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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통한 '무빙', 암흑기였던 디즈니+ 구원 [TF초점]

  • 연예 | 2023-08-31 00:00

한국은 물론 해외까지 접수…'무빙'만의 인기 비결

디즈니+ '무빙'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무빙'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이상한 우영우 변호사'가 ENA의 개국공신이었다면, '무빙'은 암흑기에 빠져있던 디즈니+의 '구원투수'가 됐다.

27일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에 따르면 '무빙'(각본 강풀, 연출 박인제)은 공개 첫 주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태평양(아태) 국가에서 시청 시간 1위를 달성했다. 이는 역대 서비스작 중 최다 시청 기간 기록으로 '카지노' 시즌1과 시즌2를 모두 뛰어넘은 셈이다. 또한 미국 OTT 훌루(Hulu)에서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공개 첫 주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등극했다.

지난 24일에는 전 세계 OTT 플랫폼 내 콘텐츠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이 공개한 2023년 34주 차 디즈니+ TV쇼 부문 월드와이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캐롤 초이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총괄(EVP)은 이를 두고 "'무빙'은 우리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글로벌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냈다"며 "매력적인 스토리, 최고의 제작진과 배우들, 놀라운 후반 작업 등이 어우러져 독보적인 작품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무빙'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카지노'를 제외하고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던 디즈니+는 한국 진출 후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실제로 국내 사용자 수는 계속 감소세를 보였고, 지난 5월에는 결국 200만 명이 무너지기까지 했다. 넷플릭스의 앱 사용자가 1153만 명, 티빙 514만 명, 쿠팡플레이 431만 명, 웨이브 391만 명과 비교하면 디즈니+는 사실상 꼴찌 수준이었던 셈이다.

'다 죽어가던' 디즈니+를 끌어올린 건 '무빙'이었다. 작품은 당초 제작비만 역대 한국 드라마 최고 수준의 예산인 650억 원을 투입한 만큼 거는 기대가 컸던 대작이었다. 여기에 배우 류승룡 조인성 한효주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등 막강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일찌감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만 넷플릭스, 티빙 등 이미 압도적인 채널의 벽을 뚫고 사용자들을 유입할 수 있을지, 높은 기대에 부응할 만한 작품이 탄생할지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뒤따랐다. 때문에 "'무빙'에 디즈니+의 존폐가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무빙'이 암흑기에 빠져 있던 디즈니+에게 빛이 됐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무빙'이 암흑기에 빠져 있던 디즈니+에게 빛이 됐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뚜껑을 연 '무빙'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디즈니+의 국내 이용자 수 또한 204만 명을 기록하며 200만 명 대를 회복했다. 한국형 초능력 히어로 액션물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해외 매체에서도 연일 '무빙'에 대한 호평을 내놓으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강풀의 작품 중 매체를 통해 공개된 8번째 작품이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던 가운데, 원작 작가인 강풀이 처음으로 모든 대본을 직접 집필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덕분에 원작 팬들과 드라마 팬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각본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강풀 작가는 당초 12부작으로 기획됐던 작품을 20부로 늘렸다. 최근 8부작, 12부작이 많아진 방송가에서 20부작은 다소 긴 호흡이었다. 이미 빠른 전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도 다소 늘어지는 작품이라는 인식을 살 수도 있었다. 각오가 필요했던 대규모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디즈니+ '무빙'이 얼마나 더 흥행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디즈니+ '무빙'이 얼마나 더 흥행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그러나 20부작이 아니면 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확고했던 강풀 작가였다. 제작발표회 당시 강풀 작가는 이와 관련해 "만화를 그려보니 사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중요하더라. 20부작을 해야만 개인을 깊게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볼거리가 많은 드라마이고, 모든 등장인물의 서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강풀 작가의 소신은 통했다. 아이들로 시작한 전반부를 비롯해 8회부터 공개되고 있는 부모들의 이야기까지 인물 각각의 전사가 촘촘하게 그려졌고, 이들의 서사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하며 오히려 더 높은 몰입도를 완성했다.

여기에 디즈니+는 공개 방식에 변주를 두며 힘을 보탰다. '무빙'은 1부부터 7부까지 동시 선공개됐는데, 이는 초반 시청자 유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작품은 한국형 초능력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적 특성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면, 작품 기저에는 한국만의 정서를 녹여내 공감을 이끌었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서 아이들에게 '유전'으로 이어진 초능력이라는 점, 남들과 '다름'을 이상하게 보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점 등은 한국 판타지에서만 가능한 차별점이 됐다.

원작과 달리 드라마에만 존재하는 새로운 장치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원작에는 없던 프랭크(류승범 분)는 작품의 비밀병기가 됐다. 히어로들을 제거하는 프랭크가 작품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무빙'으로 구겨졌던 자존심을 제대로 회복한 디즈니+다. 이제는 '무빙'이 디즈니+를 어디까지 올려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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