 라이브즈'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셀린 송 감독은 "과거의 삶을 뜻한다기보다 지금의 삶 안에도 '패스트 라이브즈'가 있다고 생각해요. 두고 온 부분을 이야기하는 거기 때문에 조금 더 오픈된 제목을 원했어요. 인연은 관계성의 이야기지만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생 자체에 들어있는 삶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설명했다.
또한 셀린 송 감독은 세 캐릭터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성은 나영과 안녕하기 위해 뉴욕까지 온 거니까 후련하게 집을 갈 수 있고 아서는 자기가 모르는 시절의 아내를 볼 수 있었죠. 나영은 비행기를 타고 온 해성 덕분에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제3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패스트 라이브즈'는 주요 비평가협회상에서 잇달아 수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 1월 23일(이하 현지 시각)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인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최초와 최고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데뷔작으로 뜻깊은 시상식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셀린 송 감독은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배운 게 정말 많아요. 한 영화의 인생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잖아요. 아직 모르는 게 많고 직접 경험하면서 배우는 게 많아요. 거기서 에너지를 얻죠"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그는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휴가도 없이 살아요. 정말 푹 빠져서 일하면서 행복하게 살거든요. 그런 마음이 들지 않으면 시작하기 어렵고요. 그래서 뭐든지 제가 진짜 믿는 거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돼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어요"라고 다음 행보를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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