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기획'더 글로리' 후 주춤…그래도 넷플릭스
'무빙'으로 입지 다진 디즈니플러스
웨이브+티빙 합병으로 진입장벽 두드리기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어느덧 K-콘텐츠의 시대가 시작됐다. 2023년 올 한 해에도 K정서, K장르 등을 자랑하는 다양한 작품이 공개됐다. 부동의 넷플릭스가 있는가 하면, 디즈니플러스는 드디어 대표작을 얻었다. 국내 OTT도 막대한 자본의 해외 OTT에 맞서 여러 방면으로 도전 중이다. 2023년 OTT 방송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2023년에도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공개되며 많은 시청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넷플릭스는 역시나 다채로운 콘텐츠를 시기별로 적절히 섞어 한 해 플랜에 맞춰 공개했다. 디즈니플러스의 기대작 '무빙'은 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대표작으로 떠올랐다. 국내 OTT 웨이브와 티빙 또한 시도를 거듭했다. 특히 2023년 말에는 양측의 합병 소식이 전해지며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물론 이들의 한 해에는 아쉬운 점도 분명 있었다. 2023년 각 OTT가 어떻게 보냈는지 포인트로 짚어봤다.
◆ 넷플릭스, '더 글로리'로 열고 'K-크리처'로 닫아
지난해 '더 글로리'로 전 세계 신드롬을 일으키며 화려하게 한 해를 닫았던 넷플릭스는 올해 3월 '더 글로리' 파트2를 공개하며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실제로 '더 글로리' 파트2는 공개 하루 만에 26개국 국가에서 정상을 차지했으며 세계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비영어권 시리즈물 가운데 가장 많은 주간 시청 시간을 기록했으며 TOP10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작품은 최근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도 노미네이트 됐으며 국내 주요 시상식에서도 상을 휩쓸며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계속해서 공개했다. 시리즈 '연애대전' '사냥개들' '마스크걸' 'D.P.2' '택배기사' '셀러브리티' '너의 시간 속으로' '도적: 칼의 소리' '이두나!' '스위트홈2' 등을 비롯해 영화 '정이' '독전2' '발레리나' '길복순' 등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을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예능프로그램 '피지컬 100' '사이렌 불의 섬' '좀비버스' '데블스 플랜' 등으로 색다른 재미도 선사하며 OTT 1위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다만 포문을 열었던 '더 글로리'에 비해 이후 나오는 작품들은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더군다나 기대작으로 떠올랐던 '택배기사' '도적: 칼의 소리' '이두나!' 등이 파급력을 이끌지 못하며 넷플릭스의 부진은 길어졌다.
넷플릭스는 2023년 대미 장식으로 K-크리처를 내세웠다. 지난 1일 '스위트홈' 시즌2가 무려 3년 만에 돌아온 데 이어 22일 박서준 한소희의 '경성크리처'가 공개됐다. K-크리처가 세계적인 콘텐츠 중에서도 한 장르로 우뚝 선 만큼 자신 있는 장르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그러나 두 작품 역시 기대에 비해 실망이 크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 디즈니플러스, '무빙'이 살리고 효도한 2023년
넷플릭스에 '더 글로리'가 있었다면 올해 디즈니 플러스에는 '무빙'이 있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무빙'은 조인성 류승룡 한효주 류승범과 신예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등 화려한 라인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한국형 히어로 드라마를 표방해 큰 인기를 끌었다.
'무빙' 공개 직후, 국내 디즈니플러스 활성 이용자 수는 무려 46% 급증했다. 20부작이라는 긴 작품 수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공개 첫 주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했으며 최종화 에피소드는 공개 첫 주 대비 3배 이상의 시청 시간을 달성했다. 그야말로 '더 글로리'에 이은 '무빙' 신드롬이었다.
디즈니플러스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단연 '무빙'이자만 이에 못지않게 선전을 펼친 작품들도 있었다. 최민식의 26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 '카지노'도 입소문을 타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창욱 위하준 주연의 범죄 액션물 '최악의 악' 또한 브로맨스와 액션으로 호평을 얻었다.
