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마스크 속 싸한 눈빛→은은한 반전 매력까지, 팔색조 강훈이 완성한 인규 役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순하게 생긴 마스크로 싸한 연기를 곧 잘 해내는 배우다. 무명 시절이 길었던 배우 강훈은 이러한 자신의 강점과 함께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이번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도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해냈다. 덕분에 원작 팬들에게까지 호평받으며 한국판 '상견니'인 '너의 시간 속으로'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극본 최효비, 연출 김진원, 이하 '너시속')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 분)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돌아가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 분)과 친구 인규(강훈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타임슬립 로맨스다.
작품은 촬영 기간만 1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했으며 공개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때문에 감회가 더 새롭다는 강훈이다. 그는 "주변에서 재밌게 봤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드디어 작품이 공개됐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나는 OTT를 처음 겪다 보니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했다. 한 번에 다 공개돼서 빨리 떠나보내는 느낌도 든다. 보내주기 싫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강훈은 극 중 1998년 민주(전여빈 분), 시헌과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내는 인규 역을 맡았다. 인규는 어렸을 때부터 유일한 친구였던 시헌과 끈끈한 우정을 자랑하지만, 짝사랑 상대인 민주가 시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도 겪는 인물이다.
강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오랜만에 교복을 입게 됐다. 학교 졸업 후 무려 13년 만에 입은 교복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오랜만에 입는 교복이다 보니 어색했다. 하지만 촬영에 돌입하고 교실이란 세트장에서 책가방 등 소품이 생기니 이질감이 딱히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에서도 잘 어울린다고 해줘서 믿고 촬영했다"고 돌이켰다.
'너시속'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원작으로 한다. 이미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작품의 리메이크작인 만큼 배우들로서는 부담이 따를 법했다. 이를 우려했던 걸까. 김진원 감독은 배우들에게 원작을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에 리메이크 확정 전에 이미 작품을 시청했던 전여빈을 제외하고 안효섭과 강훈은 원작을 보지 않은 상태로 촬영에 임했다.
때문에 대본을 통해 인규라는 캐릭터를 처음 마주한 강훈이다. 그는 인규에 관해 "처음 보자마자 느낀 생각은 외적으로는 유하고 내성적이지만, 내면은 생각이 깊고 배려심 있으며 책임감이 엄청난 친구였다. 이 느낌을 큰 갈래로 잡고 세세한 건 하나하나 추가하며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강훈은 무려 7~8kg을 감량했다. 1차원적으로 생각했을 때 유약한 이미지가 떠올랐고, 지나온 학창 시절을 돌이켰을 때 타고나지 않는 이상 몸이 좋은 학생은 많지 않다는 이유였다.
"원래 평균 몸무게는 74~75kg인데, 66kg까지 감량했어요. 처음에 제 학창시절 모습이나 친구들을 생각해 봤어요. 지금이야 PT가 활성화됐지만, 그때는 그런 게 없었잖아요. 때문에 마르거나 관리되지 않았던 몸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때부터 살을 많이 뺐어요. 또 당시 유행했던 음악이나 소품을 많이 찾아보면서 외적인 모습을 준비했어요. 특히 전 그때도 백팩이 아닌 크로스백을 메고 다녔기 때문에 아이디어도 냈죠. 1998년의 인규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 친구를 찾아가려고 했어요."
작품은 타임슬립과 평행세계에 가까운 세계관이 혼재된 장르물을 표방한다. 원작인 '상견니' 역시 복잡한 세계관으로 인해 이를 정리한 '꿀팁' 등이 공유될 정도로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강훈 역시 처음 마주했을 때 어렵진 않았을까. 강훈은 "때때로는 찾아보고 싶을 때가 있기도 했찌만 꾹 참았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당연히 처음에는 전체를 다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왔다 갔다가 심하고, 다른 타임슬립물이랑 결이 다르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일부러 너무 깊게 파고들려고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1998년도에 한해서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두 세계에 존재하는 그들을 다 이해하면, 인규의 정서가 흔들릴 것 같았다. 디테일하게 파악하지 않고 어느 정도만 이해한 채 작품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원작에 대한 부담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어찌 됐든 전 안 본 상황이었기에 그냥 '새로운 드라마'라고만 생각했어요. 그 안에서 인규라는 인물을 잘 창조하겠다는 생각에 부담은 있었죠. 원작을 본 분들도, 안 본 분들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극 중 인규는 좋아하는 민주가 갑작스럽게 성격이 변하지만, 이는 시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며 묵묵히 그의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길 기다린다. 사실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앞선 작품 '꽃선비 열애사'와 '작은 아씨들'에서도 묵묵한 짝사랑을 선보였던 강훈이다. 이쯤 되니 '짝사랑 전문'이라는 수식어까지 붙게 됐다. 쌍방 멜로 연기에 대한 갈증도 생길 법했다. 이에 강훈은 "쌍방 멜로보다는 이젠 나도 짝사랑 상대가 되고 싶다"고 한술 더 뜬 답변을 내놔 웃음을 안겼다.
"저도 이제는 사랑받고 싶어요. 다만 쌍방의 연애도 좋지만 누군가 절 절절하게 짝사랑해 줬으면 좋겠어요. 짝사랑의 액션이 아닌 '리액션'을 취해보고 싶어요. 실제로 궁금하기도 해요. 짝사랑을 받는 입장이 됐을 때 제 반응과 연기가 어떤 방향으로 나올지 보고 싶어요.(웃음)"
강훈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이다. 강훈 역시 '옷소매'를 통해 무명 시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강훈은 '옷소매'에서 싸한 눈빛의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특유의 눈빛과 분위기로 범인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키며 '너시속'이 가진 스릴러적인 장르도 한껏 살렸다.
몇몇 시청자들은 강훈의 싸한 분위기가 나오자 "역시 덕로 출신"이라며 반가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강훈은 "사실 난 눈이 짝짝인지라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런데 이렇게 반가워해 주니까 좋더라. 눈빛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게 된 후부터 눈은 가장 사랑하는 신체가 됐다"며 "눈빛을 잘 활용한다면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너무 자주 보여주면 식상할 것 같아 고민도 많다"고 밝혔다.
1991년생인 강훈은 올해 33세가 됐다. 이를 언급하며 앞으로의 목표를 물으려고 하자, 강훈은 재빨리 "이제 법이 바뀌었으니까 32세입니다"라고 정정하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그는 "좀 더 많은 작품을 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맣이 보여드리고 싶다. 일단 나를 많이 알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배우로서 순수함을 계속 가지고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너의 시간 속으로'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도 일맥상통했다. 강훈은 "작품을 본 시청자들이 이후 저를 볼 때면 ''너의 시간 속으로'의 정인규다'라고 바로 인식됐으면 한다. 동시에 좋은 배우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끝으로 공개된 지 얼마 안 된 '너의 시간 속으로'를 아직 보지 못한 예비 시청자들을 향한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조금 있으면 대민족의 명절 추석이에요. 이번 추석 연휴가 꽤 길더라고요. 그러니 이동하는 차 안이나 버스에서 본다면 좋을 것 같아요. 또 가족들과 함께 다 같이 모여 추리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즐기기에도 좋은 작품이에요. 그러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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