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앨범 구매 유도하지 않도록 해야"
그린 앨범 옵션·친환경 차트 등 대안 제시
기후 위기는 이제 전 지구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K팝 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지만, 과잉 생산·판매가 반복 속 환경오염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K팝과 지구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속가능한 K팝'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업계와 팬덤의 노력,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엔터사를 비롯한 K팝 업계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린워싱'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불필요한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멈추지 않는 이상 결국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린워싱: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
환경운동연합 최예지 활동가는 "가장 큰 문제는 앨범에 포함된 랜덤 포토카드와 앨범 많이 사게 해서 팬사인회를 갈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1인이 다량의 앨범을 구매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포토카드에 대해서는 소비자기본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예지 활동가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어떠한 물건을 구매할 때 상품을 구매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하는데 랜덤으로 담긴 포토카드는 그렇지 않다. 이는 소비자기본법에 위배되고 사행성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예지 활동가는 "시장을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 나서서 칼을 뽑기 쉽지 않다"면서 "환경부나 문체부가 나서서 규제를 하거나 대형 엔터사들이 합심해서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이 바뀌지 않는 이상은 여전히 K팝이 환경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K팝의 진정한 친환경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직접 행동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조직된 K팝 팬덤 단체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이 대표적이다.
케이팝포플래닛의 대표적 행보 중 하나는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라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을 통해 단체는 엔터사에 과도한 실물 앨범 쓰레기 문제 해결을 포함해 기후 행동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앨범 문제 외에도 스트리밍 플랫폼의 탄소 배출 문제를 지적하는 '멜론은 탄소맛'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캠페인은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이들이 행동을 시작한 뒤 엔터사들이 ESG 리포트를 발간하고 친환경 앨범 등을 발매하기 시작했다. 멜론은 2030년까지 모든 데이터를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클라우드로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케이팝포플래닛 박진희 캠페이너는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 캠페인 이후로 업계가 변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캠페인 당시 저희가 하이브 관계자와 통화했을 때 메이저 엔터사들이 인지하고 있다며 기다려 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하이브에서는 BTS 제이홉의 솔로 앨범이 플랫폼 앨범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고심을 하고 있다. 2022년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K팝 업계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환경변화 대응에 동참한다고 선언하며 이를 위해 써클차트 내 친환경 차트(가제 '클린차트')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며, 써클차트 측은 친환경 차트와 관련해 "아직 특별하게 논의되는 것은 없다"고 말해 아쉬움이 남는다.
팬들이 요구하는 대안은 '그린 앨범 옵션'이다. 이는 팬들이 앨범을 수십 장 구매하더라도 원하는 만큼의 실물 앨범만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박진희 캠페이너는 "엔터사들이 친환경을 외치지 말고 제대로 실물 앨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면서 "K팝은 팬들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고 팬들 덕분에 성장하는 산업이기에 저희가 살아갈 미래를 위협하는 행동을 멈추고 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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