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모 갈등' 그후, "사막 한 가운데 서 있어도 살아남을 자신"
외할머니 정옥숙 씨와 '주거침입 및 퇴거 요청 논란' 입장표명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최준희는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인플루언서다. 자유분방한 스타일에 개성이 강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존재감이 특별하다. 때론 당돌하다 싶을만큼 분명한 목소리로 자기 색깔을 낸다.
이런 스타일과 행보가 종종 가십성 뉴스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외부 시선의 호불호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삶의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자의든 타의든 철없는 시절에 겪는 고통과 역경은 더 빨리 어른스럽게 한다. 어린 나이에 그는 누구보다 힘든 삶을 견뎌내야 했다.
"엄마의 전성기 때부터 연예기자로 활약하신 기자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저는 어려서부터 수많은 시련을 겪었어요. 일상의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언론에 노출되고,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삶을 살았죠. 연민이나 동정 보다는 관종의 피사체로 산다는 게 고통이었어요."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해준 사람들과의 이별, 그 상실감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고 한다. 엄마 최진실이 당대 최고 스타 배우였고, 외삼촌 최진영이 유명 가수 겸 배우였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를 힘들게 했다.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모든 게 무섭고 두려웠다. 어느 순간부터 그 굴레를 벗어나고 싶었다. 세상을 향해 투정하고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정신적 충격에 자해소동을 벌이고 패쇄 병동에도 갇혀봤다.
눈에 보이는 것만 다가 아니다. 그런 아픔과 슬픔이 오히려 그를 더 강인하게 했다. 그를 아는 주변 지인들 중에는 "(준희는) 풀 한 포기 없는 사막 한 가운데나 시베리아 동토에 혼자 남겨져도 살아남을 만큼 그 스스로 단단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4개월 전 '주거침입 및 퇴거 요청 논란'을 둘러싸고 벌어진 외할머니 정옥숙 씨(故 최진실 母)와 갈등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엇갈렸다. 이후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 부근의 T 카페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요즘 인플루언서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지내나.
나름 열심히 바쁘게 잘 살고 있어요. 다행스럽게도 교감하는 SNS 팔로워들이 많아요. 다이어트, 뷰티 패션 등 모두 제가 좀 안다고 자부하는 관심사들인데, 어느덧 취미를 넘어 e커머스 형태의 수익창출도 하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죠. 연예계 진출은 오래전부터 고민해온 건 맞아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 관망하고 있어요. 아직 마무리 지어야할 일도 있고, 여러 변수들을 고려해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인플루언서는 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타인과 긴밀히 교감하는 사람을 뜻한다. 말그대로 '영향력'을 의미한다. 온라인 상에서 수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소유한 파워 유저로, 보통 연예인이나 셀럽 또는 전문가 그룹이 해당된다. 일반인들과는 달리 인지도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파급력 역시 상당하다. 최준희의 인스타 팔로워는 5만 7000명에 이른다. 충분히 파괴력을 가질만한 수치다.
-아직 마무리 지어야할 일이 있다는게 뭔지 얘기해줄 수 있나.
부모님한테 물려받은 부동산(주택과 오피스텔)이 몇개 있어요. 외할머니 후견인을 벗어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전세나 월세 보증금, 은행 차입금 등이 복잡하게 꼬여 있더라고요. 그냥 말이 안되는 게 너무 많아요. 무엇보다 세금 문제 등의 처리가 명쾌하지가 않았어요. 미성년 당시 수년간 제 몫으로 낸 세금을 어떻게 된 일인지 다시 환급 받아간 것도 있고요. 체납 가산세까지 일부는 제가 번 돈으로 급히 해결했지만, 그런 여러가지 일들을 다 마무리 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같아요.
그는 지난해 3월 자신의 생일날을 기해 성년이 됐다. 부모님 사망 후 법원 관리하에 진행돼온 외할머니 후견인 역할은 중단되고 모든 법적 권한이 당사자들인 남매한테 되돌아갔다. 어머니 故 최진실이 남긴 부동산은 당시에 이미 공동 소유로 상속이 됐고, 오빠 최환희에 이어 최준희가 성년 권리를 얻으면서 직접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외할머니와 갈등을 빚으며 논란이 됐는데 지금도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으로서 화해할 수도 있지 않나.
아무리 가족이라도 양립할 수 없는 것도 있어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외할머니와는 더이상 화해하고 말고의 여지가 없는 것같아요. 외할머니는 가족의 울타리를 공정하게 지키지 않았다는게 제 판단이에요. 저에게 유일한 피붙이인 오빠와의 관계조차 벌어지게 했고요. 부딪치면 으르렁거리는 관계로 악화돼 이젠 아예 소통을 하지 않아요.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어느 편의 잘못)를 따질 수도 없어요. 답답하고 가슴 아픈 일이죠. 분명한 것은 엄마가 살아서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제 입장을 먼저 이해하실거라는 거죠.
