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흥행 수익 1조 돌파
국내 누적 관객 수는 겨우 51만 명
[더팩트|박지윤 기자] 할리우드 배우 마고 로비가 주연 및 제작에 나선 '바비'가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다만, 한국은 예외다.
7일 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에 따르면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가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글로벌 흥행 수익 10억 3148달러(한화 약 1조 3471억 원)를 돌파했다. 이로써 그레타 거윅은 여성 단독 감독으로는 최초로 '10억 달러 클럽'에 가입하면서 영화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썼다.
하지만 뜨거운 글로벌 인기와 달리,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바비'는 전날 1만 1434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8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 수는 51만 명이다.
역대급 글로벌 수익을 거두고 있는 '바비'가 왜 한국에서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을까.
젠더 이슈로 인한 갈등 요소에 민감한 국내 관객들의 정서와 작품의 메시지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바비'는 국내 개봉 전부터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고 알려지면서 일부 관객들에게 선입견을 갖게했고, 결국 별점 테러의 대상이 됐다.
이날 '바비'의 포털 사이트 관람객 평점 평균은 8.49인데 남성 6.04, 여성 9.24를 기록했다. "메시지에 잡아먹힌 괴작", "저능한 남성만 등장시켜야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 등 부정적인 평도 이어졌다. 또한 CGV 성별 예매 분포는 남성 19.2%, 여성 80.8%로 성별에 따른 뚜렷한 격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이 처음은 아니다. 네이버에 따르면 가부장제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 '82년생 김지영'(2019)의 남성 관람객은 27%, 여성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걸캅스'(2019)의 남성 관람객은 24%였다. 그동안 한국 극장가에서 '페미니즘'은 관람 요소로 크게 작용했고, '바비'도 개봉 전부터 남성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외신도 '바비'의 한국 흥행 부진을 두고 페미니즘에 관한 부정적 정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한국은 여전히 매우 가부장적이고 선진국 중 성평등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심하고 이코노미스트지의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계속 꼴찌"라고 바라봤다.
다음은 개봉 시점이다. 지난달 19일 국내 관객들과 만난 '바비'는 12일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과 26일 '밀수'(감독 류승완) 사이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했다.
특히 '밀수'는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누적 관객 수 35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펼치고 있다. 또한 한 주 간격으로 한국 대작들이 출격하고 있고, 디즈니·픽사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은 무서운 뒷심으로 631만 명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애니메이션 '명탐정코난: 흑철의 어영'까지 가세하며 더욱 풍성해진 극장가다. 이 가운데 관객들은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작품들 위주로 소비하는 경향을 보였고, 결국 '바비'의 흥행 부진으로 이어졌다.
바비인형이 국내 관객들의 추억을 충분히 자극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한국에서는 미국 브랜드인 '바비'보다 국내 브랜드인 '시크릿 쥬쥬' '콩순이' 등이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바비' 관객층이 20·30대 여성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이들조차 100% 미국 여성만큼 바비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던 것. 심지어 미국식 유머 담긴 블랙코미디마저 한국에서 통하지 않으면서 페미니즘 메시지만 강하게 남은 것으로 평가된다.
마고 로비는 그레타 거윅 감독, 배우 아메리카 페레라와 함께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을 방문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름 대전의 마지막 주자인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시작으로 '오펜하이머' '보호자' '달짝지근해: 7510' 등이 연이어 출격하는 만큼, 쓸쓸히 퇴장할 것으로 예상돼 아쉬움을 남긴다.
'바비'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에서 살아가던 바비(마고 로비 분)가 현실 세계와 이어진 포털의 균열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라이언 고슬링 분)과 예기치 못한 여정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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