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미스터리·스릴러·로맨스 다 있는 '잠', 9월 6일 개봉
[더팩트|박지윤 기자] "10년간 본 스릴러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하다"라는 봉준호 감독의 극찬과 칸 국제영화제의 부름을 받은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94분이다. 배우 정유미와 이선균의 열연은 더욱 빛나고, 신인 감독 유재선의 다음 행보가 더 기대되는 '잠'이다.
9월 6일 개봉하는 '잠'(감독 유재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 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 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누가 들어왔어". 달콤한 신혼 생활을 즐기던 부부는 남편 현수가 자다가 내뱉은 한 마디를 시작으로 악몽 같은 나날을 겪게 된다. 단역 배우 현수는 임신 중인 아내 수진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사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수는 깊게 패이고 피가 날 정도로 얼굴을 긁거나 냉장고 문을 열고 날 것의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 치운다. 또 수돗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심지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고 하는 등 계속 수면 중 이상 행동을 보인다.
이를 목격한 수진은 낮에는 한없이 다정했던 현수가 잠들면 낯선 사람으로 변해 이상 행동을 하는 것에 공포를 느낀다. 결국 현수를 데리고 수면 전문 병원으로 향하고, 현수는 렘수면행동장애를 진단받는다. 집으로 돌아온 현수와 수진은 '둘이 함께 하면 극복 못 할 일이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는 목패를 가리키며 함께 지옥에서 벗어나려 고군분투한다.
'잠'은 수면 중 이상행동, 즉 몽유병이라는 소재에 층간 소음과 출산, 빙의, 무속 신앙 등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재를 조합하면서 하나의 장르에 갇히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공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호러부터 미스터리, 스릴러, 로맨스까지 다양한 장르를 맛보고 즐길 수 있다. 극이 전개될수록 현수가 이상 행동을 하는 이유를 추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또한 작품은 수진과 현수가 처하는 상황이 극적으로 변하는 세 시기를 콤팩트하게 나눈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유재선 감독의 영리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장과 장 사이의 벌어진 일은 관객들의 상상력에 맡기는가 하면,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모든 순간을 밀도 있게 조명하며 러닝 타임 내내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데 성공한다.
한정된 공간인 집에서 일과를 마치고 매일 잠에 드는 신혼부부, 단조롭게 흘러갈 수 있는 구성이지만 결코 비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정유미와 이선균의 존재감과 호흡 덕분이다.
정유미는 악몽 같은 사태를 마주하며 느끼는 공포감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두려움에 맞서는 강인함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겁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서 점차 쇠약해지고 충혈되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매끄럽게 그려내며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다.
이선균은 자상한 남편으로 아내를 아끼다가도 잠만 들면 끔찍한 행동을 보이는 양극단의 이중성을 과하지 않게 그려낸다. '첩첩산중' '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에 이어 네 번째로 만난 만큼, 안정적인 호흡으로 극에 더욱 현실성을 부여하는 두 사람이다.
'잠'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 연출부 출신인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을 시작으로,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와 토론토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데뷔작으로 전 세계 유수 영화제들의 러브콜을 받은 신인 감독이 국내 관객들도 사로잡으며 유의미한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 타임은 9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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