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워터멜론' 윤청아 役 활약
수어까지 완벽 소화하며 호평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볼 때면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신은수만큼 윤청아라는 캐릭터에 잘 맞는 배우가 있을까. 화면 안에서도 밖에서도 '청아하다(속된 티가 없이 맑고 아름답다)'라는 단어 그 자체인 배우 신은수다.
우연히 보게 된 KBS2 드라마 스페셜 '열아홉 해달들'에서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다. '낯이 익은데'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금세 한 영화가 떠올랐다. '가려진 시간' 속 앳된 얼굴의 신은수를 다시 찾아보게 된 계기였다.
'가려진 시간' 속의 묘한 분위기와 '열아홉 해달들'에서 보여준 당찬 모습은 또 한 번 반전으로 이어졌다. tvN 월화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극본 진수완, 연출 손정현) 제작발표회 당시 신은수의 깨발랄한 모습은 배우 신은수가 아닌 '스물한 살 신은수'를 엿보는 기분이었다.
인터뷰 당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배우와 '스물한 살 신은수' 를 오가는 모습은 마주한 기자로 하여금 절로 웃음짓게 만들었다. 평소 손으로 직접 작성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답게 수첩까지 챙겨와 질문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며 긴장한 내색을 보이다가도 학교 생활 이야기에 자주가는 카페와 그곳에서 먹는 케이크의 수까지 언급하며 맑은 웃음을 터트린다. 청아한 신은수를 계속해서 응원하고 싶어지게 말이다.
지난 14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극본 진수완, 연출 손정현)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코다(CODA, 청각장애인 부모 아래서 태어난 청인 자녀) 소년 하은결(려운 분)이 수상한 악기점을 통해 낯선 공간에 불시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어린 시절의 아빠 하이찬(최현욱 분)을 비롯해 청춘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청춘 드라마다.
신은수는 극 중 은결의 어린 시절 엄마인 윤청아 역을 맡았다. 청아는 내면의 아픔을 숨긴 채 차갑고 도도함으로 세상을 경계하는 인물이다. 선천적 청각장애인으로 고된 역경을 겪었지만, '인생이여 만세'를 외쳤던 화가 프리다 칼로처럼 반짝이는 인생을 꿈꾼다.
손정현 감독은 '열아홉 해달들'을 보고 신은수에게 캐스팅 제안을 했단다. '열아홉 해달들'의 김재영과 '반짝이는 워터멜론'의 윤청아는 결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유가 궁금했다. 신은수는 "감독님께서 '몸을 던져서 연기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하더라. 재영이에게서 청아의 모습을 봤다기보다는 신은수가 가진 연기자로서의 면모를 본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 '가려진 시간' 때도 대사가 많은 건 아니었어요. 눈빛이나 표정으로 대신해야 했죠. 그 모습들을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이번에는 청아의 방식으로 표현해주길 바랐던 것 같아요."
촘촘한 시놉시스에 한 번, 재밌는 대본에 두 번 반한 신은수로서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선천적인 농인이라는 캐릭터 설정이 분명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터다. 그럼에도 신은수는 단 한마디도 말을 할 수 없는 인물인 청아를 오로지 표정과 눈빛 연기로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섬세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신은수는 "처음에는 농인들이 사는 세계를 이해하려고 했다. 정보 습득을 위해 코다와 관련된 것들, 책이나 영화 등 수집할 수 있는 건 다 찾아봤다. 특히 실제 농인 작가님이 그린 웹툰이 있는데 사소한 일상까지 세세하게 적혀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 청아가 느낄 감정을 이해한 후에는 청아의 상황과 감정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영상까지 찍으며 6개월 정도 수어를 배우고 연습에 매진하기도 했다. 신은수는 "대본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수어가 생겨서 한 번씩은 꼭 수업을 받아야 했다. 다행히 청아가 수어를 하는 건 8부부터 나와 작품 초반부터 배운 것 같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혼자 영상을 찍어 내가 수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연습했다"고 돌이켰다.
"작가님이랑 이야기를 나눴던 것 중 하나는 청아의 웃는 모습이 18세 소녀 같았으면 한다는 점이었어요. 사실 청아의 어두운 점도 다 이유가 있는 어두움이잖아요. 처음부터 어두운 친구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혼자 이겨내야 할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저절로 날이 서고 방어기제가 생긴 거죠. 회차가 쌓일수록 이찬과 은결, 은유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풀어지죠. 마지막에 친구들과 친밀감이 생겼을 때는 환한 웃음도 보여줘요. 마음 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다는 건 인생에서 엄청 큰 변화이니까요. 청아의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인터뷰 한 시간 내내 애교 가득한 말투에 표정 많은 신은수를 보고 있으니 새삼 다시 신기해졌다. 이런 친구가 어떻게 윤청아의 처연한 분위기를 이토록 잘 살려낼 수 있었던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에 신은수는 수줍게 웃어 보이며 "일부러 처연해 보였으면 했던 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청아가 가진 상황을 염두에 두고 청아의 마음으로 연기하다 보니 눈빛이나 분위기로 드러난 것 같다. 청아가 날은 서 있지만 외로워보이지 않나. 혼자 있고 싶어서 혼자 있는 게 아닌 걸 보는 사람들도 알기 때문에 그 외로움에서 나온 처연함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신은수부터 려운 최현욱 설인아 등 20대 배우들로 구성, 청춘물의 장점인 또래배우들과의 호흡을 자랑했다. 특히 로맨스 상대인 최현욱과는 동갑으로 쉽게 만날 수 없는 '케미'였다. 신은수 역시 동갑 배우와 호흡을 맞춘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단다. 이에 신은수는 "서로 친구인 걸 알고 좋아했다. 덕분에 편하게 금방 친해졌다"며 "최현욱은 현장에서 에너지가 정말 좋은 배우다. 그만 좀 웃겨 달라고 할 만큼 촬영장을 재밌게 만든다. 덕분에 에너지를 받으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 감정신 때는 내가 갖고 있는 걸 끌어내 주려고 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또래 배우들과 하는 재밌는 현장이다 보니 청아가 아닌 은수가 나오고 싶을 때가 종종 있었죠. 예를 들어 송캠프 때 곡을 완성하고 공연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날따라 기분이 좋고 너무 신났어요. 리허설 때부터 (설)인아 언니랑 신난다면서 춤추고 놀았죠. 다만 촬영에 들어가면 차분하게 있어야 하니 몸이 너무 근질근질하더라고요. 언니한테 계속해서 '춤추고 싶다. 언니가 부럽다'고 말했죠.(웃음)"
'청춘'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었다. 이에 16부작을 이끌며 울고 웃었던 신은수가 생각하는 '청춘'은 무엇일지도 궁금했다. 확신의 J(계획형)답게 인터뷰 전부터 미리 생각해 봤다는 신은수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예전에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웠던 적도 있었다. 나만 청춘을 즐기지 못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재미없게 사는 것 같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내 "하지만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찍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며 "정형화된 청춘은 없다. 대신 모두가 각자 저마다의 청춘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으면 청춘이다. 그래서 난 지금 이 순간순간들이 청춘이라고 생하고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도 전했다.
"작품을 찍으면서, 완성된 방송을 다시 보면서도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따뜻한 대사가 많았던 만큼 온기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시청자분들도 '반짝이는 워터멜론'을 청춘의 한 조각으로 남겨놓고 기억날 때마다 추억해 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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