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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과 환경①] CD=플라스틱 쓰레기? K팝과 환경의 상관관계

  • 연예 | 2024-01-22 00:00

K팝 앨범으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매년 증가
팬사인회·포토카드 등 상술이 구매 부추긴다는 지적


플라스틱 쓰레기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히고 있다. 사진은 환경 오염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변에 널부러진 모습이다. /뉴시스
플라스틱 쓰레기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손꼽히고 있다. 사진은 환경 오염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변에 널부러진 모습이다. /뉴시스

기후 위기는 이제 전 지구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K팝 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지만, 과잉 생산·판매가 반복 속 환경오염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K팝과 지구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속가능한 K팝'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업계와 팬덤의 노력,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공미나 기자] 국내 연간 앨범 판매량 1억 장 시대가 도래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실물 앨범 판매량 1~400위 합산 기준 누적 판매량은 약 1억2000만 장으로 집계됐다. 전년 기록(약 8000만 장)의 149%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조사에 따르면 매년 글로벌 앨범 시장 매출은 하락하고 있는 반면, K팝 앨범 시장은 연일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인 국내 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은 2017년 55.8t에서 2022년 801.5t으로 약 14배 늘었다. 이 때문에 K팝 앨범 시장의 성장 뒤에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도 따른다.

CD는 폴리카보네이트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자연분해되는 데에만 무려 100년이 걸린다. 사실상 자연분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때문에 CD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매립지나 소각로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유독 가스가 발생한다. 음반 포장재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도 문제다. 염소 성분이 포함된 폴리염화비닐 역시 연소 시 독성 가스를 배출하고 재활용도 어렵다. 폴리염화비닐의 주요 원료인 염화비닐은 WHO의 국제암연구소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중요한 점은 대부분 소비자들이 앨범을 필요에 의해 사는 것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음반 구매 목적을 조사한 결과, 음반을 구매하는 이유(중복응답) 1위는 수집 목적(75.9%)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굿즈 수집(52.7%), 이벤트 응모(25.4%)의 이유로 음반을 구매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구매한 앨범으로 음악 감상을 하는 소비자는 5.7%에 불과했다.

K팝 업계의 상술도 팬덤의 중복 구매를 부추긴다. 앨범 소비가 늘어나는 주원인은 팬사인회로 꼽힌다. 가수와 팬이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팬사인회 이벤트는 앨범 구매로 얻는 응모권을 통해 참가자를 추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K팝 팬덤은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적게는 수십 장, 많게는 수백 장까지 앨범을 구매한다.

한 앨범을 여러 종류로 내는 것 역시 상술의 기본이다. 여기에 무작위로 들어있는 수많은 종류의 포토카드도 팬들의 수집욕구를 자극한다. 팬사인회 응모가 아니더라도 원하는 포토카드를 갖기 위해 위해 앨범을 수십 장씩 산다는 것이 K팝 팬덤의 증언이다.

여기에 팬덤 간 경쟁 심리도 앨범 구매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일명 초동(앨범 발매 첫 주간 판매량)이 곧 인기의 척도로 통하기 때문이다.

K팝 팬덤으로 구성된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이 캠페인 차원에서 각 아이돌 팬들로부터 처치곤란한 음반을 기부받은 모습이다. /케이팝포플래닛
K팝 팬덤으로 구성된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이 캠페인 차원에서 각 아이돌 팬들로부터 처치곤란한 음반을 기부받은 모습이다. /케이팝포플래닛

30대 프리랜서 Y 씨는 좋아하는 인기 보이그룹의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한 번에 200만 원 이상을 지출한 경험이 있다. 심지어 팬 사인회에 한 번만 응모한 것이 아니다. 앨범을 장당 2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팬사인회 1회 응모를 위해 100장 가까이 구매한 것이다. A 씨가 좋아하는 보이그룹은 지난해 트리플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A 씨는 "90만 원어치의 앨범을 사고 팬사인회 응모했을 때는 떨어진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L 씨 역시 한 보이그룹의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350만 원가량을 쓴 경험이 있다. B 씨는 "항간에는 모 인기 그룹의 팬사인회에 당첨되려면 500만 원 정도는 사야 안정권이라는 소문도 있다"며 "팬사인회가 랜덤 추첨이라고 하지만 암묵적으로 많이 살 수록 당첨 확률이 높고 한다. 또 특정 장수 이상 사야 확실히 당첨된다는 일명 '팬싸컷'이 공공연히 전해진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 명이 수백 장씩 구매한 앨범은 대부분 어디로 갈까. 과거엔 팬들이 복지시설 등에 기부하는 사례도 있지만 최근에는 시설에서 이를 거부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실질적으로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는 일명 업자나 해외 팬들에게 판매하는 사례다. 그러나 이 마저 초동 기간이 지나면 판매도 어렵다는 것이 K팝 팬덤의 설명이다.

결국 대부분 앨범은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L 씨는 "팬사인회 응모 때 구매한 앨범을 업자에게 판매도 해보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앨범을 나눠주고, 생일 카페를 열 때 무료 증정을 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앨범이 아직 몇 박스가 남아있어서 언젠가 버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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