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우주센터장 재국 役...도경수·김희애와 호흡
"'더 문'은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극장 체험형 영화"
[더팩트|박지윤 기자] SF 물이라 쓰고 가족 영화라고 읽는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황홀한 우주의 비주얼과 마음을 툭 건드리는 따뜻한 이야기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문'을 향한 배우 설경구의 이유 있는 자신감이다.
설경구는 지난 2일 스크린에 걸린 '더 문'(감독 김용화)에서 우주에 홀로 남겨진 선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 역을 맡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의 사투를 담았다.
설경구는 개봉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그는 "걱정보다 궁금함이 더 컸어요. 보니까 애를 많이 썼더라고요. 정말 웅장했어요. 또 선우(도경수 분)가 무사히 돌아와서 감사하고 다행이었죠"라고 완성본을 처음 본 소감을 전했다.
극 중 선우는 달에 고립됐고, 재국은 한국 우주센터에서 지시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문영(김희애 분)은 NASA 우주정거장의 총괄 디렉터로서, 자신의 맡은 바를 다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시 말해 도경수와 설경구, 김희애는 한 작품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지만 각기 다른 장소에서 거의 비대면으로 연기 호흡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또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됨에 따라 식사와 쫑파티 등 일상적이었던 게 모두 어려워진 시기에 촬영이 이루어졌다. 결국 연기적으로, 사적으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었던 '더 문' 팀이다.
"저희가 '연기도 비대면으로 한다'고 했어요(웃음). 경수는 과거 회상 장면을 찍을 때 2~3회차 만났고, 김희애 씨는 아예 못 봤어요. 경수의 우주 분량을 먼저 찍고, 저희는 센터에서 모니터에 경수가 찍은 걸 띄우고 연기했죠. 센터에만 있다 보니까 답답함이 많았어요. 대우주 앞에서 초라한 인간이 되는 기분이었죠. 재국은 센터장이 될 만큼 똑똑하지만, 우주로 쏘아 올린 이후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무력한 존재였죠."
재국으로 분한 설경구는 위기의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극의 한 축을 묵직하게 담당했다. 또한 선우를 살리기 위해 감춰왔던 진실을 밝힐 때는 처절하고 절박하게 감정을 토해내며 작품의 몰입도를 높였다. 설경구가 연기한 장소는 한정적이었지만,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한계가 없었다. 상대 배우의 눈을 보고 티키타카를 이루는 게 아닌, 미리 찍어놓은 걸 보며 감정을 끌어올려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설경구는 김용화 감독의 도움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오직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만 몰두했던 그는 "선우가 달 뒷면에서 앞면으로 나오는 장면이었어요. 몇 테이크를 찍었는데 다시 하자더라고요. 그러면서 감독님이 '황규태(이성민 분)와 관계를 생각해라'고 하셨어요. 세상에 없는 것까지 떠올리는 게 더 와닿았죠"라고 덧붙였다.
설경구는 '더 문'으로 김용화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됐다. 원래 SF 물을 좋아하지 않았던 그가 이번 작품을 택한 이유에는 평소 김 감독을 향한 두터운 신뢰가 깊게 자리했다. 그렇다면 김 감독과 호흡은 어땠을까. 초반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적응했단다.
"진도를 팍팍 나가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 꽂히면 4~5시간을 막 달리더라고요. 포커페이스를 하는 감독도 있는데, 김용화 감독은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오는 스타일이에요. 그러면 연기를 하는 배우는 신이 나거든요. 즉각적인 반응을 해줘서 고마웠어요."
그런가 하면 설경구는 도경수를 비롯해 이준호, 임시완, 설현, 진영 등 '아이돌 겸 배우'들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다. 이 같은 행보가 '지천명 아이돌'로 불리는 데에 한몫하기도. 그는 "우연인데 신기해요. 저에게 캐스팅 권한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수인데 연기에도 꿈이 있는 친구들이에요. 재주가 많으니까 부러워요. 제가 지금 가수를 할 수 없잖아요. 가수와 배우를 다 하려면 더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잖아요. 저는 선입견을 갖고 만나지 않아요. 배우로 보죠. 오히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걸 보면 다른 사람 같아요. 가수가 낯설죠."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네기도 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감독님이 있는데 제가 조언을 하면 안 되죠. 하는 순간 제 것을 그들에게 심어준다고 생각해요. 상대의 생각은 다를 수 있잖아요. 조언을 삼가는 게 아니라 할 게 없어요. 선배라는 권력으로 나서면 안 되죠"라고 힘주어 말했다.
설경구는 '자산어보'(2021) '킹메이커'(2021)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2022) '유령'(2023), 넷플릭스 '야차'까지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에 많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배우 중 한 명이다. 그렇기에 그동안 흥행과 거리가 멀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한편으로는 제 위기가 아니었나 싶다"고 운을 뗀 설경구는 "코로나19 겪으면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죠. 견뎌내다 보면 또 좋은 날이 오겠죠. 한국 극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좋은 일도 있었어요. K-콘텐츠를 해외에 팔 때 단가가 달라졌다고도 들었어요. 또 해외 영화제 가면 한국 배우들을 보는 시선이 다르다고도 하더라고요"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여름 극장가다. 특히 '더 문'은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과 같은 날 개봉하며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큰 아쉬움을 표한 설경구는 "당황스러웠어요. 배우 활동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작품이 많은 건 처음 봐요.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잖아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을 편하게 먹었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문'만이 가진 매력을 강조했다. 우주를 구현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선사하면서 용서와 구원의 이야기로 모두를 울릴 수 있는 힘까지 담겨 있다는 것.
"이러한 장르도 누군가 시작해야 발전할 수 있어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도전해야죠. 우주와 달은 미래의 것이지만, 개척은 현세대가 하니까요. '더 문'은 아이들에게 '달에는 토끼만 있는 게 아니다'라는 걸 알려줄 수 있어요. 또 남녀노소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죠.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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