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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김선호'] 환한 미소·여유 되찾은 '귀공자'

  • 연예 | 2023-06-19 00:00

사생활 논란 후 스크린 데뷔·매체 복귀
"늘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


배우 김선호가 '귀공자'로 관객들과 만난다. 그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귀공자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펼친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배우 김선호가 '귀공자'로 관객들과 만난다. 그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귀공자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펼친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익숙하면서도 낯선, '귀공자'의 김선호가 마침내 스크린에 걸린다. 여러 수식어를 안고 작품을 선보이게 된 그의 얼굴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기분 좋은 공존을 이루고 있었다. 약 1년 만에 다시 만난 김선호에게 눈물은 없었고, 환한 미소만 가득했다.

지난 12일 오후 김선호를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삼청동으로 향했다. 그 어느 때보다 현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여러 번 그를 봤지만, 가까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선호에게도 쉽지 않은 날'이라는 생각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터뷰 시작 시간에 맞춰 카페 2층으로 올라가니 계단 앞에서 취재진을 맞이하고 있는 김선호가 보였다. 오전부터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곤하기는커녕 기운이 넘쳐 보여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약 10명의 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김선호는 "좀 떨립니다. 언론 시사회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제 연기를 보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내적으로 소리 지르고 고개도 숙이면서 봤죠. 스크린이 크니까 단점만 보였어요. 설레고 떨리면서 기뻐요. 정말 만감이 교차하네요"라고 웃어 보였다.

김선호는
김선호는 "큰 화면으로 보니까 단점만 보이더라. 제대로 영화를 보지 못했다"고 스크린 데뷔 소감을 전했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김선호는 2021년 전 여자친구의 폭로로 사생활 논란에 휩싸이며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그는 복귀작으로 연극 무대를 택했고, 프레스콜에 참석하며 약 9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등장한 김선호는 두서없이 말을 하는 걸 막기 위해 미리 써 둔 A4를 꺼냈고, 손은 떨었지만 묵묵히 사과의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눈물을 쏟아내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지나온 시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밝은 분위기를 자아냈고, 모든 답변에는 여유까지 깃들어 있었다. 또한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더욱 환한 미소를 장착한 김선호다. 바쁘게 활동하던 때 불거진 논란으로 예상치 못한 쉼을 보냈지만, 그동안 팬들에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큰 응원을 받으며 힘차게 도약할 준비를 마친 듯했다.

"(팬들에게) 송구스러워요. 배우는 관객 없이 혼자 연기할 수 없어요. 작은 사람을 크게, 큰 사람을 작게 만드는 것도 결국 관객이거든요. 제 편이 있다는 건 정말 굉장한 일이에요. 심적으로, 또 연기적으로 제가 바로 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귀공자로 분한 김선호는 카체이싱부터 맨몸, 총과 도구를 사용한 액션 등 다채로운 액션 시퀀스를 소화하며 극을 이끌었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귀공자로 분한 김선호는 카체이싱부터 맨몸, 총과 도구를 사용한 액션 등 다채로운 액션 시퀀스를 소화하며 극을 이끌었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김선호를 버티게 한 또 다른 힘은 끝까지 그의 손을 놓지 않은 박훈정 감독이다. 덕분에 스크린 데뷔이자 매체 복귀를 치를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번 작품이 배우로서 증명해야 할 시험대가 됐지만, 당시 부담이나 걱정보다는 감사함을 안고 촬영에 뛰어들었단다. 그는 "이미 저 때문에 손해를 본 상황이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더 이상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죠. 작품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하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회상했다.

김선호는 하루아침에 모두의 타깃이 된 마르코(강태주 분)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귀공자로 분했다.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꺼낸 그는 촬영 현장을 회상하면서 '투머치토커'가 됐다. 제주도에서 맛집을 찾아다닌 것부터 태국에서 '홍반장'으로 불리며 인기를 실감한 에피소드까지 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이 중에서 김선호가 가장 신나 보였던 건 액션신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귀공자는 타깃을 잡기 위해서라면 높은 곳에서 망설임 없이 뛰어내리고, 운전하면서 총까지 쏘는 인물이다. 특히 군더더기 없이 많은 적을 깔끔하게 처리할 정도로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 "이를 다 소화했다"고 강조한 김선호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수술실 장면에 관해 "감독님은 유연하면서도 엄격하세요. 촬영 들어가기 몇 개월 전부터 연습했고, 수정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었죠. 다치고 까졌지만 감수해야죠. 덕분에 좋은 결과물이 나왔잖아요"라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또 카체이싱에 대해서는 "신나던데요. 벤츠잖아요.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서 재밌게 촬영했던 거 같아요. 감독님이 '생각보다 잘하네'라고 하시면 더 잘하게 돼요. 제가 조련이 쉬운 타입이거든요"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선호는
김선호는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요즘 김선호의 하루는 '귀공자'로 가득 차 있다. 무대 인사와 라운드 인터뷰 등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걸 새롭게 경험하면서 설렘을 느끼고 있다. 또한 연기 변신을 기대하는 대중들의 반응과 기자들의 좋은 평을 찾아보면서 신기한 마음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고. 이를 숨기지 않았지만, 개봉을 앞두고 최대한 들뜨지 않으려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는 "영광스럽게 작품이 나왔어요. 사이코패스 같은 이상하면서도 새로운 캐릭터를 처음 연기해 봤고요. 정말 소중하고 특별한 작품이죠"라고 애정을 드러냈지만, "(흥행은) 오픈돼야 알 것 같아요. 나중에 정확히 말씀드릴게요"라고 말을 아꼈다.

끝으로 김선호는 앞으로 배우로서 나아가고 싶은 방향을 구체적으로 전해 관심을 모았다. 다채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만나 '쓰임을 당할 준비가 됐다'는 그는 '김선호가 아니면 안 돼'라는 길을 걸어가고 싶단다. 또한 "예술이나 연기는 늘 처음이 어려워요.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고 강한 각오를 내비쳤다.

'귀공자'(감독 박훈정)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 분)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는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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