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제가 OST로 유명 故 박경애, 폐암투병 중 사망
작곡가 정민섭의 골수암 투병 아내 향한 '참담한 심경'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이별과 사랑은 대중가요의 단골 소재다. 사람들은 사랑에 목숨을 걸고, 헤어짐의 아픔에 슬퍼하며 추억을 되새김질 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절절한 사랑과 이별, 그 중에서도 특히 첫사랑의 기억은 두고 두고 잊지 못한다.
첫사랑은 이뤄질 수 없기에 더 아프고 쓰리다고도 한다. 박경애의 대표곡 '곡예사의 첫사랑'은 애틋한 마음을 서커스단 어릿광대의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운 줄타기로 표현했다. 첫사랑에 대한 가슴 졸이는 표현들이 너무나 애절하다.
곡마단 트럼펫과 큰 북의 장단이 반주로 나오는 이 곡은 박경애의 볼륨 넘치는 촉촉한 보이스에 실려 왠지 모를 슬픔을 더해준다. 곡예사의 슬픈 사랑의 감정은 삐에로의 헐렁한 복장에 감춰진 채 듣는 이들의 가슴에 절절히 전달된다.
'줄을타며 행복했지 춤을추면 신이났지/ 손풍금을 울리면서 사랑 노래 불렀었지/ 공 굴리며 좋아했지 노래하면 즐거웠지/ 흰 분칠에 빨간코로 사랑얘기 들여줬지/ 영원히 사랑하자 맹세 했었지 죽어도 변치말자 언약 했었지/ 울어봐도 소용없고 후회해도 소용없는 어릿광대의 서글픈 사랑'(박경애의 '곡예사의 첫사랑' 가사)
작곡가 정민섭이 곡을 쓰고 신경훈이 편곡했다. 정민섭은 골수암으로 골반 아래 다리를 자른 아내가 뼈를 깎는 고통과 싸움을 하다 끝내 세상을 떠난 뒤 직접 작사했다. 그의 참담한 심경은 가사에 고스란히 녹아나 심금을 울렸다.
정민섭은 경희대 음악과 시절 방송사 알바를 한 게 대중음악과의 인연이 닿았다. 드라마 주제가 '뜨거워서 싫어요' '목석같은 사나이' '대머리 총각' '육군 김일병'같은 작품을 썼다. 그가 남긴 음악 중에는 '똘이장군' '마루치 아라치' '그레이트 마징가' 같은 만화영화 주제가도 많다.
박경애는 76년까지 산이슬의 멤버로 활약하다 77년 솔로가수로 독립해 2장의 독집을 발표했다. 1년 뒤인 78년 발표한 '곡예사의 첫사랑'은 박경애의 세번째 독집에 수록된 노래다. 그리고 그해 MBC 서울국제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오른다.
영화 주제가를 많이 부른 가수로도 유명하다. 70년대 후반 영화 '상처' '청춘의 덫' '내가 버린 여자' 등 극장가에 김수현 열풍을 몰고왔고, 이들 영화주제가를 부른 박경애는 '김수현 원작 영화 주제가 전문가수'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였다.
79년 제1회 TBC 세계가요제에 출전해 우수가수상을 수상하고, MBC 10대가수로 2년 연속 선정되며 인기를 누렸다. 안타깝게도 2004년 쉰 세살의 젊은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데뷔곡은 '저 꽃 속에 찬란한 빛이'(74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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