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2'서 메인 빌런 큰칼 役으로 연기 변신
'무빙'은 호평→'독전2'는 혹평…약 두 달 만에 달라진 온도차
[더팩트|박지윤 기자] 해적단 단주부터 고등학생 아들을 둔 초능력자까지, 최근 배우 한효주 필모그래피의 키워드는 '변신'이다. 하지만 청순함과 예쁨을 내려놓고 거듭된 도전을 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과유불급(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파격이 아닌 과함이 된 연기 변신은 한효주에게 버거움을 넘어 독이 된 듯하다.
한효주는 지난 8월 첫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극본 강풀 연출 박인제)에 이어 넷플릭스 영화 '독전2'(감독 백종열)로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앞서 그는 '무빙'에서 봉석(이정하 분)의 엄마 이미현으로 분해 데뷔 첫 부모 역할에 도전했고, 안정적인 연기력과 함께 조인성과 부부 '케미'를 보여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무빙'의 영광은 '독전2'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효주는 '무빙'이 끝난 지 약 두 달 만에 '독전2'로 연기 혹평을 넘어 '미스 캐스팅'이라는 지적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효주는 지난 17일 공개된 '독전2'에서 이선생의 최측근이자 조직의 뒤처리를 담당하는 큰칼 역을 맡았다. 작품은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여전히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 분)와 사라진 락(오승훈 분),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 분)과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의 독한 전쟁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독전2'는 2018년 개봉해 누적 관객 수 520만 명을 동원한 '독전'(감독 이해영)의 후속작이자, 용산역 혈투 이후 원호와 락이 노르웨이에서 만나기까지 전편에 생략된 이야기를 풀어내며 한국 영화 최초로 미드퀄을 시도한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극 중 큰칼은 이선생을 신봉하면서 그의 관심을 독차지하기 위해 무자비해진 인물로, 이번 시즌에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다. 이를 연기한 한효주는 부스스한 머리와 거칠게 그을린 피부, 커다란 안경, 틀니를 장착하며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비주얼을 선보였다. 여기에 언변 말투와 중국어까지 소화하며 역대급 연기 변신에 나섰다.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도 입 모아 '처음에 한효주인지 몰라봤을 정도였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효주는 러닝타임 내내 이 같은 비주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어색한 연기력을 보여줬고, 결국 관객들은 도전 자체에만 의의를 둔 결과물을 마주하게 됐다.
큰칼로 분한 한효주는 시종일관 꺾여 있는 목부터 초점을 잃은 동공과 어기적대는 발걸음, 과한 표정, 혀 놀림 등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캐릭터에 '착붙' 설정이 아닌, 겉도는 분위기만 자아내며 보는 이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마치 호기롭게 새로운 스타일링에 도전했으나 이를 소화하지 못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억지로 껴입은 듯한 느낌이 강하다.
무엇보다 故 김주혁과 배우 진서연은 '독전'에서 신선한 비주얼로 매력적인 '빌런 그 자체'가 되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바 있다. 두 명의 빈자리를 홀로 채우게 된 한효주는 차승원에게는 위압적인 눈빛으로, 특별출연한 변요한에게는 자연스러운 중국어 억양으로 밀리면서 작품의 대표 빌런답지 않은 미미한 카리스마만 남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큰칼이 아닌 한효주의 존재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빌런 자체로서 매력적이지도,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로서 작품에 잘 녹아들지도 않으니 배우 자체가 튀어 보이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앞서 한효주는 '독전2'가 공개되기 전, 다부진 몸을 만들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또한 그는 "3일 동안 물도 마시지 않고 몸을 키웠다"고 덧붙이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일까. 이러한 노력의 흔적이 가장 두드러지는 한효주와 오승훈의 액션신에서 쫄깃함이나 살벌함, 긴장감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장면을 보고 있으면 '물을 마셔도 됐을 것 같은데'라는 순수한 의문과 함께 옷을 찢지 않고 싸움을 이어가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시리즈에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의 서사와 설명이 부족한 가운데, 한효주는 전작에서 강렬했던 두 빌런의 존재감을 채우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치를 감추기 위해 외적 변신에만 급급했던 건 아닐까.
배우에게 변신은 중요하다. 늘 비슷한 장르나 캐릭터만 소화하다 보면, 이미지가 고착화되기 때문이다. 전작을 답습하지 않고 꾸준히 연기 변주를 꾀하면, 자연스럽게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대중에게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 더 나아가 배우에게 들어오는 작품의 장르도 훨씬 다양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독전2' 한효주의 활약과 시기가 모두 아쉽게 됐다. 그는 '무빙'에서 고등학생 아들을 둔 엄마를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작품도 흥행하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한 차례 성공적인 연기 변신으로 대중을 놀라게 했던 한효주는 이번 작품에서 시종일관 과한 표정과 잘 들리지 않는 발성 등으로 '무빙'의 기세를 잇지 못할뿐더러 그동안의 연기력까지 의심케 했다.
물론 '독전2'는 한효주의 연기 혹평뿐 아니라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설을 새삼 증명하는 중이다. 류준열의 빈자리를 오승훈이 채우고, 이야기의 개연성도 부족해 모든 면에서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작품에 관한 호불호와 함께 '한효주는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었다' 등과 같은 관객들의 평이 주를 이루고 있는 만큼, 그의 파격적인 변신도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아쉬운 결과물을 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효주가 큰칼을 어떻게 분석하고 접근했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시간을 들여 다부진 몸을 만든 것 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를 알게 되면 또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보고,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걸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 없게 됐다. 조진웅 오승훈 차승원, 백종열 감독 모두가 진행한 인터뷰 일정을 한효주만 소화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독전2'의 한효주에게 여러모로 아쉬움과 궁금증만 짙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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