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인 웹툰 팬…오디션 소식에 환호 "김봉석 되고 싶었어"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김봉석을 누군가가 연기해야 한다면, 자신이었으면 했다. 원작의 오랜 팬으로서 출연에 대한 열망이 컸다. 체중 증량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무조건 해내야죠"라고 답할 정도였단다. 간절함은 통했다. 결국 '성덕'('성공한 덕후'를 줄여 이르는 말로, 자신이 좋아하고 몰두해 있는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을 뜻함)이 된 배우 이정하다.
지난 9일 첫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극본 강풀, 연출 박인제)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가운데 강풀 작가가 직접 각본으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이정하는 극 중 비행 초능력과 초인적인 오감 능력을 지녔지만 자신의 능력을 숨긴 채 평범하게 살아가는 고3 소년 김봉석 역을 맡았다. 김봉석은 아버지 김두식(조인성 분)이 잠적한 이후, 어머니 이미현(한효주 분)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인물이다. 두 사람의 능력을 모두 물려받았지만, 비행 능력은 자유자재로 쓰지 못해 매일 모래주머니를 차고 아령을 가방에 넣는 등 무거운 무게를 유지해 몸이 공중에 뜨는 걸 막고 있다.
'무빙'은 이색적으로 1회부터 7회까지 동시에 공개됐다. 7편의 분량은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자연스럽게 김봉석을 비롯해 장희수(고윤정 분), 이강훈(김도훈 분)이 중심이 됐다. 그리고 세 사람은 방송 초반 시청자들의 유입을 이끌었다. 덕분에 '무빙'은 공개되자마자 호평은 물론이고 "암흑기였던 디즈니+를 구원했다"는 극찬까지 얻었다.
이정하는 "오래 기다렸던 작품이었던 만큼 공개된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평소 주변 반응을 살피는 편이 아닌데 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리더라. 저희가 노력한 걸 알아봐 주는 것 같아 기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좋은 반응일 줄은 상상도 못 햇어요. 저희끼리는 저희가 촬영한 작품이다 보니 나오는 게 마냥 좋아서 재밌게 봤죠.(웃음) 이게 제가 나와서 재밌는 건지, 진짜 재밌는 건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청자들은 어떻게 봐줄지 더 떨렸어요."
원작 웹툰의 팬이었던 이정하는 '무빙' 오디션 소식을 듣자마자 김봉석 역인지부터 확인했다.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욕심이 생겼단다. 안 될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누군가 김봉석을 해야 한다면 자신이었으면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무빙'의 오랜 팬이었기에 작품과 김봉석에 대한 해석만큼은 자신 있었다.
이정하는 "봉석이는 겉으로는 다정하고 순수하지만, 내면으로는 누구보다 강한 인물이다. 나 또한 봉석 못지않게 강한 내면을 지녔다. 때문에 봉석을 표현하기 위해 인물에게 다가가기보다는 나에게 있는 봉석이의 면모를 꺼내고자 하며 열심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를 증명하듯 이정하는 김봉석이 되기 위해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였다. 30kg 증량은 물론이고 비행 능력을 표현할 와이어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무용과 필라테스까지 배웠다. 캐릭터를 아무리 잘 소화해도 비행 능력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면 어설프게 그려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디션을 볼 때 합격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다고 계속해서 어필했어요. 그만큼 간절했거든요. 체중 증량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말 잘 찌울 수 있다고, 무조건 찌워서 오겠다고 강조했죠. 그런 모습들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
60kg 후반에서 90kg까지 체중을 증량하고, 11개월이라는 촬영 기간 내내 유지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이정하는 "찌울 때는 편했지만 유지 때문에 애를 먹었다. 워낙 몸무게가 들쑥날쑥하다 보니 일정 몸무게를 맞추기 위해 체중계에 정말 많이 올라갔다. 특히 얼굴 살이 정말 안 올라오더라. 예전에는 얼굴 살 안 찌는 게 내 장점 중 하나였는데, 봉석이가 되고 싶었던 기간에는 힘들었다. 노력이 많이 필요했다"고 돌이켰다.
이런 이정하의 절실함은 제작진은 물론이고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됐다. 작품 공개 후 "봉석아, 살 더 찌워야 해"라는 덕담을 듣고 있는 이정하다. 그는 "이 말 자체가 내가 김봉석을 잘 표현했다는 칭찬이 아닌가. 촬영 끝나자마자 다시 되돌리고 있는데 아직 더 빼야 한다. 많은 분들이 내가 김봉석이란 걸 못 알아보는 것도 신기하다"고 밝혔다.
'무빙'에는 류승룡 조인성 김성균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동한다. 이정하 입장에서는 대선배들과 함께하는 작품이었다. 이정하는 "오디션 전에 출연 소식을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 워낙 작품에서 봤던 선배들과 같이 호흡한다는 것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쟁쟁한 선배들이 출연하는 작품의 포문을 여는 만큼 당연히 부담도 따랐다. 이정하는 "누가 되고 싶지 않았고 피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을 연습해서 갔는데 막상 현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5밖에 안 돼 답답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선배님들이 내가 온전히 연기할 수 있도록 현장을 만들어줬고 덕분에 6, 7, 10까지 하나하나 발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워낙 연기를 잘하는 선배님들이잖아요. 같이 호흡을 맞추는데 여유로움 자체가 저와 너무 다르더라고요. 저는 부담감도 있다 보니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만 쫓길 때가 많았어요. 반면 선배님들은 자신만의 여유로움을 지닌 채 캐릭터를 온전히 표현하니까 시청자들에게 더욱 와닿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안 물어볼 수가 없는 질문이 있었다. 바로 아빠가 조인성, 엄마가 한효주인 기분이었다. 이에 이정하는 쑥스러우면서도 뿌듯한 눈웃음을 보였다. 그는 "당연히 너무 좋았다. 다만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긴장되고 자존감도 떨어졌다. 내 생각이 잘못됐다는 건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현장에서도 부모님처럼 대해줬다. 오히려 선배님이라고 할 때마다 혼냈다. 지금도 여전히 '엄마 아빠'라고 부를 정도"라고 말해 훈훈함을 안겼다.
너무도 사랑했던 작품인 데다 대선배들이 총출동하는 '무빙', 이정하로서는 '잡을 수 없는 별'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사계절을 보내고 작품이 공개된 지금은 스스로 '성공한 덕후'가 됐다고 평가한 이정하다. 이정하에게 '무빙'은 도전도 될 수 있고 원동력도 될 수 있는 '기둥'으로 기억될 터다.
"긴 시간이 지나서 제가 힘들고 지칠 때 기둥처럼 기댈 수 있고 그렇게 버텨주고 있을 작품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힘든 순간과 도전을 이겨내고 나온 작품이잖아요. 그러기 위해 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니까 나중에 보더라도 위로받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힘으로 다시 한번 앞을 향해 헤쳐 나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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