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괴력 황금주 완벽 소화
"'파리의 연인'보다 더 기쁨 누리고 있어"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김정은의 컴백은 성공적이었다. 그간 로맨스물의 명대사로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안겼고 토크 예능에서는 이야기 잘 들어주는 따뜻한 언니로 활약했다. 이번엔 괴력을 가진 카리스마 엄마로 완벽 변신했다.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극본 백미경, 연출 김정식·이경식)은 선천적으로 놀라운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 강남순(이유미 분), 황금주(김정은 분), 길중간(김해숙)이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코믹범죄극이다. 'K-여성 히어로물'의 새 지평을 연 '힘쎈여자 도봉순' 이후 6년 만에 세계관을 확장해 돌아온 '힘쎈' 시리즈다.
김정은은 최근 <더팩트>와 만나 '힘쎈여자 강남순'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이 연일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던 터라 김정은의 얼굴에선 환한 미소가 보였다.
"주변에서 반응을 말씀해 주세요. '지하철, 병원에서 '힘쎈여자 강남순' 보고 있더라' 이런 이야기요. 놀라운 건 요즘 실시간 채팅을 하면서 보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채팅창을 보내주시는데 '이게 뭐지?' 하면서 들어가 봐요. 제가 잘 모르는 MZ세대의 어떤 템포라고 할까요? 기억에 남는 반응은 '김정은 보려고 본다', '기다린다'예요. 너무 감사하죠."
작품에서 '여성의 힘'은 극을 이끄는 주된 키워드다. 겉으로 약해 보일 수 있는 여성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힘을 발휘해 악당을 물리친다. 이 과정에서 세 모녀의 끈끈한 사랑은 덤이다. 김정은 역시 여성 서사를 깊게 다룬 작품이라 더 애정이 갔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는 작품 선택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파워풀하고 임팩트 있는 역할을 해본 적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황금주는 처음 경험하는 부분이고요. 저랑 거리 있는 이미지라 생각했는데 반응이 오는 걸보며 신기하고 또 신났어요. 여리여리, 여성스러운 그런 게 싫거든요. 돈과 괴력이 공존하는 '플렉스'에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꼈어요. 단순히 힘이라는 게 물리적일 수도 있지만 사회적 권력도 있잖아요. 그런데 황금주는 돈도 많고 진짜 힘까지 있어요. 여성은 약자의 입장에서 머무를 수 있는데 그걸 힘과 돈으로 비틀어버리는 인물이죠."
세 모녀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남성보다 더 강하다. 이에 시청자들 사이에선 작품이 '모부장제' 드라마로 통했다.
"모부장제라는 단어에 완전 쾌감을 느끼죠. 작품에서도 프러포즈를 하고 '돈은 내가 벌게' 이런 말도 하고. 사실 작가 '백미경'이라는 세 글자만 보고 작품을 선택했어요.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여성 서사를 좋아하고 한 여성도 버릴 게 없잖아요."
황금주는 강남 현금 부자로 화려한 메이크업과 스타일 뒤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밤에 오토바이를 몰고 마약 상인을 추격하기도 한다. 김정은은 이 작품을 위해 오토바이 자격증을 땄단다.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더 어렵더라고요. 배우가 캐릭터를 위해 뭔가 배우는 건 일종의 몸부림이에요. 하나라도 배우다 보면 캐릭터를 이해하는 부분이 생기거든요. 대역을 썼고 전 열심히 타고 내리는 장면을 찍었어요. 만약 유미 나이라면 '제가 다 할게요' 했을 거예요."
황금주는 남편 강봉고(이승준 분)와 이혼했지만 연락도 하고 밥도 먹는다. 김정은은 둘 사이는 활활 타오르지 않지만 애증의 관계를 잘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스핀오프 드라마로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둘이 헤어진 이유는 남순이었잖아요. 근데 찾았으니 문제가 해결돼 다들 기대하는 바가 커요. 이혼한 부부의 이상한 사랑이었는데요. 엄마 앞에서 전 남편을 칭찬하거나 '당신 닮아서 눈이 예뻐' 이런 말들은 애정이 남아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강남순'이 '힘쎈여자 도봉순' 스핀오프인데 다른 지역으로 계속 나오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그럼 저희 둘이 살고 있는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는 연기가 올드 해지지 않기 위해 또 황금주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감독님과 상의도 많이 했다. 덕분에 세 모녀의 '케미' 역시 브라운관 못지 않게 현장에서 훈훈했다고 한다.
"감독님 앞에서 부끄럽고 창피한 건 상관없어요. 나중에 전파를 타고 볼 때 부끄러운 게 문제죠. 조가 있거나 과하거나 호흡이 길 때마다 감독님한테 '이상해요? 올드해요?' 굉장히 많이 물어봤어요. 과거에는 이만큼 빈틈을 만들어 놓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엄마와 딸의 캐스팅을 듣고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제가 걱정하고 있으면 둘은 깔깔 웃고 있어요. 너무 순수하고 그런 면들이 사랑을 받게끔 만든 것 같아요."
마약을 타파하는 인물인 만큼 관련 공부도 철저히 했다. 그 때문에 김정은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마약이라고 한다.
"촬영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세상을 구하자! 마약으로부터!' 이런 대사가 먼 나라 이야기 같았거든요. 마약 단어도 생소해서 공부하려고 유튜브로 찾아봤어요. '이렇게 (마약을) 접하기 쉽다고?' 놀라웠는데 현실이 그러니 웃을 수만은 없더라고요. 무섭고 걱정도 되고 놀라운 부분도 있고 책임감도 느껴져요."
어느덧 데뷔 27년 차를 맞이한 그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파리의 연인'으로 회자되는 김정은이지만 그는 과거의 자신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고 말했다.
"바운더리 중심에서 너무 바쁘게 살아온 순간도 있었고 홍콩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멀어졌어요. 그 시간을 좋지 않게 보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 같아요. TV를 보며 좋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봤을 때 피가 끓었죠. '그 영광이 다시 올 수 있을까? 글쎄, 내 욕심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이뤄졌다는 건 너무 영광스러운 일이죠. '파리의 연인'보다 더 기쁨을 누리고 있어요."
김정은의 솔직함은 계속됐다. 이번 현장에서 느낀 게 많았고 이젠 자신이 뭔가를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다 제가 잘나서 됐다고 믿었던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무기라고 할까요. 마치 모든 것에 통용될 것 같고 출처 모를 자신감과 용기가 있었던 거죠. 돌아보니 현장에서 저 혼자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요즘 느낀건 자신을 고집하면 병폐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거예요. 김정은으로서 가진 건 몇 개 안 돼요. 황금주가 원래 잘했던 걸 몰아 넣았다고 하시는데 저에 대한 호감은 지난날 '파리의 연인'에서 오는 베네핏인 것 같아요. 이제는 덜어내고 포기하고 좀 비워내는 게 중요해요. 유미 성우 석우랑 제가 다른 점이겠죠."
많은 걸 얻고 배웠던 작품, 그리고 이어진 흥행. 김정은에게 '힘쎈여자 강남순'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내가 배우구나' 생각하게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연기를 안 하면 '배우로서 존재 가치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강남순'은 아주 고마운 존재예요. '살아있네' 이런 표현을 써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다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수많은 평가 중 '새로운 발견'이 아닌 '재발견'이라는 말, 너무 소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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