이 외에도 '형사록2' '레이스' '한강' '최악의 악' '사운드트랙 #2', 예능 '더존: 버텨야 산다 시즌2' 등이 공개됐지만 큰 반응은 얻지 못했다.
◆ 티빙·웨이브, 국내 OTT 계속되는 진입장벽 두드리기
토종 OTT인 티빙과 웨이브는 올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먼저 티빙은 '아일랜드' 파트2를 시작으로 '방과후 전쟁활동' '우리가 사랑했던 모든 것' 등을 공개했지만 화제성과 기록은 저조했다. 그나마 최근 공개된 '이재, 곧 죽습니다'가 43개국 TOP 10 진입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웨이브는 '박하경 여행기' '거래', 예능 '피의 게임2' '국가수사본부' 등을 내놓았다. 콘텐츠들이 이색적이라는 점에서 웨이브의 시도와 도전 정신은 높이 평가됐다. 그러나 여전히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군다나 웨이브의 기대작이었던 '약한 영웅'의 시즌2가 넷플릭스 제작을 확정 지으며 대표 콘텐츠도 내줬다.
그럼에도 티빙과 웨이브는 해외 OTT의 굳은 진입장벽을 계속해서 두드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 일환이 바로 합병이었다. 최근 양측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합병을 본격화했다. 내년 양사 통합이 마무리되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최대 930만 명(중복 가입자 포함)에 달해 토종 OTT로는 최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자본이 부족한 국내 OTT가 힘을 합쳐 글로벌 OTT에 맞서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되는 만큼 양사 합병을 바라보는 시청자들 또한 기대를 보이고 있다.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국내 OTT의 활약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 "다들 노력했지만"…저주가 된 시즌2 잔혹사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앞선 시즌의 명성을 등에 업고 출격한 시즌2들이 줄줄이 혹평받으며 '시즌2의 저주'라는 오명이 생겼다.
먼저 군대의 내 부조리 등을 사실적으로 담아 극찬을 받았던 'D.P'가 2년 만인 지난 7월 시즌2를 선보였다. 기존 배우들과 시즌1의 이야기의 연장선으로 시작한 'D.P.2'였지만, 시즌1의 완성도와 현실성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공개된 '스위트홈' 시즌2도 마찬가지였다. '오징어게임'과 함께 한국 드라마를 세계에 알린 콘텐츠로 꼽히는 '스위트홈'이 3년 만에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는 만큼 시즌2는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새로운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으며 확장된 세계관을 바탕으로 내용이 전개되는 만큼 시즌1을 뛰어넘는 이야기가 탄생할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냉혹했다. '확장'을 내세웠지만 자충수가 됐다. 한정된 공간이 주는 긴장감이 사라지며 '스위트홈'만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넷플릭스는 2018년 극장 개봉해 관객 수 52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했던 영화 '독전'의 미드퀄 속편 '독전2'를 오리지널 영화로 들여왔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독전2'는 2.09라는 굴욕적인 평점과 함께 "안 만드느니만 못한 속편. 원작에 사과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 시즌2 역시 시즌1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화제성으로 시즌1을 뛰어넘지 못했다. '술도녀'는 '티빙의 효녀'라는 타이틀까지 얻을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작품으로 이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이 결정됐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기대에 대한 부담이 넘쳤던 걸까. '술도녀2'는 판타지에 가까운 스토리와 과한 '암 설정' 등으로 무리수를 던지며 결국 발목이 잡혔다.
비단 OTT만의 문제는 아니다. tvN 역시 2023년 '구미호뎐 1938'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 '아라문의 검' 등 시즌2를 공개했지만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사실상 2023년 공개된 시즌2는 모두 냉혹한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그럼에도 아직 계획된 시즌2가 많은 상황. 이에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시즌2의 굴욕을 벗어나 명성을 이어가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지 2024년 공개될 시즌2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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