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 "차곡차곡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어 낼 것"
송은이 "티켓 가격 인하도 고려…색다른 이벤트 기획 중"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오픈 더 도어' 개봉을 기념해 취재진과 만난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다. 비하인드부터 홍보까지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마련된 인터뷰였지만, 두 사람은 이를 넘어 역대급 위기를 맞은 한국 영화계에 대해 안타까움까지 내비쳤다. 그저 자신이 이름을 올린 작품의 흥행만이 아닌, 외면당하고 있는 콘텐츠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보며 책임감과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을 세상에 공개할 때 긴장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계속 얼어붙어 있는 한국 영화계를 마주하면서 한 차례 흥행 부진을 겪은 장항준 감독은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서 그는 4월 영화 '리바운드'로 한 차례 관객들과 만났는데, 시사회 이후 호평이 이어진 것과 달리 누적 관객 수는 69만 명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을 직면한 장항준 감독은 "놀랍고 좌절했어요"라며 자신의 작품만이 아닌 극장 자체가 외면당하고 있는 현주소를 보며 많이 씁쓸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영화가 재밌고 좋으면 관객들이 볼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꼭 봐야 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구분되면서 절대적인 빈익빈 부익부가 생겼죠. 그 사이에 OTT가 성장했지만, 마치 극장과 대립각을 이루는 형태가 됐죠. 극장은 우리 세대에게 꿈을 주고 모두가 호흡하는 공간이었는데 어쩌면 후손들은 그런 걸 경험하지 못할 수 있겠더라고요."(장항준 감독)
'눈물자국 없는 말티즈' '윤종신이 임보(임시 보호) 하고 김은희가 입양한' '신이내린 꿀팔자' 등 여러 수식어를 내세우며 대중과 소통해 온 장항준 감독이다. 하지만 이날 그는 예능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진지한 면모를 드러내며 말을 이어갔다. 예능인이 아닌 영화감독이라는 본업 모멘트를 장착한 장항준 감독은 날카로운 눈빛을 빛내며 냉철한 판단력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장항준 감독은 이번 추석 연휴 때 압도적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던 작품조차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이어 그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관객들의 달라진 소비 패턴을 언급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는 창작자의 책임감을 드러냈다.
"정말 극장의 시대가 끝난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대에 따라서 달라진 소비 문화를 체감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될지 고민하고 있어요. 영화가 좋아서 이 업계에 들어오고 싶은 학생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 명맥을 이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극장가가 엄혹하다고 해서 이를 피한다기보다는, 차곡차곡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책임감이 들어요."(장항준 감독)
당초 장항준 감독은 '오픈 더 도어'를 단편 영화로 준비하고 있었다. 상업 영화의 부담을 내려놓고 온전히 인간의 욕망과 본질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그는 첫 번째 챕터를 찍은 후 송은이에게 작품을 보여줬고, 송은이는 탄탄한 스토리에 끌려 제작자로 나설 결심을 했다. 그리고 장항준 감독은 전후 사건과 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이야기가 길어졌고, 초반 계획과 달리 장편 영화로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오픈 더 도어'의 러닝타임은 72분으로, 단편 치고는 길지만 장편치고는 짧은 분량이다. 그렇기에 송은이는 티켓 가격 인하를 고려했었다고. 영화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영화관을 찾아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작품을 즐기길 바라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누적된 극장가의 피해가 컸던 만큼,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히면서 티켓 가격 인하는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송은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GV'처럼 색다른 이벤트를 해보려고 해요. 초보 제작자의 호기일 수 있죠"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는 유튜브를 통해 영화를 요약해서 즐기는 세대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를 보고 극장가를 찾아 작품을 즐긴다면 좋은 현상이지만, 대부분의 네티즌은 요약된 영상만 보고 영화 자체를 다 봤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장항준 감독은 "수많은 콘텐츠가 블록버스터화되면서 담백한 맛을 보지 못하게 되겠죠. 엄밀히 얘기하자면 독립영화는 없어질 거예요. 자극적인 것, 스킵하면서 보는 것에만 익숙해지는 거죠. 순한 맛의 진가를 몰라보겠죠"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를 보던 송은이는 "감독님이 이런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해서 (기자들이) 놀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는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닌 '내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걸 사람들에게 증명하는' 소신을 지키며 창작자로서의 본분을 다할 예정이다. 다양한 주제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꺼낸 두 사람은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다 지나서야 작품 이야기로 돌아와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장항준 감독은 "우리가 살면서 수만 번의 문을 열고 거쳐 가요. 수만 개의 문에 직면하는데, 그게 때로는 선택의 순간이 될 수 있어요. 욕망과 파멸로 가는 매개를 문으로 설정했는데, 마지막에 등장하는 문만 유일하게 열려있어요. 이는 너무 가고 싶지만, 열려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갈 수 없는 걸 의미해요. 그래서 '오픈 더 도어'죠"라고 작품에 담은 메시지를 짚었다.
끝으로 송은이는 "답을 주는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없는 시간을 쪼개서 극장을 가는 관객에게 오랜 시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에요. 작품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만큼, 보고 나서 큰 울림이 있을 것 같아요"라고 확신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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