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을 마주하게 되는 부인 수진 役
"더 과감하게, 더 광기를 폭발시킬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정유미가 사랑스러움을 잠시 내려놓고, 광기 어린 눈빛을 장착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가장 유니크한 공포를 더욱 힘 있게 끌고 가는 그의 섬뜩한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잠'이다.
정유미는 9월 6일 스크린에 걸리는 '잠'(감독 유재선)에서 수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수진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남편 현수(이선균 분)의 수면 중 이상 행동을 마주하게 된 인물로, 가장 신뢰하던 존재가 매일 밤 끔찍한 위협을 가하는 대상으로 변하게 된 공포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개봉을 앞둔 22일, 정유미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칸 영화제에서 작품을 처음 봤다는 그는 "찍은 대로 잘 나온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받고 연기하면서 사운드가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는데,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아요. 신선했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 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콤팩트하고 간결한 시나리오에 흥미를 느낀 정유미는 유재선 감독이 궁금해졌고, 직접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유재선 감독은 '스릴러의 외피를 쓴 러브 스토리'라고 '잠'을 설명했고, 이 한 줄은 정유미에게 강렬하고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는 "정말 신선하지 않나요. 이런 표현을 하는 감독님의 현장은 어떻고, 또 어떤 영화를 찍을지 궁금했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재선 감독은 '잠'의 시나리오처럼 간결하고 명확한 디렉션을 제시하는 스타일이었다고. 이를 소화한 정유미는 "길게 설명하시는 편이 아니에요. 명확하게 어떤 연기를 보여주시고, 불필요한 게 있으면 빼달라고 하셨고요"라면서 "그래서 이번 작품을 찍을 때 잔 짓을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라고 회상했다.
'82년생 김지영'(2019) 이후 약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정유미는 악몽 같은 사태를 극복하고자 두려움에 맞서는 캐릭터의 강렬한 모습을 연기하며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끌고 간다. 특히 계속되는 남편의 기이한 행동을 마주하며 점점 피폐해지는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고 날카롭게 그려내며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보여준다. 이를 본 관객들은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붙여주며 호평을 보냈다.
이 같은 반응을 잘 알고 있던 정유미는 "다들 광기라고 많이 얘기해주시더라고요. 듣고서 더 아쉬움이 커졌어요"라고 말해 궁금증을 안겼다. 그는 "더 극적으로 표현해야 됐었나 깊더라고요. 더 과감하게 연기해서 광기를 더 폭발시킬 걸 그랬어요. 저는 그날 주어진 상황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어요. 제 아이디어가 필요 없을 만큼 시나리오에 충분히 쓰여 있었거든요"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이날 정유미는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이선균을 향해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모든 작품의 첫 촬영은 여전히 떨리지만, 이미 잘 알고 있는 상대 배우를 만났기에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고. 오직 일상적이고 평범한 부부를 그려내기 위해 집중했다는 "이선균 배우에 대한 믿음이 정말 커요. 오빠는 제가 뭘 해도 다 받아주거든요"라고 말을 이어갔다.
"홍상수 감독님의 작품이 회차는 적지만, 테이크를 엄청 가요. 10년 전이지만 이미 훈련 훈련이 잘된 것 같아요. 호흡이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죠. 오랜 시간 알고 지냈고, 이선균이라는 배우를 만나서 연기하는 게 너무 감사해요. 오빠 덕분에 잘할 수 있었어요."
2004년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데뷔한 정유미는 영화 '가족의 탄생' '10억' '부산행', 드라마 '라이브' '보건교사 안은영' 등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며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윰블리'(유미+러블리)로 불리는 만큼, 한정된 이미지에 갇힐 법도 한데 정유미는 궤를 달리했다. 또 영화 '82년생 김지영' '도가니' 등 사회적 문제를 대변하는 작품 출연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궁금했다. 이에 정유미는 첫 번째는 글의 재미, 두 번째는 잘 맞는 감독님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우선 재밌어야지 감독님을 뵙고 싶어져요. 그리고 저랑 결이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되면 하는 편이죠. 글만 매력 있다고 해서 하지 않아요. 현장에서 제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감독님과 상대 배우잖아요. 고려하지 않을 수 없죠"라고 강조했다.
매 작품 변주를 꾀하며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정유미가 여전히 '윰블리'로 불리는 이유는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주열매와 '연애의 발견' 한여름의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두 캐릭터는 여름만 되면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하며 정주행을 유발했고, 두터운 팬덤을 보유할 만큼 남다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인생캐'는 주열매 아니겠습니까(웃음). 시간이 지나도 여름만 되면 주열매와 한여름이 생각이 나요. 특히 주열매는 저에게 좋은 시간을 줬어요. 자신감도 줬고요. 저는 주열매 팬과 한여름 팬이 싸울 때 제일 재밌어요."
'잠'은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을 시작으로,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와 토론토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으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이자 스마트한 데뷔 영화"라고 호평하기도. 이제 국내 관객들의 평가를 기다리는 정유미는 유재선 감독의 영리함과 길지 않은 러닝타임을 매력으로 꼽으며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유재선 감독의 스마트함이 돋보이는 유니크한 작품이에요. 또 러닝타임이 길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물론 러닝타임이 길어서 재밌는 것도 있지만, '잠'은 짧은 시간에 매력이 다 담겨 있어서 더 좋았어요. 극장에서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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