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겪었지만 전 세계 2위 성적표로 보답…1위까지 바라게 되는 마음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이상이가 '사냥개들'을 통해 액션이라는 첫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비록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열심히 임한 만큼 잘 나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희망은 기대 이상의 성적표와 함께 또 다른 희망을 품게 했다.
'사냥개들'은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의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 건우(우도환 분)와 우진(이상이 분)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청년경찰'로 청춘의 성장과 버디 콤비를 보여준 김주환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이번에는 우도환과 이상이의 '브로맨스'를 내세워 영화가 아닌 8부작 시리즈를 완성했다.
이상이는 극 중 해병대 출신 복서로 김건우와 가족처럼 지내며 그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함께 불법 사채 세력에 맞서는 홍우진 역을 맡았다.
'사냥개들'은 사실 평탄하게 공개된 작품은 아니었다. 출연배우 김새론이 지난해 촬영 도중 음주운전 사고로 물의를 일으키며 작품에도 폐를 끼쳤기 때문이다.
이상이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언젠가는 잘 나오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이 있었다. 열심히 노력했고, 또 열심히 촬영했으니까 잘 나올 것이라는 바람이었다"고 밝혔다.
이상이의 바람이 통했을까. 작품은 공개 3일 만에 2797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단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 부문(비영어) 2위에 올라섰다. 한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프랑스, 멕시코를 비롯한 40개 국가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이상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수치다. 처음 7, 8위에 올랐을 때는 그저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니 계속해서 자꾸 순위가 올라가더라. 이렇게 되니 이왕 오른 거 한 번만 더 나아가자는 욕심이 생겨 1위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아직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웃어 보였다.
이상이가 바라본 '사냥개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지도 궁금했다. 그는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고, 선호하는 장르가 있지 않나. 때문에 왜 우리 작품이 통했는지 진짜 모르겠다. 그저 저 먼 타국에서까지 좋아해주니 신기할 따름"이라고 솔직히 밝혔다. 이내 이상이는 작품의 매력으로 '시대적 공감'과 'K-액션'을 꼽았다.
"코로나 상황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 공감의 키를 여는 첫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 세계가 겪은 질병이니까요. 그렇게 공감을 얻기 시작한 후에 이번에는 새로움을 안겨요. 바로 액션이죠.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주로 마법같은 판타지나 총과 칼 등 무기를 사용하는 현대 액션이 대다수였어요. 그럴 때 저희 작품은 아무 것도 없이 오직 주먹만으로 하는 사실적인 액션이 색다르고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어요."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표를 거둔 '사냥개들' 팀이지만, 속은 속이 아니었을 터다. 그도 그럴 것이 7, 8회를 앞두고 촬영이 전면 중단됐으며 김주환 감독은 후반부 내용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이상이와 우도환 또한 갑작스럽게 한 달 간의 공백이 생겼다.
초조하고 불안했을 법 한데, 이상이는 의외로 덤덤했다. 그는 "소식을 듣고 놀라긴 했지만,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배우 의견보다는 위에서 제작을 이끌어가는 분들이 방향성을 정해야 했고, 그들의 결정이 나와야 나 또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차분히 기다렸다"고 돌이켰다.
오히려 갑작스럽게 생긴 한 달의 공백을 '재정비의 시간'이라고 생각했단다. 특히 초반 촬영을 위해 체중을 감량했던 때와 달리 한 달 동안은 벌크업을 하느라 만족감을 느꼈다.
"한 작품 안에서 체중 감량과 벌크업을 모두 했던 입장에서 확실히 체중 감량은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벌크업은 일단 먹잖아요. 욕구를 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요. 살을 빼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실행하기가 어렵죠.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작품이 있으니 참았을 뿐입니다. 그에 비하면 벌크업은 재미도 있고 좋았어요.(웃음)"
이상이에게 '사냥개들'은 도전이었다. 액션 장르 자체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상이는 "일단 몸을 써야 하는 만큼 쉬운 장르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묘하게 매력이 있다. 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더라. 제대로 경험을 해보니까 몸이 좀 풀린 기분도 들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앞으로는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계속해서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어려움이 뒤따랐던 첫 액션이었다. 우도환은 "상이 형이 첫 촬영 때 마음이 약해서 상대방을 제대로 때리지 못해 힘들어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에 이상이는 "살면서 사람을 때릴 일이 없지 않나.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다. 때때로 실제로 터치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도 모르게 때리기 직전에 '진짜로 맞아서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무의식이 발동됐다. 그럴 때마다 촬영 횟수가 많아지면 힘들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게 되더라"고 돌이켰다.
"도환이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적응한다고, 첫 촬영 이후에는 거침 없었죠. 나중에는 스스로도 수월하다는 걸 느꼈어요. 후반부 가서는 저도 재미를 느끼면서 시원시원하게 했어요."
이상이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재미'다. 그동안 무대를 시작으로 뮤지컬, 매체, 예능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친 그는 모두 재미를 느끼거나 구미가 당긴 것들을 좇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다. '사냥개들'도 마찬가지였다. 첫 액션이라는 부담이 있었지만, '재미'가 도전을 하게끔 이끌었다.
그리고 이상이의 도전은 호평과 함께 뜨거운 반응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그저 행복하다는 이상이는 "배우는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사냥개들'에 복서의 심장이 있다면, 이건 배우의 심장인 것 같다"고 전했다.
"'사냥개들'은 제 모습 중 카리스마와 강한 면모를 극대화해서 새롭게 보여드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멜로를 주로 했던 대중적인 모습이 아닌 이상이가 근육으로 다져진 몸도 갖고 있고 액션도 할 수 있다는 이미지도 안겨드린 것 같아 뿌듯해요. 이를 계기로 액션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도전해보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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