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흥행작 '무빙', 장주원 役으로 로맨스+액션 모두 소화
김도훈-고윤정 '아버지 대결' 종결 "조인성·곽선영이 가장 강해"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무빙'은 배우 류승룡이 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모아놓은 작품이라고 평가받는다. 모든 걸 쏟아부은 류승룡 역시 이 평가에 공감했다. 그래서일까. '무빙'은 류승룡에게 전반전을 마친 뒤 주어진 '하프타임'이었다. 이제는 후반전을 준비하겠다는 류승룡이다.
지난 8월 첫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극본 강풀, 연출 박인제)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지난달 20일, 20부작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작품은 미국 Hulu에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공개 첫 주 시청 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으로 꼽히는가 하면, 한국을 비롯한 디즈니+ 아태지역에서도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리즈에 랭크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디즈니+의 효자를 넘어 구원했다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였다.
"수많은 스태프, 배우들이 오랜 기간 치열하게 영혼을 갈아 넣은 작품이었다"고 긴 여정을 돌이킨 류승룡은 인기 예상은커녕 실감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우리 작품이 관객수나 시청률 등 숫자적인 성적표를 받아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실감은 못 하지만 따뜻한 온도는 느끼고 있다. 모든 회차가 공개된 후 정주행을 하는 지인들에게까지 연락을 받고 있다. 너무 감사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원작 팬이었던 류승룡은 어떤 역할이어도 좋으니 이 작품에 꼭 참여하고 싶었단다. 그는 "강풀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예전부터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테마가 있다. 바로 '착한 사람의 이야기'"라며 "특히나 우리 작품은 한 인물이 아니라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인물들끼리 협력하는 이야기다. 비중보다는 이러한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무빙'은 원작 작가인 강풀이 모든 대본을 직접 집필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강풀 작가는 당초 12부작으로 기획했던 작품을 20부로 늘렸다. 최근 8부작, 12부작이 많아진 방송가에서 20부작은 다소 긴 호흡이었다. 이미 빠른 전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도 다소 늘어지는 작품이라는 인식을 살 수도 있었다. 각오가 필요했던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류승룡 역시 초반에는 우려가 됐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강풀 작가의 '건강한 고집'을 믿은 그는 "'무빙'을 시리즈물의 '토지'라고 표현하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요새는 16부작도 길다며 줄이고 있는 추세인데, 20부작이라고 하니 길긴 길다 싶었죠. 더군다나 디즈니라 배속도 안 되는데 시청자들이 과연 봐줄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죠. 강풀 작가는 그렇기 때문에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어요. 덕분에 저 역시 강풀 작가의 건강한 고집을 긍정적으로 여기게 됐죠. 나중에는 점점 기대가 커졌어요."
류승룡은 극 중 무한 재생 초능력을 지닌 장주원 역을 맡아 활약했다. 황지희(곽선영 분)의 남편이자 장희수(고윤정 분)의 아버지인 그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모든 걸 해내는 사람이다. 특히 류승룡은 장주원의 20대부터 모든 연령을 직접 연기하며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을 입증했다.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에 있어 걱정은 전혀 없었다는 류승룡이다. 그는 "원작자가 각본을 새로 쓰고 재창조한 또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임했기에 원작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액션은 '어떡하지' 싶었다"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이어 "김연아 선수의 유명한 말이 있지 않나. '생각은 무슨 생각이냐. 아무 생각 없이 몸을 푼다'고 한 것처럼 나 역시 생각을 하면 더 힘들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그냥 가서 했다. 오히려 이렇게 구현되는구나 싶어서 재밌고 행복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류승룡은 이번 작품에서만 전쟁을 방불케 하는 액션, 수로 액션, 1대100 액션 등 다양한 액션 장면을 선보였다. 어느 하나 쉬울 것이 없었다. 류승룡 또한 "뭐 하나 꼽기가 힘들 정도로 각각의 액션이 중요한 서사를 지니고 있었다. 몸도 몸이지만 각각의 중요성을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웠다"고 전했다.
"'무빙'은 정말 '휴먼 액션'이에요. 그만큼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보호와 케어에 집중했어요. 우리가 다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면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이 자리를 빌려 스태프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행복한 촬영 현장이었지만, 20대 시절 연기만큼은 스트레스였단다. 당연히 다른 배우가 연기할 줄 알았지만, 강풀 작가의 생각은 달랐다. 조인성 한효주 차태현도 과거 시기를 직접 연기하는데, 류승룡만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이유였다. 무엇보다 류승룡의 20대 사진을 본 강풀 작가로서는 문제 될 게 전혀 없다는 입장이었다. 류승룡은 한숨으로 말문을 열었다.
"가뜩이나 노안인 사람이 20대를 연기하라니 엄청난 스트레스였어요. 그때만큼은 식단 관리도 하고 피부 관리도 좀 했어요. 심지어 안 하던 팩도 종종 붙였어요. 분장팀과 의상팀이 많은 도움을 줬죠.(웃음)"
기자가 '무빙' 출연 배우들의 인터뷰를 도는 동안 재밌었던 점 중 하나는 자녀들의 '아버지 대결'이었다. 작품이 초능력을 다루는 만큼 어떤 초능력을 가지고 싶은지, 가장 센 초능력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이 종종 나오곤 했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부모들로도 연결이 됐다. 그중 이강훈 역의 김도훈은 "저희 부자(父子)가 함께하면 말 그대로 최강"이라고 자신했다. 이를 전달받은 고윤정은 코웃음과 함께 "장주원과 이재만(김성균 분)으로 아버지들끼리 맞붙는데, 작품을 보면 누가 이기는지 나온다. 그걸로 답을 대신하겠다"고 응수했다.
류승룡이 이 대결을 종결지었다. "아직 애기들이라 그렇다"며 웃음을 보인 그는 "아버지 중에서는 봉석(이정하 분) 아빠 김두식(조인성 분)이 가장 세다. 날 살려준 내 선배지 않나"고 말했다. 이내 "하지만 가장 강력한 초능력은 아내 지희가 갖고 있다. 나라는 괴물을 움직이게 하지 않았나. 마음을 열고 치유해 주며 괴물처럼 살던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능력"이라고 전했다.
류승룡은 '무빙'을 통해 휴먼, 코미디 등 자신이 잘하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로맨스, 액션까지 더하며 스펙트럼까지 넓혔다는 극찬이다. 이에 류승룡은 "그래서 '무빙'이 너무 감사하다. 배우의 여러 가지 모습이 조급하지 않게 툭툭 보일 수 있게끔 장이 펼쳐졌다.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가 아니란 걸 안다. 때문에 배우로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기회였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류승룡에게 '무빙'은 중요한 전환점이자 '하프타임'이 됐다. 그는 "내겐 '전반전 하프타임' 같은 작품이다. 잘할 수 있는 걸 모두 모아놓은 작품이라고 봐주는 만큼 정말 모든 걸 쏟아부었다. 이제는 다음 챕터, 후반전을 겸허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도 내게 생각지 못한 작품들이 올 테니 몸도 마음도 잘 유지하며 준비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또 선물을 만날 수 있지 않겠나"고 밝혔다.
"많은 분들이 제게서 위로와 공감을 얻어냈으면 합니다. 전 이미 그동안 많은 사랑도 도움도 받았거든요. 이제는 제가 받았던 애정과 위로와 응원을 되돌려줄 나이가 된 것 같아요. 이타적인 삶을 살며 베푸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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