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감찬·양규·이순신 등 시대가 바라는 리더상
승리의 서사로 희망적 메시지도 담아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부터 12월 극장가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연말 안방과 스크린은 지금 구국 영웅들이 점령했다.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김한솔)은 거란과의 26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 황제 현종(김동준 분)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 강감찬(최수종 분)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지난달 지난달 11일 방송을 시작한 '고려 거란 전쟁'은 정통 사극에 목말라있던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첫 회 시청률 5.5%로 출발해 10회 10.0%를 기록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현재 방송 중인 주말극 중 홀로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넷플릭스 성적도 좋다. 방송 직후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돼 '오늘의 인기 콘텐츠' 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섬세한 역사 고증과 흡인력 있는 전개, 기존 사극에서 보기 힘들었던 스펙터클한 전쟁신은 작품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목숨을 내놓고 나라를 지키려 한 리더십 넘치는 영웅 캐릭터들 역시 시청자들이 '고려 거란 전쟁'에 열광하는 이유다.
특히 극 초반을 이끈 홍화진 전투의 양규(지승현 분)는 '고려 거란 전쟁'을 통해 재조명되는 인물이다. 인간 방패가 된 고려 사람들의 목숨과 성을 지키려는 임무 사이에서 고뇌하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활을 쏘는 양규의 모습은 '고려 거란 전쟁'의 명장면 중 하나다.
충무공 이순신도 1년 만에 극장가에 돌아온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맞서 거둔 3대 전투를 다룬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를 다룬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 감독 김한민)를 통해서다.
'노량'은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7년 뒤인 1598년 12월 왜군 수장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일어난 이야기를 그린다. 왜군들이 조선에서 황급히 퇴각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순신(김윤석 분)은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해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을 벌인다. 특히 이번 작품은 오랜 시간 이어진 전쟁으로 수많은 동료를 잃고도 백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뇌하는 이순신의 모습이 담긴다.
20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12월 극장가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앞서 최민식 주연의 '명량'(2014), 박해일 주연의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 2022)이 각각 누적 관객수 1761만 명, 726만 명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노량'은 '명량'과 '한산'에서 관객에게 전한 깊은 울림과 감동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흔히 대중문화를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고려 거란 전쟁'과 '노량'과 같은 작품이 등장하는 데에는 승리의 서사를 통해 희망이 사라져 가는 사회에 용기를 불어넣으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또 각자도생의 시대에 진정한 리더를 갈망하는 사회적 열망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려 거란 전쟁'을 연출한 전우성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조선시대는 훌륭한 사람들이 뜻을 모아 무언가를 이루려 하다 안타깝게 죄절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고려시대를 소재로 삼은 이유는 지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기 위해서였다"면서 "이번에는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자'는 메시지보다 '과거에 이렇게 멋지게 성취를 했으니 지금의 우리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말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강감찬 양규 이순신 등 작품의 주인공들은 곧은 신념을 갖고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는 참된 리더의 모습"이라며 "'견리망의(見利忘義)'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힌 2023년, '고려 거란 전쟁'과 '노량'은 이 시대에 대중이 바라는 리더상을 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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