<더팩트> 보도로 처음 불거진 '주거침입 및 퇴거 요청 논란'(2023년 7월11일자, [단독] '손녀한테 피소' 故 최진실 모(母), "이런 기막힌 일이" 눈물)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부딪친다. 인터뷰에서 외할머지 정옥숙 씨는 "손자인 (최)환희가 집을 비우면서 '고양이를 돌봐달라'고 해 집에 와 있었고, 그때 마침 마주친 손녀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신고를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손녀 최준희는 "성년 후견인을 벗은 이후 각자 독립된 생활 보장에 대해 여러번 약속한 사안인데 할머니가 계속 집에 눌러앉으려는 시도를 해 불신이 커졌고, 당시 오빠와 현장에서 전화로 확인한 뒤 취한 조치였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남매끼리는 원만한데, 오빠(최환희)가 중간자적 역할 해줄 수도 있지 않나.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외할머니와 연관된 부분만큼은 크게 기대하지 않아요. 사실, 표현은 하지 않지만 오빠가 저보다 더 힘들 거라고 봐요. 저를 사랑하는만큼 할머니에 대한 특별한 애정 때문이죠. 설령 할머니 말에 억지가 있더라도 똑부러지게 거부하질 못해요. 제 말에 100% 수긍했다가도 금방 할머니 말 몇 마디에 입장이 바뀌어요. 저는 오빠의 그런 태도가 서운하고 싫거든요. 할머니는 매사 '할머니 방식'을 고집할 뿐 단 한번도 어른으로서 저를 포용하거나 감싸주신 적이 없어요. 관계 복원을 위해 굳이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다툼과 갈등에는 인과관계가 있게 마련이다. 한쪽의 일방 통행식 잘못을 언급하기는 쉽지 않다. 양쪽을 모두 직접 인터뷰한 필자의 견해로 판단하면 불행하게도 둘의 관계는 '훈육'(외할머니)과 '강압'(최준희)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서로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최준희가 성년이 된 뒤 어려서부터 외할머니와 부딪치며 차곡 차곡 쌓인 묵은 감정은 적대감으로 바뀌었다. 특히 그동안 후견인으로 대신 관리해온 상속재산에 대한 불신(셈법의 차이)은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졌다.
-한때 루프스 병으로 몸이 비대해지고 힘들어 했는데 건강은 어떤가.
기자님께서 보시다시피 건강은 많이 좋아졌어요. 심할 때는 불과 1~2주 사이에 10kg 이상 살이 찌는 등 엄청난 심신 고통을 겪었어요. 힘든 시기는 극복했고, 주변에서도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고들 해요. 저 역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저의 관심 분야인 뷰티 패션에 전념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완치되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약을 먹고 관리하는 수 밖에 없어요. 모든 병이 다 그렇지만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편하게 갖는게 중요하다고 해요.
루프스 병은 면역 체계의 비정상적인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가면역 증상의 난치병이다. 최준희는 2019년 자신의 유튜브에 이 병을 앓고 있다고 처음 고백했다. 약물치료 도중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96kg까지 몸무게가 늘었는데 실제로 2년 전인 2017년 모습과 비교해 턱선이 사라질 만큼 비대해졌다. 이후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52kg까지 감량하는 다이어트 과정을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올 3월에는 TV 의학정보 프로그램 '생로병사의 비밀'(860회) 루프스 편에 환우로 출연해 부작용 및 치료 경험 등을 인터뷰한 바 있다.
-현재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면.
악플러들과의 전쟁이죠. 장난처럼 던지는 돌팔매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도 있잖아요. 말그대로 상식에 어긋나는 저주 댓글이 많아요. 그나마 저를 지지하고 공감하는 다수 팔로워들의 응원과 격려로 위로받을 수 있어서 다행인거죠. '외할머니와의 갈등'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저한테 별로 중요치 않아요. 가족 내의 문제라면 이미 더한 일도 극복했잖아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씩씩하게 잘 버틸 자신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현재 준비 중이거나 염두에 두고 있는게 있으면 말해달라.
100세 시대를 기준으로 아직 저는 인생의 20% 밖에 살지 않았지만, 받은 고통과 아픔은 평범한 또래들과 비교하면 70~80%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더 잘 살 것인가에 모든 기준을 두고 있어요. 당장은 운전면허 취득과 네일아트 자격증을 따야 하고 올 안에 인스타 팔로워를 6만 명 대로 늘려갔으면 해요. 장기적으로는 취미 수준의 인플루언서를 넘어 뷰티 패션 영역을 사업으로 확장할 생각이죠. 이를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마케팅 플랜도 고민 중이에요. 기자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저 훨씬 야무지고 똑똑해요.
올해 스물 한 살인 최준희는 인터뷰 시간 내내 밝게 웃었다. 엄마 故 최진실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를 한 지 꼭 15년이 지난 시점에 같은 테이블에서 마주한 필자로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고통은 깨달음을 주고, 고통이 없는 성장은 없다. 좌절과 위기의 순간들을 잘 극복하고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헤쳐갈 용기와 자신감을 보여준 것은 차라리 고맙게 느껴졌다. 인터뷰 말미, 그의 다부진 각오가 엄마 품을 벗어나지 못한 5살 꼬마 아이와 오버랩 되며 한층 어른스러워진 모습으로 성큼 다가서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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